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권익위 결과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이 8일 투기 의혹을 받는 12명 의원에게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 방침을 내린 가운데,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5개 야당도 9일 권익위를 찾아 소속 국회의원과 직계 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만이 국회의원 조사 권한도 없는 감사원을 찾아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9개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 6개 신문에는 국민의힘을 꼬집는 사설이 게재됐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감사원 핑계 말고 부동산 조사 당당히 응해야
국민일보: 국민의힘, 소속 의원 투기 조사 권익위에 맡기는 게 옳다
서울신문: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근절 없이 정권 잡을 생각 말라
조선일보: 야당도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피해 갈 생각 말라
한겨레: 야5당도 전수조사 의뢰, 국민의힘 ‘쇼’만 할 건가
한국일보: 야5당 권익위 의뢰에도 국민의힘만 감사원 타령

 

▲6월10일자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6월10일자 9개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국민일보는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돼 권익위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이미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부동산 투기 등 혐의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권의 땅 투기와 내로남불만 비판할 처지가 아니다. 이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서 투기와 불법이 드러난 의원들은 출당과 고발 등 고강도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계속 고집한다면, 전수조사를 통해 소속 의원들의 투기 의혹이 무더기로 드러날까봐 겁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용구사미’ 수사 비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경찰 결론에 여러 지적이 이어진다. 일선 경찰관의 잘못을 지적한 수사 결과가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관련자 91명을 조사한 결과 외압이나 청탁을 의심할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수사관은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의 직무유기 여부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를 풍자한 6월10일 중앙일보 '박용석 만평'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를 풍자한 6월10일 중앙일보 '박용석 만평'

경향신문(경찰 “이용구 폭행 서초서 부실 수사”…윗선 개입은 못밝혀)은 “경찰이 부실 수사에 윗선 개입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은 이 전 차관이 청탁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경찰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알고 ‘셀프 봐주기’를 했다는 의심은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이 전 차관 사건 전반을 검토하면서 내사종결 처리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개입이 없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용구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하고도 인사를 진행했다고 보도(“靑, 이용구 폭행 알고도 법무차관으로 임명”)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경찰수사 공정성에 경각심 일깨운 ‘이용구 사건’)에서 “이번 사건은 일선 경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수사 공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이런 사건이 반복된다면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며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더 큰 권한을 쥐게 된 경찰은 이제 독자적 수사기관의 자격을 갖췄는지 판가름할 시험대에 올라 있음을 명심하고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6월10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위)과 한겨레 '백기철 칼럼'
▲6월10일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위)과 한겨레 '백기철 칼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겨레 편집인의 ‘백기철 칼럼’, 동아일보 대기자의 ‘김순덕 칼럼’ 등 기명 칼럼이 이를 다뤘다. 상대적인 기성세대 시각의 글로 묶어볼 수 있으나 초점은 다르다.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은 “‘8090 정치’ 시대”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준석 돌풍은 이른바 ‘80 정치’의 본격 부상을 의미한다. 1985년생 이준석의 등장은 30대와 20대, 즉 80, 90년대생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세대극복론이 구호가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준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준석의 ‘80 정치’는 ‘나쁜 정치’의 징후가 많다. 현실 정치의 성과보다는 방송을 통한 이미지 쌓기, 젠더 갈등을 이용한 편가르기 등으로 떴다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하다”면서 여성의 중첩된 고통 외면, 상위 엘리트 청년 중심의 공정론, 흡수통일에 집중된 대북관 등을 비판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로서 ‘탄핵의 강’을 건넜고, 꼰대 문화에 젖은 보수 야당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강력하다”며 “8090 정치의 쓰나미 앞에서 ‘장유유서’, ‘구상유취’의 꼰대 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 보수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난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보 쪽이 더 절실해 보인다”고 봤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이준석과 ‘10원 한 장’의 公正”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김 대기자는 “일각에선 공정 아닌 ‘경쟁’에 방점을 찍고 ‘이준석은 실력주의자’라고 공격한다”며 “이 정권처럼 운동권 네트워크끼리 봐주는 패거리주의자나 시대착오적 마오쩌둥주의자보다는 백배 낫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 뒤 ‘윤석열 대망론’을 언급했다. 김 대기자는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핵심 가치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었다” “심지어 차기 대선주자로 윤석열을 지지하는 전문가들 모임의 이름도 공정과 상식”이라면서 “불행한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은 10원 한 장의 불의도 미리 밝힐 의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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