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28일 대표 발의한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바우처법)을 두고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가 지난 1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며 제정안 폐기 또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미디어바우처는 언론과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투표권을 주는 것에 불과해 바우처 제도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바우처는 어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증서의 의미로 실질적인 금액을 지원하지만, 이번 제정안은 미디어바우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언론사를 비롯해 이용자인 국민들에게조차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바우처와 마이너스 바우처는 미디어 시장을 ‘좋은 언론’, ‘나쁜 언론’이라는 선악의 구도로 형성해 국민 간 갈등과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마이너스 바우처를 가리켜 “자신과 정치성향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특정 언론에 바우처를 제공하는 행위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 결과“언론사의 경향·국민의 정치성향에 의해 투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언론시장의 교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문협회의 결론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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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협회는 나아가 “정부 광고는 공적 재원이기는 하지만 언론 지원 목적의 재원이 아닌 정책 홍보를 위한 예산으로, 어떤 매체를 선정해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권한은 이들 정부 광고주에게 있다”면서 “미디어바우처 수급액의 비율대로 광고를 집행할 경우 광고가 도달하고자 목적한 독자를 가진 매체에 집행할 수 없거나 광고효과가 낮은 매체에 예산이 집행돼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3000여 개의 다양한 정부 광고주를 대상으로 바우처 상한액에 맞춰 어떤 매체에 광고를 집행할지 사전조율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하는 통합시청점유율이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수용자 조사,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이트의 제휴 등급 및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자 수 같은 지표들을 언급하며 “별도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다른 정책 수단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ABC협회 신문 부수 인증결과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굳이 미디어바우처 말고 기존의 다른 지표들을 일종의 광고단가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ABC협회 이사회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는 신문협회 스스로 ABC협회 지표를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대목이다. 

신문협회는 또한 미디어바우처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언론사의 실제 영향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자유경쟁시장 체제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1인당 지급한 미디어바우처를 한 언론사에 50% 미만으로 지급하게 한 부분에 대해 “반드시 3개 이상의 언론사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반면 비호감을 표시토록 하는 마이너스 바우처는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편집위원회 설치 및 편집규약 제정 의무 조항에 대해선 “신문의 자율권을 박탈할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에 역행할 우려가 있어 2009년 신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폐기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9년 신문법 개정은 신문사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퇴행’했다는 지적이 되려 상식적이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신문협회는 언론사가 정정보도 청구를 수용할 경우 바우처 환수라는 패널티를 받는 조항에 대해서는 “결국 언론사는 정정보도를 꺼리게 되고, 언론사와 피해자 간 원만한 조정·합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언론사가 미디어바우처 총액의 1%(일정 매출액 기준 이상인 언론사의 경우 0.5%)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환수하게 한 조항에 대해선 “일정 매출액 기준 이상인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 간의 초과분 비율을 차등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제정안은 신문, 인터넷신문, 뉴스통신사 등만 적용 대상 매체로 한정하고, 방송 매체는 제외하고 있어 신문 등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미디어바우처는 국민이 신뢰하는 언론의 재정적 안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근본 취지”라며 “취지에 맞게 법률이 제정되려면 정부 광고와 연계시키기보다는 독자적인 재원을 확보해 국민에게 명목적인 가치밖에 없는 투표권이 아닌 실제 현금 가치가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고, 이 바우처가 신뢰받는 언론에게 직접적인 재정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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