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졸지에 꼰대정당이라는 평가에 직면했다. 하지만 단지 국민의힘 대표 나이와 차이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자체가 더 이상 젋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는 냉정한 평가가 있다. 30대 ‘청년’으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이동학 위원은 민주당이 매력이 없는 노(NO) 매력 정당이자, 비호감 정당이라고까지 말한다.

반면, 그는 민주화 세대인 이른바 86그룹의 권위주의와 장유유서 문화도 지적되는데, 청년 정치인들은 이들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어느새 자신이 중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위원이 보는 민주당의 현실과 대안을 들어봤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1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2030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청년정치인 자체도 더 많은데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느냐는 평가에 “한마디로 너무 많다. 청년 정치인도 많고, 당선 의원 수도 많다. 이미 거대한 공룡이 돼 있다”며 “정부, 지방의회, 지방정부, 굉장히 덩치가 커져있어 청년정치인의 목소리가 작아보이는 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위원은 KBS ‘사사건건’ 프로그램에 출연해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내부에서 경직돼 있다, 토론하는 공론장 자체가 굉장히 축소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이 청년정치인들이 의견을 펴는데 내부가 경직된 이유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이 위원은 “(청년 의원들이) 거대 여당이 되다보니 조직, 당에 해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불협화음으로 비춰질까 자기검열과 경직성을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다”고 판단했다. 얘기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냐고 묻자 이 위원은 “아무래도 위축되는 게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의 86세대의 영향이 너무 큰 탓에 다음 세대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면도 있다’는 해석에 이 위원은 “한국 사회에 면면이 흐르는 장유유서 문화가 86세대 선배들에도 나타난다”며 “이들이 정치적 제도적 민주주의를 열었으나 이후 장유유서 문화와 맞물리면서 실질적 ‘테이블 민주주의’를 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이후 세대들이 테이블에 같이 앉기도 어려웠고, 여전히 친근하지도 않다”며 “공천받는 것도 몇 개 주는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동학 위원은 특히 이들을 꼰대라고 부르는 의미와 관련해 “꼰대라는 말이 기성세대를 젊은 세대들이 공격하는 언어라고 보여지지만 그 함의는 생활속에서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너만 말하지 말고 나도 말할 수 있다, 너만 앉지 말고, 나도 앉을 수 있다, 같은 테이블에서 논의하고 결정하고 같이 책임을 지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기성세대끼리만 결정하고 책임은 미래세대가 지는 구조로 돼 있으니 부당하다”고도 했다.

86그룹이 물러나거나 2선후퇴도 하지 않는다는 분석에 이 위원은 “두가지 측면이 다 있다”며 “우리 스스로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을 하겠다는 것은 삶을 바치는 일인데, 어정쩡하게 뛰어들어서 선배 비켜주지 않아 못한다면서 나가주길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새 청년은 사라지고 중년이 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비호감이 세졌고,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라고도 했다. 왜 매력이 떨어지는 정당이냐는 질의에 이동학 위원은 네가지를 들었다.

“오만, 위선, 무능, 무책임이다. 이 네가지가 당 안에 있다. 이 네가지를 어떻게 전환시켜낼 것인가가 과제다.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해명해야 하고, 공약한 것은 끝까지 책임을 지되 부족해서 못하면 인정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발현되지 않았다 태도와 자세에서 국민에 매력을 잃었다. 그러면 더 이상 쳐다보기 힘들다.”

지금의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매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 위원은 “국민들이 볼 때는 사회적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며 “사회적 신뢰가 깨지면 정당 때문에 깨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LH에 왜 국민들이 실망했는지를 들어 “자신들이 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한다고 해놓고, 땅 사고, 부동산투기한 것”이라며 “스스로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저도 같은 당원이지만 그런 일탈에 실망스럽다”고 자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장관 인사에 5대원칙을 정한 뒤 맞지 않는 인사를 반복적으로 기용하면서 제대로 해명조차 하지 않다가, 되레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하는 행태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그런 5대 원칙을 갖춘 도덕성이 있는 사람이 우리 기성 사회에서 찾기가 어렵다. (도덕성이) 파탄났다”며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그런 반칙과 특권, 특혜를 받지 않으면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자화상”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의 대상자를 문재인 정부가 과연 40대까지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좀더 널리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 했다. 이 위원은 “나는 사면에 반대한다. 옳지 않다”며 “이재용 때문에 삼성의 반도체와 경제가 잘 안된다는 것은 핑계”라고 밝혔다. 가석방 쪽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여러 요건과 형평성 등을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쓰레기 관련 환경운동을 하고 있던 지난 4월3일 소각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학 페이스북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이 쓰레기 관련 환경운동을 하고 있던 지난 4월3일 소각장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학 페이스북

이 위원은 1982년 강원도 화천 출생으로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설을 듣다 정치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뒤 2012년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등을 했으나 당직을 맡거나 공직후보자로 공천을 받은 적은 없다. 이 위원은 “비례대표 의원 두차례 지원, 지역구 의원 한번, 두차례 당 청년위원회 지원, 대학생위원회 지원 등 6차례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며 “그래도 민주당을 잘 바꿔서 유익한 정당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고쳐쓰면 쓸만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쓰레기센터’ 대표를 맡으며 환경운동과 생업을 함께 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위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인연도 있지만 그의 생각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은 반여성주의, 차별금지법 유보, 경제민주화 반대 등 이준석 대표가 최근 밝힌 견해를 두고 “그런 식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 사회에 양극화와 격차가 커져 있고, 전 세계도 그렇게 가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다른 도전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를 가진 사람이 계속 가져가는 구조를 바꾸는데 정치가 실패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도전에 나서야 하는데, 이준석씨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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