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직원들을 위한 이틀의 백신 유급휴가를 도입하기로 하자 조선일보 기자들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백신 유급휴가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사내 안팎으로 유급휴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자 조선일보 노보(위원장 김인원)를 보면, 조선일보는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까지 최대 이틀의 백신 유급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백신 휴가를 신청한 뒤 접종 확인서 또는 접종 증명서를 부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며 “기존 백신 접종자에게는 백신 유급휴가가 소급 적용된다. 백신을 맞고 개인 연차를 써 쉬었을 경우 연차 휴가 사용 내역을 삭제하고 백신 휴가로 바꾸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3일자 조선일보 노보에는 다른 언론사에 있는 백신 유급휴가가 조선일보에는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언론사 대부분이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 유급휴가를 확정하거나 검토하는 상황이었는데, 조선일보 사측은 직원들을 위한 백신 휴가 규정을 공지하지 않았다.

노보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A기자는 “우리만 백신 휴가가 없는 것으로 소문이 퍼져서 타사 기자들이 그 얘기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집 근처에서 백신을 맞은 조선일보 B기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일하는 중에 오한·발열 증상이 심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백신 휴가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한시름 덜었다. 같은 팀 선배도 ‘푹 쉬고 항체와 함께 돌아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이번 백신 유급휴가 도입 결정이 늦어진 점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조는 “백신 유급휴가 도입 공지가 늦어지면서 10일 오후까지도 노조 사무실에 ‘쉬어도 되는 게 맞느냐’, ‘개인 연차를 써야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 등 관련 문의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C기자는 “먼저 백신을 맞고 두통을 호소하면서 일했던 사람이 적지 않다. 구성원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좀더 신속히 나서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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