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후 쿠팡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해 그동안 쿠팡이 노동자 안전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았고, 일할 때 휴대폰을 들고가지 못하게 해서 신고가 늦어졌다는 점과, 돌발 상황이어도 계속 일을 해야 했다는 내부 문화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번 화재로 인해 인명 수색을 하러 들어간 경기 광주소방서 고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하기까지 했는데 쿠팡 측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도 비난을 받고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 접속해 ‘쿠팡 불매’를 접속하면 쿠팡 회원 인증을 하며 불매를 하겠다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임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불매를 선언한 이들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거나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9명 사망, 물류센터 화재까지...탈퇴와 불매가 이어지자 뒤늦게 사과하는 쿠팡 진정성이 아쉽다”, “쿠팡 불매, 대표 사퇴 아닌 처벌”, “노동자들이 자꾸 죽는다면 그건 시스템의 문제” 등의 문구를 걸었다. 

21일 아침 라디오에서 이번 화재 사건의 문제와 쿠팡 문화의 문제점을 짚는 인터뷰들이 나왔다.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쿠팡 사고를 두고 안전불감증과 기업 책임 문제가 핵심이라고 봤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익명으로 출연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사례가 많고,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있다”며 “쿠팡 측에서는 휴대폰을 보면서 딴짓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그런 이유로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초기 목격자가 있었지만 휴대폰이 없어서 신고를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쿠팡 측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물류센터에서는 안전상의 이유(휴대폰을 보면서 이동하면서 생기는 사고 등)로 휴대폰 소지가 금지된 것이 맞았다.

▲쿠팡 배송 차량. ⓒ 연합뉴스
▲쿠팡 배송 차량. ⓒ 연합뉴스

또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쿠팡은 어떤 돌발 상황 같은 게 발생해도 일을 해라, 하던 일 계속해라, 이런 문화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혀 있다”며 “화재 대피 훈련도 극히 일부 노동자들만 받았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인터뷰에 이어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진행한 오민애 변호사(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김범석 쿠팡 의장이 국내법인 책임자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지금 물러나는 결정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 직위가 없는 상황에서는 책임을 묻는 게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오 변호사는 “화재 위험이 있다거나 추락의 위험이 있다거나 이런 경우에 사업주가 사업장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법이 다 정해져 있다. 관련한 것들이 수차례 보고가 됐고 위험이 감지가 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현행법상으로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김범석 전 의장이 책임을 피하려 그만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1일 쿠팡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아직 사고 현장 수습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려운 시점”이라고만 밝혔다.

이날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범석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일자는 지난 5월31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에 이미 사임이 이루어졌다”며 “이는 법인 등기부등본을 통해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임 등기가 완료되어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김범석 전 의장이 이번 화재 발생 이후 사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쿠팡 측은 덕평 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19일 “고 김동식 구조대장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저희 회사는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겠다.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 회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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