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들이 젊은 사람 흉내내기에 바쁘다. 이는 ‘이미지 변신 시도’로 기사화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등의 보도를 보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30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금목걸이에 선글라스, 가죽 재킷 차림으로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틱톡’ 계정에 올릴 영상 촬영 중 (지지자들로부터) 사진이 찍혔다”며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 중이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브레이브걸스의 곡 ‘롤린’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세대교체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자 박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당시 춤 영상을 함께 만든 틱톡 크리에이터들을 불러 ‘박용진 롤린 사건의 전말’이란 영상을 또 올렸다. 이후에도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젊다”고 말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롤린 춤을 추는 모습. 사진=박용진TV 갈무리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롤린 춤을 추는 모습. 사진=박용진TV 갈무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롤(LOL·리그오브레전드)파크 경기장을 찾아 프로게이머들이 앉는 게임석에서 직접 롤 게임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가 서울 종로 한복판에 있다는 것에 놀랐고, 우리 청소년들이 기량을 늘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경선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가 되겠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부캐(부캐릭터)로 ‘최메기(MEGI)’를 만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노래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신인가수로 자신을 소개한 최 지사는 기이한 복장으로 나타나 ‘당신이 귀해지는 시간’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연합뉴스는 ‘與군소주자 "튀어야 산다"…이준석 효과 띄우고 '부캐'까지’란 기사에서 “부캐까지 만들어 반전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캐 '최메기'. 사진=최문순TV 갈무리
▲ 최문순 강원도지사 부캐 '최메기'. 사진=최문순TV 갈무리

정녕 이미지 변신일까. 유권자들이 원하는 변신일까. 

박 의원 유튜브 채널을 보면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춤에 대해 어떠냐고 물었다. 아들이 ‘하지 말라’고 답했다면서도 “여의도에서는 화제가 됐으며 방송보도에도 나왔다”고 했다. 젊은 층은 고개를 가로젓지만 기사 한줄 더 나오니 괜찮았다는 뜻일까. 

댓글 분위기는 기사 톤과 상반됐다. 박 의원 롤린 춤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허리 돌린다고 옳다꾸나 젊구나 하겠냐? 사고와 신념, 이에 점철된 정치적 행보로 판단하지. 더불어민주당 하는 꼴을 보면 그냥 웃어 넘겨줄 수가 없다. 허리 돌리고 있을 때냐?”, “20~30대가 제일 혐오하는 보여주기식 정치하시네요”, “롤린 춤춘다고 지지하면 그게 정상이냐”, “박용진 의원에 감정은 없는데 이거 보좌관들 빠따쳐야 한다” 대부분 이런 분위기다. 다른 주자들의 댓글도 비슷한 수준이다. 

청년들을 흉내 내고 그것을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시점에선 ‘이준석 현상’에 숟가락 얹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가 좋은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아니고 야당 정치인의 몇몇 쇼맨십을 따라하는 것은 대권주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언행이다. 

또한 이왕 이 대표를 따라할 거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이 대표의 장점으로 평가받는 것 중 하나는 불편한 사안을 피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국민적 관심사에 입장을 낸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박 의원은 좀 낫다는 평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대권주자들은 속시원하게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거나 쉬운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다. 

▲ 지난 14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게임을 하는 모습. 사진=이낙연 캠프
▲ 지난 14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게임을 하는 모습. 사진=이낙연 캠프

이낙연 전 대표는 ‘신복지’를 내세웠다. 그 내용의 구체성도 떨어지지만 총리와 당대표시절을 다 흘려보내고 왜 이제와서 신복지를 내걸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이 전 대표(출석률 47%)는 지난 1월 한국일보와 참여연대 확인결과 현직 의원 중 상임위 출석률이 300명 국회의원 중 3번째로 낮은 의원으로 나타났다. 그가 21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법안은 1개 뿐이다. 당대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종로구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아닌 정치1번지라는 지역상징성을 이용한 출세용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금 청년들에게 어필하겠다며 복장변화를 시도했는데 머리 속은 청년을 향해 ‘장유유서’를 강조한다면 국민들은 혼란스럽지 않을까. 젊은사람을 굳이 따라해야 할까. 나이와 경륜에 맞는 포용력과 안정감을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대선에 나서겠다며 한창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4차 대유행 예고시점)에서 총리직을 관둔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운 요소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금목걸이와 선글라스를 낀 모습. 사진=정 전 총리 지지자 SNS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금목걸이와 선글라스를 낀 모습. 사진=정 전 총리 지지자 SNS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본인뿐 아니라 정치를 희화화하고 반감을 부르는 행동까지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사회면을 보면 절박한 사람들 천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이사장까지 단식에 나섰고, 시민사회에선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청원에서 10만명 서명을 받았다며 법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매일 2~3명씩 산재로 사망하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에게 ‘국가적 조사 기구’를 공식 제안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도 중대재해가 자주발생한다며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다. 과로사 방지 등을 요구하며 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은 일주일째 파업 중이다. 15~16일 단 이틀 사이의 일이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갈등 최전선에 뛰어들어 조정하고 서민들 고통에 공감하려는 주자는 없다. 언론이 보도한 현장에 찾아가거나 적어도 입장이라도 표명하는 주자 하나 없다. 사실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사회적 이슈나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써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나 언행을 하는 것은 새롭지 않은 시도다. 천정배 전 의원은 지난 대선 전인 2017년 3월 MC정배라며 ‘내 이름 기억해’라는 랩을 불렀다. 그가 대선에 출마했다는 사실조차 다수의 국민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당시엔 대선이 민주당에 유리한 판이었고 개혁세력으로 바람을 탈 때였다. 지금과 정반대다.  

여당은 기득권정당, 꼰대정당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일정을 보면 죄다 사람을 동원하거나 여러 업계에 눈도장 찍는 행사다. 이를 일방적으로 사진과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뿌려 그럴듯한 이미지를 포장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감동도 없고, 공익차원의 성과도 없다. 여당 정치인들만 변하지 않고 있다. 젊은 사람이 한다는 SNS에 젊은이들 스타일로 노래하며 춤추고 있을 땐가. 

▲ 지난 대선을 두달 앞둔 2017년 3월 천정배 전 의원이 대선에 도전하며 찍었던 영상. 당시 천 전 의원은 'MC정배'라는 이름으로 '내 이름 기억해'라는 곡을 불렀다. 사진=유튜브 천정배 갈무리
▲ 지난 대선을 두달 앞둔 2017년 3월 천정배 전 의원이 대선에 도전하며 찍었던 영상. 당시 천 전 의원은 'MC정배'라는 이름으로 '내 이름 기억해'라는 곡을 불렀다. 사진=유튜브 천정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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