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아파트 신축현장 안전관리에 소홀해 하청업체 노동자 정순규씨를 추락사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JM건설 이사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4단독 서근찬 판사는 16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진 김아무개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권아무개 JM건설 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 판사는 경동건설 안전관리자인 백아무개씨에겐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하청인 경동건설과 JM건설 법인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2019년 10월 부산 남구의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층 비계위로 올라 일하다 추락한 채 발견됐다. 정씨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추락 현장 목격자는 없었고, 사측 안전 관리자들은 정씨가 사다리를 오르다 1~2m 지점에서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부산경찰청은 과학수사연구원 조사결과를 토대로 4.2m 지점에서 추락했다고 추정했다. KBS 시사직격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 사진을 보고서 최소 8가지 안전규정 위반을 발견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검찰은 원하청 이사와 원청 안전관리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공소장에 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2m 높이에서 추락했다고 추정하는 한편 3가지 안전규정 위반만을 명시했다. 검찰은 원하청 이사에 각 징역 1년6개월을, 원청 안전관리자에겐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경동건설 고 정순규씨 산재사망 1심 선고 직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족 제공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16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경동건설 고 정순규씨 산재사망 1심 선고 직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족 제공

재판부는 이날 양형 이유를 밝히며 ‘피해자의 과실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서 판사는 “(원청 경동건설이) 하도급 주더라도 현장 관리감독 없으면 주의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 안 된 점을 참작하되, 사고발생 경위가 목격자는 없지만 일부 피해자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2시께 선고공판이 열릴 즈음 법원 직원이 방청객 가운데 정씨 유족 가운데 한 명만 빼고 퇴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씨 유족들이 항의하자 서 판사는 유족 3명만 방청하고 기자들은 방청하도록 했다. 이후 2시25분께 경동건설 측 피고인 2명이 법정에 도착했다.

법원 측은 유족 퇴정 요구 이유로 코로나19 방역을 들었으나, 부산지법 동부지원 총무팀은 통화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이미 좌석 거리두기 장치를 해뒀기에 따로 방청인원 제한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부산운동본부는 이날 선고 뒤 동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씨의 유족 정석채씨는 “결과는 참담했다. 지금까지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의 예상대로 솜방망이 판결이었다”며 “앞으로 아버지 사건에 대해 경동건설의 주장대로 되게 두지 않겠다. 검찰이 항소하게끔 유족의견서를 제출하고 3심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부산지역 토착기업인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정순규님 사망사고에 대해 부산지역의 언론의 관심은 너무나 미미하다. 부산지역 언론사들의 더 많은 관심과 취재, 보도를 요청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