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12시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많이 본 뉴스 1위는 “이게 웬 신음소리? 여기자, 방송 중 성관계 생생 전파”였다. 뉴스1이 오전 10시32분에 송고했다. 이어 다음날 31일까지 이데일리,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머니투데이에 이어 조선일보와 국민일보가 같은 기사를 냈다. 같은 시각 3위는 “비행 중 옷 벗고 포르노 시청한 기장… 女부기장 ‘충격’”이라는 제목의 보도였고, 뉴스1이 오전 9시14분 송고했다. 이어 머니투데이, 파이낸셜뉴스,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이 따라 썼다.

수많은 국제뉴스 중 하필 취재차 간 클럽에서 여성 기자가 실제 성관계를 맺고, 비행기 기장이 포르노를 시청한 내용을 민영통신사가 기사화했는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본 뉴스에 오를 정도로 클릭을 유발하는 선정적 소재를 ‘국제뉴스’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골라 쓴 것이다. 민영통신사가 먼저 기사화한 것을 종합일간지 매체가 따라 쓴 것도 순전히 ‘클릭’ 때문이다. 이들이 이 온라인 보도를 지면에는 싣지 않은 것은 그만큼 함량 미달의 선정적 내용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30일 정오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 모바일뉴스 갈무리.
▲ 지난달 30일 정오 기준 포털사이트 다음 모바일뉴스 갈무리.

지난달 20일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병든 아들을 위해 뱀술을 담갔다가 뚜껑을 열었는데 튀어 오른 뱀에 물렸다는 뉴스도 황당했다. 한 인터넷매체가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MBC와 MBN 등 방송 전파까지 탔다. 관련 뉴스는 중국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인데 출처를 따져보니 4월 대만에서 비슷한 뉴스가 나왔지만 사건 발생 시기는 불분명하다. 뉴스를 검색하면 2013년부터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이 뉴스는 출처와 근거가 부정확해도 일단 보도하고 보는 ‘클릭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뱀술 사건은 언젠가 또다시 포털을 장식할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 국가 시의원 복장 노출 논란도 굳이 ‘논란’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사진을 걸어 결국 클릭을 유도하는 보도다. 일명 ‘사진팔이’다.

국제뉴스 보도 기준은 무엇인가. 국제 소식을 통해 국내에 시사점을 던져준다거나 국제이슈를 해설해 ‘알아야 할 지구촌 뉴스’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선정성에 기대 포털 조회 수 챙기기가 목적인가.

아무리 수익이 날지라도 매체 스스로 이 뉴스를 올리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와 다르지 않다. 물론 포털 알고리즘이 선정적 소재의 국제뉴스를 거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 유독 포털 많이 본 뉴스에 선정적 소재의 국제뉴스가 올라가는 문제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언론과 포털 모두 도긴개긴이다. 가치 있는 해외 뉴스를 번역해 소개하고 쟁점을 가려 제대로 분석만 해도 독자들은 언론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 스마트폰 뉴스. 사진=gettyimagesbank
▲ 스마트폰 뉴스. 사진=gettyimagesbank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언론과 저널리스트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나쁜 저널리즘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은 이상 우리 언론은 진흙탕 속을 허우적댈 것이다. 좋은 저널리즘은 현장을 천착한 것이어야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3년 동안 가정집 청소부부터 월마트 매장 직원,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 체험하고 책 ‘노동의 배신’을 썼다. 미국 29개 주에 이어 2007년 연방정부까지 최저 임금을 인상했다. 에런라이크는 “분노하지 않으면 저널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국사회에서도 저널리즘의 좋은 롤모델이 나올 때가 됐다. 나쁜 저널리즘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좋은 저널리즘을 살려야 할 때다. 포털 뉴스 배치 중단이나 미디어바우처 제도 도입 논의를 좋은 저널리즘과 나쁜 저널리즘을 구분해주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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