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팀이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11년 만에 천안함 생존장병들의 육성과 최원일 함장의 인터뷰와 미공개 비망록 등을 토대로 천안함 사건을 방송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 12일 MBC PD수첩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 게시한 예고편을 통해 오는 15일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을 방송한다고 내보냈다. PD수첩 제작진은 지난 2010년 사건 직후에 한 차례 방송한 적이 있으나 11년 넘게 단 한 차례도 다룬 적이 없었다.

제작진은 천안함 사건을 ‘피격’사건으로 규정했다. 예고편을 보면 가장 먼저 보여준 자막은 ‘2010년 3월26일 천안함 피격’이었다. 제작진은 예고편에서 천안함 전탐부사관, 부함장, 통신장, 말년 병장이라고 소개한 생존장병을 각각 등장시켰다. 이들은 “해군내에서 저희는 패잔병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해군대령)이 11년만에 입을 연다면서 최 전 함장이 “이 문서를 파기 직전에 구해서 최초로 보여드리는 겁니다”라고 자신이 작성했던 비망록 일부를 잠깐 방송화면에 내비쳤다.

최 전 함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비망록에는 “이 기록은 사고이후 나의 경험에 대한 사실과 심정에 대한 기록임” “(노란 포스트잇은 3.30 기록) 먼 훗날 천안함의 한생을 위해….-16대 천안함장 중령 최원일-”이라고 표지에 작성돼 있다.

MBC는 예고편에 보인 최 전 함장의 비망록 내용 중엔 “청와대 비서실, 격려금 500만원…최초 해본에 주었으나 함대 해본 보고지시”, “바다보면 가슴아프고 배에 있으면 소음에 놀란다. 눈 감으면 실종 애들 보인다. 괴롭다. 살아있다는 것이” 등등의 기록 조각들을 방송했다.

▲MBC PD수첩이 오는 15일 방송예정인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MBC PD수첩이 오는 15일 방송예정인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방송 갈무리

 

최 전 함장은 또 “22시05분~23시02 장관님 방문 - 격려 설명”, “그 당시 상황 그려라. 기관장”, “상황설명, 기자인터뷰 대비해라”, “어뢰 맞은 것 같다고 하니까 난색” 등을 기록한 것으로 예고편에 방송됐다.

예고편에 나온 비망록을 보면, 최 전 함장은 “2010년 3월26일 21시경 CPO실 MCR 승조원 식당, 기관부침실, 중사휴게실, 후타실 순찰후”, “21:20경(기억 잘 안남) : 함장실 들어와 컴퓨터, KNTDS 확인. 책상 의자 앉음. 기상 보고 소리 들음”이라고 썼다. 그는 “약 5분후 : ‘쾅’ 충격음 몸이 30~40cm 날면서 소테이블 탁자에 왼쪽 이미 부딪힘, 1~2초간”이라고 기록하면서 당시 심정을 두고 “놀람. 우리 승조원 가족생각 이제 죽는구나! 어치?) 정신 잃고 천정에서 ‘함장님’ 부르는 소리 청취”라고 기록했다.

예고편에서 어떤 생존장병은 “진실을 얘기하는데 눈치 볼 거 없다”고 말했다.

예고편 내용과 여기에 등장하는 생존장병만 보면, MBC PD수첩이 이들이 주장해온 북한소행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천안함의 진실로 방송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을 본 뒤에 판단하도록 하자고 답했다.

한학수 MBC PD수첩 CP(책임프로듀서)는 13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 및 SNS메신저 대화를 통해 왜 11년만에 방송하게 된 계기를 두고 “천안함 함장의 전역을 계기로 그동안 법정에서만 공개되었던 천안함 장병들의 증언을 담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송하지 않다가 11년만에 다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뭐였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 CP는 주로 천안함 정부발표 내용이 맞다는 결론을 내는 방송이냐는 질의에 “그것은 방송을 보고 얘기하자”고 답했다. 한 CP는 “천안함의 진실을 한 방송에서 다 규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진실로 다가가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노력으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MBC PD수첩이 오는 15일 방소할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갈무리
▲MBC PD수첩이 오는 15일 방소할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MBC PD수첩 갈무리

 

천암함 정부발표에 관한 의문점도 소개하느냐는 질의에 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이나 음모론은 너무 종류가 많고 다양해서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일부 대표적인 관련 내용은 방송에 나온다”며 “이명박 정부가 허술하게 당시에 발표한 부분이 많아서 의혹이 많아진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11년넘게 명예훼손 재판을 진행중인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위원 등 의혹제기자는 취재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한 CP는 “이미 (신상철 위원이 주장해온) 자료가 많이 나와있다”고 답했다.

그럼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중심으로 방송하게 되느냐는 질의에 “당시 생존자들 증언조차 그동안 너무 소개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근거없는 의혹도 많았고, (반대로) 정쟁의 소재로만 활용되기도 했거나 사상검증의 소재로 삼았던 11년이었다”고 답했다. 한 CP는 “합리적인 의심에 따라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일부 유튜버 등의 근거없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은 사태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며 “사상검증이나 정쟁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시대는 넘어가자는 하나의 초석, 한걸음 더 나가보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MBC PD수첩 방송이 천안함 진실에 관한 재조사의 필요성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북한 어뢰 소행이라는 합조단 정부발표를 생존자의 입을 빌어 합리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한 CP는 방송을 보고 얘기하자고 답했다. 한 CP는 “방송을 보고 판단해주기 바라고, 합리적인 의심의 영역에서 풀리지 않은 부분은 더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함께 앞으로 진실을 함께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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