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인육 케밥 사건’이 포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가나의 한 30대 여성이 인육으로 케밥을 만들어 팔아 무려 150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가 쏟아지다시피 했다. 지난 14일 한국경제가 첫 보도를 한 이후 SBS, MBN, 중앙일보 세계일보,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스포츠경향, 머니S, 브릿지경제 등이 관련 기사를 썼다.

이 가운데 포털 다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기사는 머니투데이의 “8년간 ‘인육 케밥 판매’ 30대녀 체포...아이 납치, 남성 유혹 후 살해”다. 이 기사는 지난 14일 기준 포털 다음에서 30대 여성 많이 본 뉴스 1위, 30대 남성 많이 본 뉴스 4위에 올랐다.

▲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17일 SBS의 후속 보도를 통해 상황이 반전됐다. SBS는 한국 언론이 인용한 가나 매체가 공신력이 떨어지고 주로 ‘가십’을 다루는 인터넷 매체라는 점을 조명했다. 이 보도에서 주 가나 대사관 관계자는 “파악컨대 위 사건은 사실이 아니거나 가나의 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사관의 입장을 보면 가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사건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남는다. 더구나 가나의 인터넷 매체들을 보면 피의자와 훼손된 시체 사진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날조된 정보는 아닌 듯한 인상을 준다.

▲ '가나 인육 케밥 사건'을 다룬 현지 매체 갈무리
▲ '가나 인육 케밥 사건'을 다룬 현지 매체 갈무리

이미지 추적해보니 ‘나이지리아 모친 살해 사건’

지난 3월 초 가나 인터넷 매체들이 다룬 관련 기사에는 체포되는 여성, 훼손된 시체, 요리 사진이 공통적으로 등장했다. 

트위터에서 관련 사진이 공통적으로 들어간 자료를 찾아보니 다른 주장을 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2021년 3월 초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식당에서 인육을 파는 여성이 (나이지리아의) Anambra 지역에서 경찰에 잡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가 가나에서 나이지리아로 바뀌었고, 케밥이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는다.

▲ 같은 사진을 공유한 트윗. 가나가 아닌 나이지리아 식당에서 인육 고기를 팔았다는 식으로 내용에 차이가 있다.
▲ 같은 사진을 공유한 트윗. 가나가 아닌 나이지리아 식당에서 인육 고기를 팔았다는 식으로 내용에 차이가 있다.

이 역시 ‘원본’은 아니었다. 한국 언론이 인용한 현지 매체의 기사에 등장한 현장 사진을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찾아본 결과 2020년 11월 해당 사진이 다량 올라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글은 연관성이 높은 표현으로 ‘woman killed her mother in akwa ibom’을 제시했다. 번역하면 나이지리아 남부 아콰이봄(akwa ibom) 지역에서 한 여성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게재된 콘텐츠들은 이 지역에서 모친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 소식을 일관되게 전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나이지리아 모친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사진이 ‘나이지리아 인육 판매 사건’으로 와전돼 공유되기 시작했고, ‘가나 인육 케밥 사건’으로 또 다시 와전된 것이다. 

▲ 구글에서 해당 이미지를 검색한 결과. 이미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 모친 살인 사건' 관련 자료로 해당 사진이 떠 있다.
▲ 구글에서 해당 이미지를 검색한 결과. 이미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 모친 살인 사건' 관련 자료로 해당 사진이 떠 있다.

 

▲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 모친 살해사건을 다룬 기사. '가나 인육 케밥 사건'과 사진이 동일하다
▲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 모친 살해사건을 다룬 기사. '가나 인육 케밥 사건'과 사진이 동일하다

언론 문제 총체적으로 드러내 

한국 언론이 외신을 인용해 보도할 때 외신이 오보를 내면 덩달아 오보를 내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더욱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이 인용한 현지 인터넷 매체는 Kasatintin, Ridimis, Opera News 세 곳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매체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인육 케밥 사건’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도 국내 언론이 이들 매체를 인용한 적 없다. 더구나 이들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한 때는 3개월 전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을 거치면서 사안이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가나 현지 매체 원문 기사에는 인육 케밥을 판 범인의 계좌에 ‘7800만’에 달하는 돈이 있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현지 매체 기사에는 ‘단위’가 쓰여 있지 않다. 한국 언론들은 이를 가나 화폐단위에 적용해 번역했고, 그 결과 150억 원에 달한다고 번역해 비상식적인 숫자를 만들어냈다. 

▲ MBN의 관련 기사 화면. 현재는 삭제돼 있다
▲ MBN의 관련 기사 화면. 현재는 삭제돼 있다

또한 현지 인터넷 매체는 ‘계좌에 돈이 있었다’고만 했는데 한국 언론은 이를 ‘인육 케밥으로 번 돈’이라고 단정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8년간 인육으로 케밥 만들어 150억번 녀... 경악”(스포츠경향) “인육으로 케밥 만들어 판 30대녀... 8년간 150만원 벌어”(MBN) “남성 아이 살해해 그릴 위에...인육으로 케밥 만들어 150억번 30대녀”(세계일보) 기사가 대표적이다.

SBS가 대사관 취재를 한 이후 오보 가능성이 제기되자 12개 언론 가운데 3개 언론(SBS, MBN, 세계일보)이 기사를 삭제했고 9개 언론은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오보를 낸 언론 가운데 오보 경위를 설명하는 입장을 내거나 사과한 곳은 없다. SBS는 후속 보도를 한 다음 오보를 지웠고, 세계일보 역시 해당 기사를 지운 후 SBS의 후속 보도를 인용한 기사를 냈다. 

아프리카 인육 오보·가짜뉴스 처음 아니다

2015년 BBC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나이지리아 동남부 지역 아남브라에 있는 한 호텔 식당에서 인육을 손님에게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부엌에서 인육과 함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 머리가 든 봉지를 발견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해 “ 사람고기 팔다 걸린 호텔 식당 '충격', 주민은 오히려 '그럴 줄..'”(스포츠경향) “사람 머리 발견 경찰 습격으로 발각된 인육 레스토랑” 등 기사를 썼다. 위키트리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4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보였다. BBC SWAHILI는 “보도된 나이지리아 레스토링 관련 기사는 실수였으며 사과드린다. 이는 허위사실이었으며 BBC의 적절한 확인 절차 없이 보도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스포츠경향, 아시아투데이 등은 해당 기사를 지우지 않고 있다. 

▲ SBS 뉴미디어 브랜드 '모비딕' 콘텐츠 '세젤퀴' 갈무리. 잠비아 인육 통조림 가짜뉴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SBS 뉴미디어 브랜드 '모비딕' 콘텐츠 '세젤퀴' 갈무리. 잠비아 인육 통조림 가짜뉴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한 매체가 중국에서 인육 통조림을 만들어 아프리카에 팔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써 논란이 됐다. 기사에는 공장에서 인육을 사용하는 듯한 사진이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공포게임 ‘레지던트 이블6’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의 한 정육 공장에서 만든 사람 모형이었다.

‘가짜뉴스’나 ‘오보’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것과 동시에 ‘사람의 편견’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서 인육을 버젓이 판매한다는 식의 가짜뉴스·오보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이 반복되는 건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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