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과 당시 북한의 어뢰공격 사전 징후와 첩보, 어뢰 및 적잠수함 공격 보고를 묵살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천안함 사건 규명 방송을 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입체적 접근으로 진실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와, 북한어뢰설 증거검증을 하지 않은점은 한계라는 지적 등이 함께 나왔다. 이번 방송의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그동안의 합리적 의문 제기들까지 음모론으로 둔갑시켜 입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MBC PD수첩 간판 PD이자 국내 탐사저널리스트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최승호 전 MBC 사장(현 뉴스타파 PD)은 방송을 본 뒤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극찬을 했다. 최 전 사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PD수첩의 보도는 사건 발생 이후 천안함 승조원들의 판단과 보고내용부터 대통령의 판단까지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그는 “어뢰피격 보고를 군 상층부가 누락한 과정, 속초함이 북한으로 도피하는 반잠수정으로 보이는 물체에 사격을 한 뒤 ‘새 떼’라고 보고했던 것, 결국 대통령이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배가 두 동강 날 수 있다’고까지 발언을 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며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는 조각난 천안함 함체를 통해 최원일함장이 어뢰피격임을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 전 사장은 “이 보도로 천안함사건에 대한 논란이 종식되지는 않겠으나 우리 사회가 천안함의 진실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최원일 함장의 말처럼 천안함 사건은 그동안 너무 정치화 되어 있었다”며 “그 속에서 사망 장병들의 유족과 최함장, 승조원들이 겪었을 아픔에 공감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방송을 본 생존장병들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내놓았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PD수첩 내용으로 음모론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란다”며 “특히, 이스라엘 대사를 통해 한반도에 잠수함이 온 적이 없다는 답변은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썼다(방송에서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이 없다고 했지 오지 않았다고 답변하지는 않았다). 그는 “또 무슨 요설로 선동할 지 모르지만 이땅에 음모론자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음주부터 개인 악플러들 빠짐없이 고소 예정이다. 티끌을 모으니 음모론이 태산이 되어 개인도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MBC PD수첩이 지난 15일 밤 10시40분부터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천안함 선체 잔해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이 지난 15일 밤 10시40분부터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이 천안함 선체 잔해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당시 병장이었던 천안함 생존자 최광수씨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 이전 정황부터 이후 11년 사이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한시간 남짓한 방송은 너무 짧았다”며 “이번에 방영된 방송이 새로운 사실들과 새로운 시선을 담았기에 보는 분들에겐 충격일 수도 있지만 이 방송도 여느 방송과 같이 생략된 내용이 아주 많았다”고 썼다. 그는 “군사기밀이니 하는 것들로 얘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더 많기에 여전히 안타깝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11년간 꾸준히 이야기해왔으나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들이 우리 이야기를 안듣고 진실을 외면해왔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오늘 방송과 같은 당신들에 대한 반격의 날을 기다리며 버텨왔을 뿐”이라며 “이제 이 방송이 그 반격의 시작일 뿐”이라고 썼다.

이날 PD수첩 방송제작과 취재를 한 소형준 MBC PD는 1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11년 동안 생존자들이 느끼는 것이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한다’는 말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소 PD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는 것이 청문회에 단골질문이 돼 버릴 정도로 정치권이 천안함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며 “(반대로) 진보는 천안함을 계속해서 의심해야 되는 그런 굴레에 빠지게 됐다”고 해석했다.

북한 어뢰 침몰을 부인하는 목소리와 관련해 후속보도도 준비하고 있느냐는 김종배 진행자의 질의에 소 PD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준 큰 사건이기 때문에 당연히 계속해서 관심 갖고 지켜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MBC PD수첩의 접근법에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이 같은 접근으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 추적60분과 뉴스타파에서 천안함 의혹에 대한 심층취재를 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SNS메신저를 통해 ‘최원일 함장과 승조원들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어뢰 피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을 두고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그 판단이 해군 지휘부와 합참 등으로 올라가면서 왜곡된 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천안함 사건 전에 북한의 공격 징후가 포착됐으나 묵살됐다’는 것 역시 이미 알려진 내용이나 당사자들을 만나 재확인한 부분 역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심 기자는 “전체적으로 보아 천안함 사건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송”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방송의 취지를 두고 심 기자는 “제가 추적해 왔던 민군 합조단 보고서의 부실과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군 수뇌부와 청와대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정교하게 복원하기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정한 방향으로 무리하게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된 조사보고서를 내놨다면 PD수첩이 얘기한 천안함 장병들의 고통도 많은 부분 치유가 됐을 것”이라며 “제가 만난 천안함 생존자들 역시 ‘어뢰 피격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합조단의 부실한 조사 때문에 못 믿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심 기자는 “차라리 정부가 재조사를 통해 규명할 수 있는 것들은 규명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주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역시 정치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MBC PD수첩이 지난 15일 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전종환 MC가 사건 보고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이 지난 15일 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전종환 MC가 사건 보고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문제는 이번 방송으로는 북한 어뢰설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심 기자는 “어제 방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종의 외재적 접근”이라며 “그동안 방송이 잘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았으나 여전히 내재적으로(증거검증)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송을 계기로 의문을 갖는 이들을 음모론으로 몰아 입을 막아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0년 언론3단체 천안함 사건·보도 검증위원회 책임연구원을 맡았던 노종면 YTN 기획조정실장도 16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PD수첩의 생존자 증언 보도를 새로운 기록 확인이라는 점에서 지지하며, 생존자들이 온갖 억측과 음모론, 그리고 정치적 활용으로 고통받지 않아야 하다는 입장에도 공감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PD수첩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기록이 스모킹건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의문을 음모론으로 치환해 이를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특히 수중침투 징후 첩보가 있었으나 묵살했다는 문건을 두고 노 실장은 “징후만으로 사건의 범인을 특정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이외의 증거를 찾아야 한다. 이 정도 증거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노 실장은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 제기는 북한의 배제를 뜻하지 않는다”며 “증거와 논거의 오류를 지적할 뿐”이라고 했다. 실체규명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PD수첩 유튜브 방송에 달린 댓글에도 반응은 유사하게 엇갈렸다. ‘HK’는 “천안함에 음모론이 많았던 이유는 그 당시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안했기 때문”이라며 “영상을 보니깐 그럴만 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썼다. 닉네임 ‘쫑이’는 “천안함 문제는 좌초설이나 잠수함 충돌설 이런 문제가 아닌 어뢰, 또는 우리가 몰랐던 기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고인이 돼 버린 군인들의 명복을 빌며, 생존한 군인들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과학적 증거검증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닉네임 ‘0_ aQua _0’은 “어뢰인지, 뭔지 솔직히 이거봐도 모르겠다”며 “확실한건 정치인이나 군수뇌부가 썩었다는거는 확실히 알고 간다”고 글을 남겼다. ‘빨강면장갑’도 “사고의 원인이 어뢰에 의한 것이 맞는지에 초첨을 맞춰야지 증명도 안되는 진술만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차라리 재조사를 하자는 견해도 있었다. ‘하브리’는 “모두다 납득 할수있게 현 정권에서 재조사를 해서 억울함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