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다, 선량하다, 좋은 사람, 친절한 사람, 멋쟁이, 예의 바르다, 미소가 해맑다, 특종 기자, 훌륭한 기자, 흐트러지지 않는다, 교육 전문 기자, 신사, 든든한 사람, 점잖다, 올바른 인품을 가진 사람….” 동료들은 안석배 전 조선일보 기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6월14일 조선일보 기자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를 떠나보냈다. 안석배 전 기자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1월 공채 34기로 입사했다. 조선일보 편집부, 경영기획실, 사회부, 사회정책부, 논설위원실 등에서 근무했다. 안 전 기자는 많은 시간을 사회정책부 소속 교육 담당 기자로 기사를 썼다. 그리고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3일 발간된 ‘따뜻한 빛이 된 당신을 마음에 담습니다’ 책.
▲지난 13일 발간된 ‘따뜻한 빛이 된 당신을 마음에 담습니다’ 책.

안 전 기자는 사회정책부 소속 교육 담당 기자로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드러내는 기사를 보도했다. “2013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3명 중 1명은 특목·자사高 출신” “2013학년도 전국 2343개 고교별 수능성적 분석” “‘성폭행’ 뺀 거짓 추천서… 成大, 입학취소 검토” “왕따 폭력 보고서” “한국 학생들의 욕설 실태” 등.

▲2012년 3월7일자 조선일보 1면. 고 안석배 기자가 쓴 기사. 사내에서 좋은 기사로 뽑혀 수상했다.
▲2012년 3월7일자 조선일보 1면. 고 안석배 기자가 쓴 기사. 사내에서 좋은 기사로 뽑혀 수상했다.
▲2013년 11월6일자 조선일보 12면. 고 안석배 기자가 쓴 기사. 사내에서 좋은 기사로 뽑혀 수상했다.
▲2013년 11월6일자 조선일보 12면. 고 안석배 기자가 쓴 기사. 사내에서 좋은 기사로 뽑혀 수상했다.

안 전 기자의 대학 동기인 장용석 연세대 교수와 이인열 조선일보 경영기획부장이 주도해 그를 추모하는 가족, 조선일보 동료, 동네·대학 친구, 교육계 사람 등의 글을 받아 ‘따뜻한 빛이 된 당신을 마음에 담습니다(사랑하는 안석배 기자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편지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책 발간을 위해 힘쓴 이인열 부장은 15일 미디어오늘에 “안석배 선배는 주변에 정말 좋은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이다. 발인 날 조선일보 앞에 운구차가 왔다. 정말 이른 시간으로 기억한다. 오전 7시 새벽 시간, 100명 넘는 사람이 회사에 나와 그를 배웅했다”고 말한 뒤 “책을 비매품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했었지만 혹시 누군가 읽고 따뜻한 마음을 나눴으면 해 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18일자 조선노보.
▲지난해 6월18일자 조선노보.

책의 첫 추모글을 쓴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반듯한 사람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한다. 그런 안 부장이 우리 사회 격동기에 편집국 사회정책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노심초사하며 건강을 해쳤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썼다. 최보식 전 선임기자도 “그가 사회정책부장이 됐을 때 너무 착해서 업무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했다. 박두식 전 편집국장도 “편집국장 시절 내우외환으로 흔들리던 사회정책부 부장 적임자로 그를 먼저 떠올리게 된 것도 고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를 떠나보낸 후 너무 자주 무거운 짐을 안겼던 것 아닌가 하는 자책을 하곤 한다”고 술회했다.

김광일 논설위원은 그를 가리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가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2019년 가을,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떴다는 비보를 듣게 된 2020년 초여름,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가 꼭 돌아올 줄 알았다. 아직도 내 등 뒤가 허전하다”고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선후배 사이인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여기서 4년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비관적인 생각에 입학하자마자 어렴풋이 재수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로 그 무렵 안석배 선배를 비롯해 좋은 4학년 선배들을 만났다. 편협하지 않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학식 아니라 학교 밖 맛있는 밥 잘 사주는, 그야말로 계속 알아가고 싶은 선배들 덕분에 재수 생각은 완전히 접었다”고 썼다.

그와 공군 생활을 같이 한 선주성 조선비즈 기자는 군에서 그를 처음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선주성 기자는 “진창이 된 머리를 깎기 전 목욕탕에 대기하고 있을 때 안석배를 처음 보았다. 그와 나는 같은 2구대 소속이었다. 나와 그의 30년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만난 그 순간, 모두가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은 눈에 띄었다”며 그를 떠올렸다.

안 전 기자가 고인이 된 당시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성모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기자는 지난해 6월18일 고인을 위한 ‘조선노보’를 제작했다. 김성모 기자는 “존경하는 선배를 버팀목 삼아 조선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해왔던 제가, 지난 6월 노조위원장으로서 선배 별세 노보를 만들어야 했던 사실은 아직도 너무 괴로운 기억이다. 정말 상상할 수도 없던 그 시간이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직도 전화기에서 안 선배 전화가 울려올 것 같고, 메신저에서 ‘잘 지내지’ 말 한마디 건네실 것 같은데 더는 그 목소리 듣지 못해 참으로 그립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