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 및 공적책무 강화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이번 공론조사 결과를 단순히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단이 수행한 숙의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KBS의 공적책무를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22~23일 숙의조사에 참여한 209명의 국민참여단은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적정한 수신료 인상금액에 대한 답은 평균 3830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월 2500원보다 1330원 높은 금액이다. KBS 이사회는 지난 1월 이보다 10원 높은 월 3840원으로의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 상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수신료 공론화위원회 국민참여단 “인상 찬성” 79.9%]

KBS 이사회는 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청취·접수했다. 권고안 내용은 함철 공론화위 간사가 이사회에 보고했다.

공론화위는 국민참여단의 우선적인 요구사항이 △KBS의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경영사안을 책임 있게 설명하며 시청자 참여를 확대할 기반을 강화하고 △고품질 뉴스를 제작하고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사회갈등 해소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재난재해 정보를 모아서 모든 미디어와 플랫폼을 이용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 등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공론화위는 KBS를 향해 “직무재조정 및 효율적 운영과 관련된 경영 합리화와 모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공정성 강화에 대해 좀 더 즉각적이고 효율적 대안을 강구할 것”과 더불어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공적책무 확대 사업계획을 재조정해줄 것”을 권고했다. 

공론화위는 무엇보다 “2021 공론조사 결과를 단순히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참여단은 현재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공감하고 수신료 인상에도 기존조사와 다른 호의적 결과를 보였지만 KBS의 공영방송 책무 실천에는 낮은 평가를 내렸다. 이런 생각은 2차숙의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며 “공영방송의 극단적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그간 KBS에 대한 엄정한 평가, 내부쇄신 약속에 대한 인정이 이번 숙의의 가장 큰 결실”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KBS 이사회는 이날 별도 표결 없이 권고안을 청취·접수했다. 이사진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신료 심의 일정을 확정하고, 심의에 따른 수신료 조정안을 이달 중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수신료 인상은 정치적 결단” 주장으로 빈축 산 야권 추천 이사

이런 가운데 황우섭 이사는 이날 “수신료 인상은 찬반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황 이사는 “이번 공론조사는 사실상 수신료 인상을 위한 여론몰이로 기억될 것이다. 공론조사 결과에 쉽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신료 거부운동이 우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또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사실상 다수이사(여권추천)와 뜻을 같이 하는 인물들이며, 공론조사에 3억4000만원 상당의 예산을 들인 것이 ‘과다한 비용 지불’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문건영 이사는 “우리가 공론화 조사를 한 이유는 정치권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들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는 “그에 따라 시청자의 엄중한 의견을 들은 것을 다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하자는 말씀이신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청자 의견을 숙고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김태일 이사는 “공론화위원회 활동 목표는 KBS가 수신료인상을 한다면 어떤 공적책무와 조건이 필요한 것이냐, 그동안 공적책무 수행을 잘 했느냐 찾아보는 것이었다”면서 “공론조사 자체가 ‘고비용 민주주의’ 특징이 있다. 참여한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수고비를 지불한 것이 타당하느냐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형철 이사는 “우리가 정파가 아니지 않나. 나는 특정 세력 대변하고 너는 특정 세력 대변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하면서 “황 이사도 언론학자로서 학위를 받았을 텐데 학계에서 정파적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존경받는 학자들에게 어떻게 그런 험한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황 이사는 아직도 미디어연대라는 곳의 목적을 발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연대는 황 이사가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단체다. 지난해 소위 ‘검언유착’ 보도 관련해 KBS 기자들과 양승동 KBS 사장을 고발한 데 이어 지난달 양승동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황 이사는 이와 관련 “(미디어연대) 공동대표인 이석우씨가 개인자격으로 고발에 참여한 것”이라며 반론을 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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