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바람이 부는 정도가 아니라 태풍이라고들 한다. 기존 야권 지도부의 물갈이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강렬한 돌풍이 되어 몰아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국민의힘 경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야당 대표 경선이 거대 여당을 포함한 전체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도 제시된다. 두 정당 기득권층 모두 돌발한 정치권 태풍에 놀라면서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오늘날 야권에서 일고 있는 정치적 돌풍의 주역은 이준석 후보와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꼽을 수 있다. 민주당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야당 내 움직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 상황은 거대 야당 지지자들 대다수가 지난 2017년 이후 최근까지 보여준 국민의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 돌풍이 거대 여당도 포함된 기존 정치권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쳐 ‘바꿔보자’라는 유권자의 바람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확산되고 있다는 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준석, 윤석열 통일 안보에서 보수 색 들어내

이준석 후보와 함께 윤석열 전 총장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등은 앞으로 확인되겠지만 우선  통일 안보 분야에 대해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두 사람의 연대가 이뤄질 경우 나타날 노선의 방향이 대략적으로 제시됐다. 이 후보는 북한과의 통일은 흡수통일 외에 다른 길은 없으며 통일교육도 필요 없다고 확언한다고 밝혔다(미디어오늘 2021년 6월3일). 이 후보의 견해는 남북 분단이나 주변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극우적이면서 한반도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얼마 전 현충일을 맞아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 ‘천안함 괴담’에 대해 비판하면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2021년 6월6일). 천안함 사고는 국제적으로 그 가해자가 공인된 바 없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큰 비극으로 정부 조사단이 발표한 북한 어뢰정에 의한 폭침설에 대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북문제에 대해 종래 국민의힘 강경파의 경우 이념이 민족에 우선한다면서 멸공통일을 최상의 방안으로 이야기 해 왔다. 체제우위가 확인된 이상 흡수통합이 최선이고 그러기 위해 교류협력과 같은 상호공존 노력은 생략해도 된다는 논리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은 분단을 평화적으로 해소할 방안이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것은 남북이 70년대부터 평화통일을 추진한다는 선언을 여러 번 했던 것에서 그 배경이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전쟁 또는 물리적 힘으로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6·25 전쟁을 통해 확인한 학습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과거 여러 정권들이 평화적으로 교류하고 공존하면서 통일하자는 방안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다양한 남북합의들로 구체화된 바 있다.

오늘날 동북아 정세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남북관계도 얼어붙은 상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의 자주적 역할이 긴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소속이거나 그곳에 합류할 인물이 냉전시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대북 정책도 그 기본 시각에서 돌아볼 점이 존재한다. 즉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남북공존을 말하지만 북한이 정치적으로 독재국가이고 자본주의 식의 언론자유도 없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다. 북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이유라지만 남북이 마냥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지내면서 통일로 가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부부간에도 평생 싸움질을 생략할 수 없는 것처럼 개인이나 대소 공동체는 권력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남북이 겉으로는 평화, 협력을 말하지만 누가 통일 한반도의 최고 지도자가 되느냐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이고 이런 점은 서로 받아드려야 한다. 예를 들어 여야가 여의도에서 다투는 것을 생략할 수 없듯이 남북도 여야처럼 일정한 룰 속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거나 갈등하는 관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공론화해야 한다. 그 룰이라는 것이 7·4공동선언, 6·15공동선언, 판문점 선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아직 직접 정치 참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국민의힘 쪽 합류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내년 대선에 어떤 식으로 든 큰 영향을 미칠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준석 후보의 돌풍으로 국민의힘에 진입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윤 총장이 기성 정치권에 동참한 뒤 어떤 정치적 궤적을 만들어갈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가 현 민주당 정권에 의해 발탁되었다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퇴출된 모습으로 중도 퇴진한 점 등이 정치권에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현재 진행형인 돌풍의 주역 이준석 후보로 관심을 돌려보자. 그가 약진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힘은 외형상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해서 5년 만에 권토중래했다. 국민의힘은 그쪽 출신 대통령이 둘이나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공정성, 도덕성, 참신성, 개혁성을 놓고 민주당에게 공세를 퍼붓는 입장이 되었고 고 당 인적 쇄신 등을 놓고 민주당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촛불 속에서 탄핵 당한 뒤 침몰, 질식사할 것 같더니 몇 년 만에 전세를 역전시킨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부동산 파동과 조국 사태의 충격 속에서 내파(內破)를 거듭하며 헛발질을 하거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국민의힘 진영에서 지도부를 바꾸자는 돌풍을 선점한 양상이다.

민주당의 행태 -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추진 과정서 등장한 짝퉁 정당 만들어

거대 여야당의 기존 지배구조가 최근 심하게 동요하는 것은 매우 닮은꼴이다. 이는 야권의 인적 쇄신과 함께 전체 정치권의 구태 정치가 근본적으로 청산되어야 한다는 유권자의 준엄한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 두 당의 가까운 과거를 보면 오늘날의 사태는 필연적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쪽은 소수정당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추진한다 해놓고 국민의힘이 짝퉁 정당을 만드니까 자기들도 정치는 현실이라며 뒤따라 같은 짓을 했다. 국회에서 다수당 정치를 지향한다고 당헌에도 적어놓았다가 그것을 하루아침에 지워버린 것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전형적인 내로남불 이었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고 당의 가장 큰 원칙까지 헌신짝 버리듯 했던 것이다. 그렇게 말을 바꾸려 했다면 예초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추진하지 말았어했다. 더욱이  이 제도가 일부 외국에서 짝퉁 정당으로 망가진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인 것도 문제였다. 국회가 다당제를 외면한 것은 민주당 와 국민의힘 모두 책임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스라엘의 경우 그 의회 구조를 보면 참고할 점이 적지 않다. 그 나라 전체 인구가 1천 만 명이 안 되는데 의회의원 정족수 240명은 십 여 개 정당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이스라엘은 아랍권에 포위되어 있는 형편인데도 의회정치로 대처하고 있다. 의회에서 정당 간 연대 등을 통한 협치를 해나가면서 최고 권력자인 수상을 뽑는 식이다. 의회에서 수상을 뽑지 못하면 총선을 다시 해서 의회를 재구성하는 제도라서 2년 만에 총선을 네 번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개헌자하거나 의회정치 망국론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의 좋은 정치적 모델은 도입해서 시행하는 결단과 지혜를 우리 정치권은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의정활동은 지난해 총선 이후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식이었으나 여권의 거듭된 실정과 패착으로 기세를 회복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준석 후보가 최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것에 대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국가가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에 탄핵은 정당했다”는 입장을 공식화 하면서 당의 정치적 과오에 대해 교통정리를 했다. 이후 이준석 돌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최근 상황에 대해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국 사태에 따른 논란으로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민주당 대표가 최근 사과했지만 너무 늦게 한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가 되도록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과오를 인정하는데 주춤거리다가 일격을 당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일 년 수 개 월 동안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외쳤고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반론이 거세다. 즉 산 권력에 대한 사법적 옥석가리기를 저지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비등한 것이다.

오늘날 거대 여야 정당 지도부가 당면한 현실은, 정치적 머슴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 등에 대해 정치 주권자인 국민이 레드카드를 보여준 결과로 해석된다. 국민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서비스를 정치머슴들에게서 받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수년간 거대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특히 인적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는 거대 여야당의 자업자득 이라할만 하다. 민주당은 촛불 때문에 집권했다고 했는데 집권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촛불들이 다시 촛불을 들겠다고 청와대에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 6월2일 오후 부산광역시 부산벡스코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 6월2일 오후 부산광역시 부산벡스코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민주당, 국보법의 허용 공간 안주 등으로 진보 정당 정체성 약화

거대 여야 기득권층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동일한 법과 제도 속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통해 권력구조 속에 번갈아 진입하면서 체질이 비슷해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을 지적해야 한다. 내로남불, 진영논리, 아빠 찬스, 엄마 찬스에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 국민의힘 구성원은 이 사회의 지배계층이 되면서 특권은 이용하고 기회가 생기면 챙기고 누린 것은 세습시키려 하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다. 물론 두 진영의 차이는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보다 더 오래 집권했고 민주당이 진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탄압 당하던 시절이 길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정치군인과 결탁해서 국가보안법으로 진보를 때려잡는데 기여했고 오늘날에도 선거철만 되면 남북 대치 상황을 악용하기 위해 종북 몰이 카드를 시도 때도 없이 휘둘러 민주당 쪽을 압박한다. 진보는 사상의 자유라는 토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국민의힘이나 그 뿌리가 되는 정당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이걸 원천 봉쇄했거나 지금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이 1997년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내는데 기여했지만 진보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소수로 인식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라서 이 사회에서 친북으로 몰리면 끝장이라는 조건반사적 공포가 남아 있다 보니 진보로 일컬어지는 세력은 수세적 입장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은 집권 이후에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불허하는 국가보안법이 허용하는 공간에 갇혀 있게 되면서 현실을 초월한 비전을 향해 꿈꾸고 노력해야 하는, 진보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상의 자유라는 공간 확보를 하지 못했다. 결국 지배세력으로 등장한 입장에서도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전체사회의 눈치를 보게 되고 진보 정당다운 열린 공론의 장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그 결과 민주당의 정치는 국민의힘의 그것을 닮아가거나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그 선명성이 약화되었다. 진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데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민주당도 내부의 동력이나 그 건강성이 약화, 붕괴되는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진보 정당의 정체성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 국가보안법 문제를 고민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진보는 눈앞의 현실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dna를 가지고 있어서 일사불란보다 외견상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다아네믹한 활동성을 보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것은 인간의 속성이 십인십색이고 현실의 바다를 건너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방식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회에서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도 일사불란한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조국 사태를 비판한 소수의 목소리를 규탄하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이건 진보적 정당과는 거리가 먼 행태이고 조직 자체를 스스로를 병들게 만드는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정치권의 최대 과제의 하나인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현재 그대로 또는 그 강화를 외치는데 비해 민주당은 남북교류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틈새를 찾으려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한미동맹에 대해 대통령 기념사나 장관의 정책 등으로 자율적인 대북 정책을 언급하는 정도이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한미의 대북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는 증거라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국내 보수 세력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외견상 북한에 대한 유엔 및 미국의 제재 해제를 공식 요구하는 선까지 나간 적은 없고 큰 틀에서 보면 과거 국민의힘 정권과 큰 차이가 없는 안보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의 최대 현안의 하나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집권 이전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집권 이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성주에 있는 미군 사드 기지 보강 공사 지원 등에 적극적이다. 그 결과 성주 주민들과 경찰은 국방부가 사드 기지로 장비나 자재를 반입할 때마다 충돌하는 일이 벌어져 올해 들어서만 11번에 달했다. 한미동맹 준수 과정에서 미국은 팔짱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군경이 충돌하는 모습은 과거 국민의힘 정권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이른바 진보 정권이라는 현 정권의 감점 요인이 되고 있다.

재선 눈독 들이지 않고 입법 전념하는 국회 만들 방안 고민해야

거대 정당의 지배구조나 인적 자원에 대한 유권자의 문제제기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LH 사태로 분노한 민심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강제 수사권이 없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 지도부는 문제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이를 놓고 국민 눈높이 맞는 결정이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의 무더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소속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감사원은 9일 "감사원법 24조에 따르면 국회 소속 공무원들은 직무감찰의 범위에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직무 범위 밖의 일이며, 감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대처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법을 만드는 것이 본업인 그들의 태도가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즉 평등법 제정을 오래 전에 약속해 놓고도 보수 종교단체가 극력 반대하고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며 그 추진에 소극적이다. 국민의힘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정도는 더 심각하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어 사회에 정의와 진실이 흘러넘치도록 해야 하는데, 재선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소중하고 긴박한 사안이라 해도 그 입법에 등을 돌리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 사회가 되려면 누구나 차별을 당하지 않게 만드는 평등법이 급선무인데도 두 거대 정당은 외부에서 입법 추진 시 낙선 운동을 한다고 하자 소속 국회의원들 다수가 꽁무니 빼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재선에만 눈독을 들이면서 제 업무를 외면하는 것은 그 자리가 특권과 혜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국회의원 당선은 복권 당첨과 같다고 할 정도라서 국회의원은 재선에만 관심이 크고 재선하려면 당에서 공천해줘야 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의 말에 순종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의원 공천은 지역구 유권자가 전담해야 원칙인데 중앙당이 간섭하고 좌지우지 하는 관행이 굳어 있다. 이는 결국 당권을 쥔 당대표가 공천 과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국회의원이 당 대표의 지휘에 휘둘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당대표가 헌법위에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당대표 결정과 지시에 순응하는 거수기 비슷해지고 국회의원만 되면 당대표가 유권자보다 우선이 되는  데 이번 기회에 이런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에게 무한 봉사하는 직업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유럽 어느 나라처럼 비정규직 정도의 급여에 철저한 봉사를 하는 식의 처우를 해주는 방안도 심사숙고할 일이다. 국회가 철저하게 유권자, 국민에게 입법으로 봉사하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급여 등은 대폭 줄이고 비서실도 의원 개개인이 거느리기보다 국회가 상설기구로 운영하는 전문가 그룹을 전체 국회의원이 비서실처럼 활용하는 것도 검토할 일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을 그렇게 대우한다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구태를 청산하고 정상화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야당 당권 경쟁에서 돌출한 인적 쇄신 바람이 여야 정당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국회 정상화로 귀결되기를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