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예비군·민방위 맞은 얀센 백신, 부작용은 ‘식욕 폭발’?(6월14일 한경닷컴 오후 3시22분)
② “배고파서 잠도 못 자”… 얀센 백신 ‘식욕 폭발' 부작용?[팩트체크](6월15일 한경닷컴 오전 7시23분)

①·②는 하루 간격으로 한경닷컴이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① 기사 내용은 얀센 백신 접종 후 식욕 폭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일부 누리꾼들 주장을 주로 인용한 것이고 ② 기사는 ①기사에다 “(식욕 증진은) 부작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전문가 멘트를 붙인 것이다. 두 기사는 모두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가 작성했다.

김 기자가 작성한 얀센 백신 ①·② 보도를 보면, 누리꾼들은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백신 맞고 나서 엄청 배고팠다. 당일날 연탄불고기 4인분을 먹고 저녁에 햄버거를 또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라거나 “백신 성분 중에 식욕을 증진하는 성분이 있는 건가 의심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 한경닷컴 14일자 예비군·민방위 맞은 얀센 백신, 부작용은 ‘식욕 폭발’?
▲ 한경닷컴 14일자 예비군·민방위 맞은 얀센 백신, 부작용은 ‘식욕 폭발’?

김 기자는 두 기사에서 누리꾼 주장만 전한 것은 아니었다. ①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얀센 백신은 다른 백신 등과 큰 차이점은 없다’며 일부 접종자들이 식욕 증진 현상을 보이는 것은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익명의 ‘의료계’ 반응을 전했고, ② 기사에서는 이 문단(의료계 반응)을 그대로 인용한 뒤 “얀센 백신이 비정상적인 식욕 증진을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는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멘트를 덧붙였다.

종합해보면 ①·② 기사의 결정적 차이는 염호기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멘트 유무다. 사실상 ② 기사는 ① 기사 주요 내용에 염호기 교수 멘트를 덧붙인 것으로 김 기자는 ②기사에서 “얀센 백신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접종해 온라인상에서 다른 백신보다 많은 루머가 생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식욕 폭발이 부작용이라는 누리꾼 주장을 ②기사에서 더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염 교수가 “(식욕 증진이) (백신) 부작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명확하게 밝힌 만큼 ② 기사 제목에 ‘팩트체크’를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사 작성자인 김명일 기자는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발언속보 6건을 포함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기사 18건을 작성했다. 김 기자 기사는 포털사이트 많이 본 기사 순위권에 곧잘 오르곤 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따르면, 김 기자는 최근 30일(5월17일~6월15일) 동안 기사 327건을 썼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다. 

▲ 한경닷컴 15일자 배고파서 잠도 못 자”… 얀센 백신 ‘식욕 폭발’ 부작용?[팩트체크]
▲ 한경닷컴 15일자 배고파서 잠도 못 자”… 얀센 백신 ‘식욕 폭발’ 부작용?[팩트체크]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식욕 증진이 백신 부작용인지 단정할 수 없음에도 “예비군·민방위 맞은 얀센 백신, 부작용은 ‘식욕 폭발’?”이라는 제목의 보도는 조회수를 노린 보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김 기자 생각을 직접 들었다. 김 기자는 16일 통화에서 “내 기사를 팩트체크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내용(누리꾼들의 얀센 백신 접종 반응)이 있어서 보도한 것이다. 의료진에게 자문을 구하려 했는데 그날 당일(첫 보도가 있은 14일)에는 바쁘셔서 체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① 기사에 나오는 익명의 ‘의료계’에 대해선 “질병청 쪽 이야기를 들었지만 의료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로 표현했던 것”이라며 “‘식욕 증진을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은 ①·② 기사 모두 같다”고 했다. ① 기사 작성 때 답변을 듣지 못했던 서울백병원 교수가 뒤늦게 연락이 와 “팩트체크 형식으로 ②기사를 하나 더 쓴 것”이라는 게 김 기자 주장이다.  

▲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따르면,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는 최근 30일(5월17일~6월15일) 동안 기사 327건을 썼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다. 
▲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따르면,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는 최근 30일(5월17일~6월15일) 동안 기사 327건을 썼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다. 

김 기자는 ‘보도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온라인 검색을 해보면 알겠지만, 식욕 폭발이 백신 부작용이라는 괴담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었다”며 “그 부분을 팩트체크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알리는 게 보도 가치가 없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조회수를 염두에 둔 기사 작성 아니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를 보도했으니 당연히 조회수와도 연결되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보도 취지는 사람들이 백신 반응을 오해하고 있으니 그걸 전문가에게 물어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를 다음날 팩트체크로 반박·부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①·② 결론이 다른 것이 아니다”라며 “기사에 ‘팩트체크’를 붙이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기자협회 등이 제정해 지난해 4월 시행한 감염병보도준칙을 보면, 언론인은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추측과 과장 보도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김명일 기자 기사가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관련 질문을 던졌다. 김 기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