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그라운드에서 돌연 쓰러진 축구선수와 이어진 심폐소생술 장면 등을 그대로 중계했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덴마크 국가대표 크리스티안 에릭센(Christian Eriksen)이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장면 등을 끊지 않고 생중계한 것이다. 

앞서 13일(한국시간) 에릭센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전반 42분쯤 갑자기 쓰러졌다. 

의료진이 투입된 후 에릭센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에릭센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팬들은 에릭센의 쾌유를 바라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13일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최종전에 나선 손흥민 선수도 페널티킥에 성공한 후 에릭센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에릭센과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인 토트넘에서 함께 뛴 적 있다. 

경기 당일 에릭센이 쓰러진 장면과 그 이후 심폐소생술을 받는 장면, 충격을 받은 에릭센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 모두 BBC를 통해 중계됐다. 동료 덴마크 대표 선수들은 에릭센이 쓰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그의 주위를 원모양으로 둘러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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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대표팀 선수들이 쓰러진 에릭센의 모습을 가리지 위해 주위를 둘러싼 모습. 사진 출처=BBC 뉴스. 

이에 BBC가 중계를 끊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BBC 스포츠 트위터 계정(@BBCSport)가 “에릭센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트윗을 올리자 “구급차가 오는데도 계속해서 촬영하는 것이 놀라웠다”, “선수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장면과 아내가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을 찍었다. 부끄럽다”, “해당 장면을 잘라냈어야 했다”는 답글이 달렸다.  

BBC는 결국 사과했다. BBC 기사를 통해 BBC 대변인은 “BBC의 모든 사람은 에릭슨이 완전하게 회복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방송 영상에 화가 난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BBC의 관련 기사.
▲BBC의 관련 기사.
▲위 기사의 내용 중 일부. BBC의 대변인이 사과를 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출처=BBC 홈페이지.
▲위 기사의 내용 중 일부. BBC의 대변인이 사과를 전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출처=BBC 홈페이지.

이날 중계방송 해설을 맡았던 BBC 스포츠 해설위원 게리 리네커(Gary Lineker)는 자신의 트위터(@GaryLineker)에서 “여러분들이 어떤 이미지들이 보인 것에 화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우리도 그랬다)”라며 “중계방송 영상은 대회를 주관하는 호스트(유럽축구연맹)가 송출하고 우리는 통제할 수 없었다.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25년간 했던 일 중 가장 어려운 해설이었다. 함께 해준 이들에게 고맙고 에릭센이 어서 낫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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