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소식이 12일 아침신문 1면에 올랐다. 다수 신문이 이 대표 당선을 ‘한국 정치 일대 사건’이자 정치권 세대교체와 보수 쇄신 ‘불씨’라고 소개하는 한편, 이준석 ‘개인’보다 그 밑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보수신문은 ‘MZ세대 분노’를 내세웠고 일부 신문은 이 대표가 양분 삼았던 ‘갈라치기’ 전략을 경고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43.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70%를 반영하는 당원투표에선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5200여표 뒤졌으나, 국민 여론조사(30% 반영)에서 58.76%의 지지를 얻어 나 후보와 최종 합산 6.68%포인트 차로 선출됐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단과 질의응답에서 “제가 말한 노선이 상당히 급진적일 수도 있고 정당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식들임에도 그런 지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의 집권을 통해서 우리 편과 네 편 다수와 소수를 가르는 정치를 통해서 정치세력을 유지해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갈라치기를 심판하고 무엇보다 스펙트럼 면에서 가장 넓은 국민을 포함할 수 있는 그런 범위를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12일에 발행한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2일에 발행한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신문들은 1면을 비롯해 2~5면 등 주요 지면에 원인 분석을 내놨다. 신문들은 0선이자 30대인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가 된 데 “한국 정치사에서 큰 이변(경향신문)”이자 “헌정 사상 최초”(조선일보), “일대 사건(한겨레·한국일보)”이라 규정했다.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열망’과 ‘시민들의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이 이 대표의 당선을 낳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한국일보는 “이준석 개인의 성취만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향한 누적된 갈망, 탄핵 흑역사와 완전 결별하고 집권하려는 보수 세력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영리한 정치인을 매개로 폭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이준석 돌풍’은 국민들의 세대교체 열망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사설에선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 없는 36세 청년이 중진들을 누르고 원내 정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득권 이미지가 강했던 보수정당이 택한 변화라서 더 파격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보수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지만, 한국 정치의 전례 없는 전환점으로 매김될 만하다”고 평했다.

▲12일 경향신문 3면
▲12일 경향신문 3면

한겨레도 “안정을 추구해온 보수 지지층이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30대 청년 정치인에 ‘변화의 바람’을 투명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세대교체와 혁신을 바라는 ‘민심’의 압도적 지지와, 이준석 새 대표가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당심’의 전략적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토요일에 발행하는 중앙선데이(중앙일보)는 “정치권 안팎에선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 반응이 적잖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이 이긴 게 아니라 이준석 현상이 이겼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12일 중앙선데이 1면
▲12일 중앙일보 1면

중앙선데이는 성일종 의원의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안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 더 파격적으로, 더 확실하게 바뀌라는 야당 지지층의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얼마나 괄목할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청년 정치도 더 빛을 발할지, 망가질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그의 당선에 ‘MZ세대의 분노’란 수식을 붙였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분노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진영의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이 대표는 MZ세대가 문재인 정권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을 파고들며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첫 당직 인선에 접목시켰다.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 파격적 혁신안을 바로 공식화한 것”이라고 했다.

▲12일 동아일보 3면
▲12일 동아일보 3면
▲12일 조선일보 1면
▲12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도 1면 부제로 ‘MZ세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고 강조하며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은 보수층, 특히 젊은 층의 변화와 정권 교체 열망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과 보수 지지층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도 했다.

‘분열의 에너지’, ‘극우 포퓰리즘’ 전면화할까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그의 당선이 ‘갈라치기’ 또는 우익 포퓰리즘을 양분 삼았다는 우려도 내놨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의 승리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비롯한 분열적 에너지를 양분 삼았고, '공정은 곧 능력주의'라는 세계관을 드러냈다. 이준석식 성공 방정식이 확산되면 ‘트럼피즘’과 ‘극우 포퓰리즘’이 한국사회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가 ‘마이너스의 정치’를 ‘플러스의 정치’로 바꾸지 못해 정치 지도자로서 실패한다면 간신히 동력을 얻은 세대교체 바람이 꺼질 것이다. 이 대표가 보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12일 한국일보 1면
▲12일 한국일보 1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반페미니즘과 경쟁지상주의 등 이 대표가 내세우는 일부 가치를 두고는 ‘남녀 갈라치기’ 또는 ‘보수 가치의 퇴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대 중에 별다른 비전이나 정책 제시 없이 ‘여성·청년·호남 할당제 폐지’ 등과 같은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책임 있는 국정 파트너로서, 정책과 비전과 메시지로 야당의 수권능력을 평가받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세대교체란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이 대표로선 향후 기성 정치인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가 과제로 주어졌다”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젠더 논란’ ‘능력주의 논란’은 이 대표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12일 한겨레 사설
▲12일 한겨레 사설

한편 조선일보는 3면에 이 대표가 주장해온 “핵심 가치”를 정리하면서 ‘젠더 갈라치기’ 비판을 두고 “정치권의 금기를 깬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는 정치권의 금기를 깨면서 성별 갈등 문제를 오히려 선거 이슈로 만들었다”며 “여성과 청년 할당제 폐지까지 공약했다. 해결책은 성별이나 나이가 아니라 실력과 의지라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 대표가) 진보가 환경, 노동, 인권이라는 3대 가치로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보수의 새로운 안보, 경제, 교육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준으로 꺼내 든 것이 바로 ‘공정’과 ‘경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가 취임 연설에서 “토론 배틀을 통해 두 대변인과 두 상근 부대변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 “이는 이 대표가 생각하는 엘리트주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신문은 이 대표가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 결국엔 사회에 이득이 될 것”이라 말해왔다며 “4050세대가 잡고 있는 ‘정규직’이라는 카르텔을 깨고 2030이 실력으로 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12일 조선일보 3면
▲12일 조선일보 3면

한편 이 대표의 당선은 국민의 힘 내부의 구체적 변화도 전망된다. 중앙선데이는 “그동안 정치권에선 ‘사무총장은 3선 이상, 수석대변인은 재선 이상’ 등 관행적인 인선 원칙이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0선 중진’ 대표의 등장으로 이 원칙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대부분 ‘청년 몫’이라는 할당제에 따라 할당량만큼의 목소리만 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신문들은 그의 당대표로서 과제로 당 분위기 수습과 대통령 선거 경선 관리를 꼽았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의 일차 과제는 “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특히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논쟁’, ‘영남당 논란’ 등 당내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경향은 이준석 대표 과제를 꼽으며 “정치권 데뷔를 눈앞에 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이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공정한 경선 관리 등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편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초선인 조수진, 배현진 의원이 1, 2위를 차지했고, 김재원, 정미경 전 의원도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뽑혔다. 여성 선출직 최고위원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된 것도 한국정치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다수 신문들이 따로 기사를 내 이례적인 당내 지도구 구성을 조명했다.

▲12일 조선일보 4면
▲12일 조선일보 4면
▲12일 한겨레 6면
▲12일 한겨레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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