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천안함’ 논란 해소는 국가와 정부의 책무다
‘천안함’ 논란 해소는 국가와 정부의 책무다
한미합동훈련 도중 발생한 비극, 미국이 관련 정보 공개해야

MBC PD수첩이 15일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11년 여 만에 최원일 전 함장과 생존자를 중심으로 북한 어뢰공격설의 전후 과정을 조명했다. 이는 사건 발생이후 천안함 생존자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증언 등을 심층 보도한 첫 번 째 보도로 주목을 받을 만 하다.

PD수첩은 50분 간 방송한 이날 프로에서 함동수사단이 발표했던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을 직접 과학적으로 검증하거나 어뢰 공격설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입증하는 내용까지 방송하지는 않았고 천안함에 대한 여러 의혹 가운데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 일부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PD수첩이 천안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첫발을 내디딘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 향후 이 사건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보도를 통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논란과 불협화음을 말끔히 해소해주기를 희망해 본다. 물론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해소는 국가와 정부의 책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휘둘려 ‘천안함’을 이용하는 것은 천안함 승무원과 그 가족 나아가 국민에 대한 심각한 직간접적인 폭력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치 않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소하려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향후 언론 등이 점검해야 하 부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점검해야 할 부분들

첫째, 천안함 사건은 그 발생이 미군이 주도한 한미해군합동훈련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라서 합동군사훈련은 실전의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당시 훈련에 동원된 한미함정 수십 척, 그리고 휴전선 상공의 대북 감시 첩보위성, 미군 정찰기 등이 파악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이 점을 생략할 경우 진상의 전모가 드러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사건 발생 당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참가 차 이지스함 등 첨단 함선 다수를 동원했다. 첩보 위성과 정찰기 등을 통해 사고 해역을 손바닥 보듯 파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껏 이 사건과 관련한 당시의 정황이나 기록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천안함과 관련해 갖가지 루머가 떠돌게 만드는 결정적 실마리의 하나가 되었다. 미국은 이후 천안함 합동조사단에 대표를 파견한 바 있는데 지금이라도 당시 미군 당국이 파악한 천안함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야 하고 한국 정부도 이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

천안함 사고 발생 당시 한미 해군력이 참가해 전개된 독수리훈련이 실시 되고 있었다. 당시 천안함이 참가한 한미 합동훈련에는 미 해군 이지스함 2척과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 한국 해군의 최신예 전투함인 최영함, 윤영하함과 2함대 배속 함정도 동참했다. 이들 함대는 대함 및 대공사격, 해양 차단 작전 등 다양한 해상 훈련을 벌였다 (연합뉴스 2010년 3월26일, 뉴시스 2010년 3월29일). 미국 이지스함은 사고 당시 서울에서 약 90km 떨어진 평택 항 부근에 있었다. 이는 사고 당시 천안함이 이지스함의 레이더 추적 거리인 190km 안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북한 잠수함(정)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면 작전 이후 소속부대로 귀환할 때까지 이지스함의 추적을 피했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사고 당일 불과 120㎞ 떨어진 곳에서 잠수함 탐지능력이 뛰어난 대함초계기(P3C)와 링스 헬기, 주한미군의 최첨단 U-2 정찰기가 대잠수함 훈련을 하고 있었다(경향신문 2015년 11월28일).

한편 독수리훈련 직전에는 키 리졸브 연습이 3월2일부터 2주간 미 합참의장 책임 하에 미 태평양 사령관이 지휘로 열려 미군 8천6백여 명과 한국군 만여 명이 참가했고 미국 연안전투함인 포트워스호가 처음으로 참가해, 공해상에서 사격 훈련과 통신 교환 훈련 등을 수행했다(http://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0511).

‘북한의 스텔스 잠수정이 이지스함의 탐지 기능을 완전 무력화하고 최첨단 어뢰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가설은 이 같은 배경에서 제기되었다. 이 가설이 진실이라면 세계 무기 시장에 대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하지만, 지난 10년 간 그런 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지스함은 반경 190km 지역의 200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최신 전함으로 현재 전 세계 5개 국가가 1백 여 척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이지스함이 서해상에 3척이나 있었는데도 두 척의 잠수 물체가 최대 수일간 이동하고 공격 어뢰까지 성공적으로 발사, 원대 복귀했는데도 탐지나 추적을 하지 못했다면 이지스함을 생산하는 미국의 군수업체로 세계 2위인 록키드 마틴사는 큰 타격을 받아야 했고 북한의 잠수 물체 제조 기술은 세계 최첨단 수준으로 인정받아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의 명예가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국토방위를 위한 임무 수행 과정에서 희생되거나 피해를 당한 장병들에게 한 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점에서 살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사건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나온 유엔안보리와 아세안포럼(ARF)의 의장성명과 그 내용이다.

두 국제기구의 의장성명은 두 가지 점에서 아쉽다. 먼저 의장성명이라는 형식은 확실히 검증된 사안이 아닌 경우 취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그 성명 내용도 한국정부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과 북한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을 나란히 실어놓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사건의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채 베일에 가려지는 내용으로 이럴 경우  국제적으로 미제사건으로 분류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의 진상을 완벽하게 규명해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고 누가 보아도 확실한 것으로 밝혀야 했고 유엔 안보리 등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을 인식시켜야 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너무 막중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의장성명 가운데 천안함의 외부 공격을 표현한 조항을 짜깁기 하는 식으로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된 이상 누가 보아도 딱 부러진, 확고한 증거 등을 내놓았어야 했지만 남측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0년 7월9일(현지시각)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장성명을 채택·발표했다. 그 성명의 주요 뼈대는 △사고원인 제공자는 언급치 않고 △남북한의 상반된 주장을 담았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강조한 것이다. 유엔 무대에서 손가락질하는 남북한의 주장을 여과 없이 담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과 힘의 구도가 반영된 내용이다.

천안함 침몰은 ‘공격’(attack)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면서도 ‘공격의 주체’는 명시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한국·미국·일본 쪽과, 그런 규정을 거부하는 북한·중국·러시아 쪽의 입장을 외교적으로 절충한 어정쩡한 내용이었다. 각자 유리한 대로 ‘이중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안보리 의장성명은 다분히 국제정치적 해법이라는 측면이 있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논의는 일단락 될지언정,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밝혀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https://www.ncnk.org/sites/default/files/content/resources/publications/UNSC_Cheonan_Statement_July_2010.pdf)

그러나 이 성명의 이면에 담긴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천안함 사고원인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국제기구에서 천안함 사고는 원인 불명이라는 점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안보리 성명이 나온 17일 만인 7월 26일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포럼(ARF)도 의장 성명으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과 유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포함해 27개 국 외무장관이 참석한 이 포럼은 천안함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그 가해자로 북한을 지목하지 않은 채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을 뿐이다(http://english.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7/26/2010072600305.html).

세 번째 이 사건으로 남남 갈등이 심화되고 오늘날까지 그것이 지속되면서 큰 피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가장 괴롭고 억울한 사람들은 바로 천안함 생존자나 사망자 및 그들의 유가족들이다. 한국 사회가 수많은 장병이 희생된 사건을 놓고 티격태격한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볼 때 큰 비극이자 불행이다.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그러나 되돌아보면, 이명박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전혀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는 여러 행사를 벌였고 다수 언론은 그것을 증폭시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론을 내면서 대북 적개심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정국이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가 취해지고 명맥만 유지되던 민간차원의 남북 교류는 완전 차단되면서 대북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반발도 뒤따랐다. 하지만 남측 정부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물밑 교섭에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북한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고 구걸하는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미디어오늘 2012년 3월26일). 문재인 정부는 이런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

10년 전 사건 발생과 원인규명 노력, 문제점들

2010년 3월 26일 밤.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쪽 해역에서 시속 2노트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승조원들은 휴식과 운동을 하던 중이었다. 밤 9시22분  배가 크게 흔들리면서 기울어졌다. 9시28분 포술장은 평택 2함대 상황반장에게 “천안인데 침몰됐다. 좌초다”라고 처음으로 보고했다. 9시30분 함장과 포술장이 갑판으로 나왔을 때 천안함은 오른쪽으로 거의 90도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배의 중간 이후 부분이 물속에 가라앉고 사라진 배 후미와 함께 장병 46명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 한국군은 대잠수함 작전용 헬기를 현장에 급파하고 부근 구축함에서 서해 NLL 부근에 실탄 사격을 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렇다면 당시 사고 해역 주변에 있던 한미 군함 등도 북한군의 침투와 공격 가능성에 즉각 대응한 조치를 취했을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군인이 아니라 해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초적인 군사지식이지만 이에 대해 국방부는 침묵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3월29일 오전 열린 민주당 긴급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보고 자료를 통해 사고 원인을 △잠수함의 어뢰공격 △반잠수정의 어뢰공격 △탄약고 폭발 △기뢰에 의한 피격 △암초에 의한 좌초 등 5가지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의 5가지 가능성 가운데 4가지는 폭발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암초에 의한 좌초, 즉 폭발과는 무관했다. 사고 직후 국방부는 생존 장병의 외부 접촉 금지 등의 의혹을 자초했으며 외부공격에 의한 사고로 단정 짓는 식으로 정보 제공을 집중했다(연합뉴스 3월27일). 이명박 정부는 사고 초기부터 ‘단호한 대응’이라는 슬로건을 정부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식으로 북한 원인설의 불씨를 지속적으로 지피는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3월29일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침몰 사고 원인을 놓고 북한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고에 그 어떤 나라도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선체 자체 외의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0년 03월29일).

이명박 정부는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 전문가 24명으로 민간·군인 다국적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구성해 침몰 원인을 조사했다. 합조단은 5월 20일 북한의 130톤 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1.7톤급 중어뢰가 천안함 밑에서 터지면서 강력한 충격파와 버블제트로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고 발표했다. 합조단은 그 증거로 해역에서 발견된 어뢰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공개했다. 특히 이 어뢰 추진부 뒤 안쪽에 있는 ‘1번’이라는 표기가 결정적 증거라고 합조단은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천안함 사고의 책임을 북한에 물으려면 위해를 가한 폭발물, 폭발물 발사 주체에 대한 물증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국제법상의 상식이다. 남측은 폭발물로 어뢰를 제시했지만 북측 함정이 어떻게 침투해서 작전을 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한미 해군함정 다수가 주변 해역에 포진해 작전 중이었고 미군 첩보 위성, 정찰기 등이 작전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증거를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은 극히 부자연스럽다. 국방부는 천안함을 폭침시킨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어뢰에서 사고 발생 이전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조개껍질이 뒤늦게 발견되자 이것도 파손해버리는 비상식적인 일을 저질렀다.

국방부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세계 최초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세계 무기체계의 역사가 바뀔만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쟁쟁한 군사강국이 한 번도 성공치 못한 기술력을 북한이 실전에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군사강국들이 어뢰시스템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직면한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군사강대국들이 그런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징후도 없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다국적 조사단의 발표 내용은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서해 NLL 지역의 최첨단 한미 해군합동 훈련 기간 동안 수일간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북 잠수함과 잠수정 등이 공해를 통해 사고 해역으로 잠입해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잠수함이 그 추적 등 방어대책이 어렵다면서 북한 잠수함 등이 기지를 이탈한 것은 파악했으나 남쪽으로 침투한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잠수함이 운항을 하거나 전파를 발송하면 구축함 등에 쉽게 적발된다는 기존의 상식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즉 북 잠수함, 잠수정이 종래의 방식대로 장거리를 운항했다면 이는 당시 작전 중이던 한미 해군의 거미줄 같은 잠수함 음향탐지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고를 유발한 물리적 원인이 어뢰라는 것인데 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주요 부분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고 유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발표도 단순한 추정만을 제시했을 뿐 아무런 구체적 자료가 없다. 결국 조사 결과 발표는 일방적인 주장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며, 천안함 사고가 국제적 미스터리라는 사실을 더욱 강화시켰을 뿐이다.

합조단의 발표과정에서 증거물로 제시된 북한 어뢰 설계도가 실제와 달라 수정 발표하는 촌극을 빚었다. 국방부는 천안함 사고 진실의 열쇠가 될 수도 있는 증거물에 대해서 객관 타당한 자세를 취하지 못했다. 즉 문제의 어뢰 스크류 구멍에 들어가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것은 엄청난 과오였다. 그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범죄행위로 지탄받을 수 있었다. 원상태를 유지해서 검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줄 의무가 있는 정부부처의 당연한 자세였다. 세계가 주시하는 사건의 진실 규명이 국가의 위상과 직결되어 있다. 국방부가 증거를 파괴, 훼손한 것은 국제적으로 한국의 국격에 똥칠을 한 것과 같다.

우선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은 남측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한 문제 및 의혹 제기가 국내외에서 그치지 않는다. 합동조사단도 계속 말을 바꿨다. 이는 합조단이 '1번 어뢰'를 바다 속에서 꺼낸 뒤 5일 만에 육안으로 검사한 결과만을 가지고 북한제 어뢰라는 식으로 발표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절단 부위에서 형광등이 멀쩡한 점, 생존 장병들의 폭발에 대한 증언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등을 깡그리 무시한 조사 결과는 유엔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거부되고 국제적인 망신을 산 주요인이 되고 말았다.
한편 정부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론을 부정확하다고 밝히고 천안함 폭침은   천안함이 어망에 걸려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하면서 배 밑바닥이 바다 속에 장치해 놓은 폭발물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발생한 비접촉 폭발(non-contact explosion)에 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http://english.hani.co.kr/arti/english_edition/e_northkorea/432230.html).

언론 3단체가 합수단 결과에 대해 검증위원회 구성

천안함 사고에 대한 초기 언론보도의 결정적인 맹점은 이 사고가 한미독수리훈련 기간 동안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점이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사고 초기 수색 및 구조 작업과 사고의 비극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을 뿐 합동훈련 도중의 사고라는 점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소설 수준의 추측성 보도가 줄을 이었다. 미국의 최첨단 이지스함이 두 척이나 동일한 훈련에 참가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그 원인 등에 대한 탐색이 다각도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언론은 이런 점을 철저히 외면했다. 미국도 사고 초기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기자협회, 한국프로듀서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3개 언론 유관단체는 ‘천안함 조사 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정 사건과 관련해 언론 유관기관이 합동 검증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미디어오늘 2010년 11월5일). 하지만 국회 특위도 밝히지 못한 진실을 강제력 없는 언론 검증위가 규명할 수는 없었다.

언론 검증위는 2010년 6월4일 △해군전술지휘통제 시스템 기록과 교신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점 △증거의 보고인 가스터빈실이 정부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점 △버블제트에 의한 물기둥 발생 시뮬레이션을 미완성 상태로 발표한 점 등을 들어 “정부와 군의 조사 결과 수준은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간 중심의 객관적 검증기구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재규명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 사법조치로 대응했다. 김용옥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보수단체로부터,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한 해군 대령으로부터 고소당했다. 천안함 민간조사위원으로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고소했다. 국방부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 진상 규명 내용과 관련해 오늘날까지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에 대해 정부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즉 △미국과 한국의 최첨단 이지스함 등 다수 군함이 포진한 상황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이 무사히 도주했다는 군 당국의 추리는 일반적인 군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 △사고 해역은 잠수함 운항이 자살행위라 할 만큼 악조건이라는 점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는 상황에서 배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 가운데 폭음에 의한 고막 파열이나 물기둥에 의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천안함 파괴 상태가 재래식 어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어뢰에 붙어 있던 조개껍질이 천안함 사건 발생이전에 부착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 등이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다국적 조사단의 발표가 있은 후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이나 유언비어는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정권이 두 번 더 바뀌고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사건은 진상규명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은 명예훼손 재판을 수년째 받았고, 그런 상황에서 법정 증언대에 선 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은 이를 외면했다. 현 정부 고위당국자들도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공식석상에서 밝히고 있다.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 6월15일 MBC ‘PD수첩-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방송 갈무리

정부 ‘천안함’ 국정조사하고 미국에 관련 정보 요구해야

천안함 사건에서 군 지휘부와 정치권의 무능, 무책임이 무더기로 들어났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문제는 뒷전에 가려진 채 ‘북한이 아니면 누가 했겠어’라는 식의 안보교재, 안보 잣대로 등장했다. 국회에서 열리는 공직자 청문회에서 ‘천안함 침몰은 누구의 소행인가’라는 질문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검증하는 기준이 되어 ‘북한 소행이다’라고 답변하지 않으면 사상을 의심받고 심지어 종북으로 매도된다. 2011년 6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는 이유로 인준이 부결됐다. 당시 야당 문재인 대표도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정부 발표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돌아섰다. ‘천안함’은 21세기 사상검증 도구가 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신상철씨의 진정에 따라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 안건을 상정하자 전사자 유가족들은 “2010년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으로 확정한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가 왠 말이냐. 나라가 미쳤다”고 강력 반발했다.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 전준영 회장은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반발하는 등 여론이 들끓자 규명위는 지난 4월 임시회의를 열고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 안건을 각하하고 위윈회 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의 전사 장병 유족, 생존 장병들과 국민께 큰 고통을 드려 송구하다”며 사퇴했다.

최원일 전 함장은 지난 10일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켰다”고 방송에서 막말을 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최근에도 천안함 명예회복을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는 지난 14일 첫 공개 행보로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고 윤석렬 전 검찰총장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다. 천안함 사건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칫 정치적 이슈로 등장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국가, 정부가 나서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현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공명정대한 재조사를 통해 희생된 46인 장병이 미제사건의 희생자라는 불명예를 씻어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를 위해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천안함 사건 당시 미군이 파악, 입수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유엔안보리 등 국제기구의 대응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합수단 결론과 다른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의 방안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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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가 2021-07-16 11:50:27
정말 좋은 논평입니다.

장윤종 2021-06-16 21:11:01
한주호 준위 돌아가신 제3의 부표도 있습니다. 거기에 잠수함 작전하다 돌아가셨다는 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