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쓴 것에 대해 9일 그만하겠다는 의도의 글을 올렸지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상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란을 다루는 등 사태가 커졌다. 특히 주진우·김어준 진행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행태를 공통적으로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5일 정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해산물을 올리고 “오늘도 보내는 그들 뭐라 딱히 할말이 없네. 잘가라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것이다.

해당 게시물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이 1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쓴 추모글을 패러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다. 해당 표현에 대해 과거 문 대통령 측은 “미안한 것은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살려내지 못한 때문이고 고마운 것은 우리 사회가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새로 깨닫고 거듭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표현에 지적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사진을 올리고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영어로 “Sorry”, “Thanks you”라고 썼다. 9일 현재는 이러한 게시물들이 모두 “○○○○, ○○○”라고 변경돼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왼쪽은 논란의 발단이 된 게시물. 현재는 논란된 표현이 지워져 있다. 오른쪽은 8일에 올린 게시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왼쪽은 논란의 발단이 된 게시물. 현재는 논란된 표현이 지워져 있다. 오른쪽은 8일에 올린 게시물.

비판이 계속되자 정용진 부회장은 8일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린다. 길고 편해서”라며 “그런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라고 썼다. 이어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제 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거다”라고 썼다.

문구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자 사실상 오해이지만 그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SNS소동으로 정 부회장에 대한 여론은 둘로 나뉘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센스있다”, “재밌다”, “신세계 이용하겠다”는 댓글들도 있지만 “일베가 하는 일”, “유치하다”, “이마트 불매하겠다”는 반응도 함께 나왔다. 또한 “한두번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계속 이슈를 만드시는 건 쓸데없는 오기인 것 같다. 경영과 정치는 분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반응도 있다.

정 부회장이 이제 그만하겠다는 뜻을 보이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9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관련된 비판이 이어졌다.

8일 오후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는 황희두 정치유튜버와 함께하는 ‘요즘 뭐하니’ 코너에 정용진 부회장 SNS 논란을 주제로 다뤘다. 이 코너에서 주진우 진행자는 “(처음에는) 그냥 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정 부회장이 이 표현을 반복해서 쓴다”며 “일베에서 계속 되풀이 되는 행태 아니냐”고 말했다. 주진우 진행자는 “정용진 부회장은 ‘당신 일베 아니야?’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계속 미안하다, 고맙다를 꿋꿋하게 쓰고 있다”며 “저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주진우 진행자와 코너를 진행한 황희두 정치유튜버는 정 부회장에 대한 반응을 전하면서 “최근 논란이 된 일론 머스크처럼 그런 사람을 꿈꾸는 건지 모르겠고, 개인이 어떤 정치색을 가지든 상관없지만 기업 오너가 대놓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누리꾼들과) 기싸움을 하고 조롱하는 건지 무서울 지경이라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에서 김어준 진행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SNS가 논란이다. 본인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리고 ‘미안하다 고맙다’, ‘너희들이 입맛을 세웠다’라는 표현을 쓴 뒤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며 “이것이 왜 논란이냐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썼던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것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촛불집회가 한창인 2016년 분향소 방명록에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고맙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 표현을 음식에 패러디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의 말은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고 촛불 정신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읽는 게 정상인데, 일베는 당시에도 이 ‘고맙다’에 시비를 걸었다”며 “그들에게 세월호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까지 이르게 만든 단순 해상 교통 사고일뿐”이라고 말했다. 김 진행자는 “그래서 그들(일베)은 단식하는 유가족의 면전에서 피자와 맥주를 먹는 폭식 투쟁이라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용진의 SNS는 그 인식의 연장 선상이다. 재벌이 일베를 하면 어떻게 되느냐? 그냥 일베다”라고 저격했다.

신세계 측은 해당 SNS글이 일상적인 말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 그룹 홍보 관계자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인데 확대 해석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반복해서 써서 비판을 받은 것에 이 관계자는 “그런(비판) 여론을 인식했기 때문에 8일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오해가 될만한 발언을 삼가겠다’고 올린 것으로 추측한다”며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인식했기 때문에 안경 이야기를 사용해서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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