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출신 인사를 영입한 이후 조중동 기사가 카카오(포털 다음)에서 급증했다.”

2020년 10~11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82cook의 한 글은 “조선일보 정치부장이 다음카카오 부사장까지 한답니다. 메인에 조선일보 기사 맨날 걸리고”라고 지적했다. 뽐뿌의 한 글은 “요즘 다음 뉴스 네이버 저리 가라로 심각하더군요. 조중동류 기사밖에 없고, 대부분은 조선 기사로 줄 세워져 있고요”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도 이 주장을 전했고 미디어오늘 4월 독자권익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대한 검증 요청이 있어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조중동 기사 급증했나?
 
다음의 트래픽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추세를 알 수 있다. 

우선 ’조중동‘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포털 다음이 공개하고 있는 일일 랭킹 기사 내역(20위 기준)을 종합하면 전반적으로 주목받은 기사의 랭킹을 살펴볼 수 있다. 집계 결과 누리꾼들이 조중동 기사가 크게 늘었다고 체감한 시기인 2020년 10월 기준으로 랭킹 기사 건수를 살펴보면 연합뉴스(294건), 뉴스1(190건), 머니투데이(128건), 중앙일보(102건), 뉴시스(89건), 서울신문(82건), 조선일보(66건) 순이다. 중앙일보는 4위, 조선일보는 7위로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3년 간 추이 종합. 연합뉴스 등 통신3사의 비중이 일간지를 압도하는데, 2020년 하반기 통신3사의 비중이 줄었다.
▲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3년 간 추이 종합. 연합뉴스 등 통신3사의 비중이 일간지를 압도하는데, 2020년 하반기 통신3사의 비중이 줄었다.
▲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조중동 3사만 나타낸 모습.
▲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조중동 3사만 나타낸 모습.

2020년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DNI(디지털뉴스인덱스) 조사를 통해 포털 다음 기사 비중 추정치를 알 수 있다. 이 조사는 포털 다음 모바일 인링크(다음 사이트 내의 기사) 20~59세대 뉴스 소비를 측정했다. 

2020년 10월 DNI 조사 결과 연합뉴스(20%), 뉴스1(12.6%), 머니투데이(6.8%), 뉴시스(6.7%), 중앙일보(5.8%), 조선일보, 서울신문(각각 3.7%) 순이다. 중앙일보가 5위, 조선일보가 6위를 차지한 것이다. 두 조사 모두 동아일보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즉,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포털 다음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수치는 급증한 결과일까? 랭킹 뉴스 추이를 보면 2020년 하반기 뉴스통신사 점유율이 떨어지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일간지의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 시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2020년 11월 월간 랭킹 기사가 12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7월(8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조선일보도 비슷한 시기인 2020년 10월 처음으로 월 66건을 기록하며 최고 수치를 보였다. 이는 8월(24건)에 비해 3배 가까운 증가세다.

▲ 한국리서치 DNI 조사 결과. 랭킹 기사와 비슷한 추이로 뉴스통신3사 비중이 줄고 조선, 중앙 등 신문 비중이 늘었다.
▲ 한국리서치 DNI 조사 결과. 랭킹 기사와 비슷한 추이로 뉴스통신3사 비중이 줄고 조선, 중앙 등 신문 비중이 늘었다.

DNI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2020년 4월 연합뉴스는 26.3% 점유율을 보였으나 10월에는 20%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뉴스1 역시 15.6%에서 12.6%로 떨어졌고 뉴시스는 9.9%에서 6.7%로 떨어졌다. 반면 중앙일보(4.1%→5.8%)와 조선일보(1.7%→3.7%)는 상승했다. 같은 시기 서울신문(2.4%→3.7%), 한국일보(2.9%→3.3%)의 점유율도 올랐다.

조선일보 출신 임원 영입 시점은?

누리꾼들의 의심은 보수 언론 출신 임원 영입 이후에 보수 언론 점유율이 높아지지 않았냐는 것인데, 영입 시기와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점유율 상승 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권대열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한 사실은 2018년 11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가 영입된 시기는 9~10월로 알려졌는데 이 시기 포털 다음 내 랭킹 기사 점유율에 ‘특이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 2020년 하반기 상승세를 보인 건 맞지만, 영입 이후 2년 만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 조중동 3사의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추이. 파란색 네모는 조선일보 출신 임원 영입 시점이다. 영입 이후 2년 간 이렇다 할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 조중동 3사의 포털 다음 랭킹 기사(20위) 추이. 파란색 네모는 조선일보 출신 임원 영입 시점이다. 영입 이후 1년 이상 극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권대열 실장의 업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권대열 실장은 언론 홍보 분야 담당 부사장으로 뉴스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포털의 언론계 인사 영입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영입과 기사 배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단정하기는 힘들다. 네이버의 경우 매일경제, 조선일보, 동아일보 출신 인사들을 영입한 전력이 있고 최근에는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을 멘토로 영입하기도 했다. 

권대열 부사장의 업무와 무관하더라도 개입을 의심할 수도 있지만, 영입 시점이 아닌 영입 2년 후에 점유율이 오른 점, 다른 신문사의 점유율도 동반 상승한 점이 자연스럽게 설명되지 않는다. 

왜 조선·중앙 기사가 많이 보일까?

특정 언론의 기사 비중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카카오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성별/연령대/관심사(읽은 기사의 영역(사회/문화/과학 등) 등을 감안하며, 특정 언론사 여부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보수임원 영입’과 연관 짓는 것과 별개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다른 일간지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2020년 하반기에 점유율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0년 하반기 다음에서 뉴스통신사 비중이 줄어들고 다른 언론사의 비중이 늘어나는 변화가 감지된다. 다음이 전보다 다양한 기사가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기 미디어오늘의 기사 비중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누리꾼에게 유독 보수언론의 기사가 눈에 띄는 건 역설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의 이용자가 이들 기사에 주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음의 알고리즘은 중복 기사 등을 제외해 1차로 거른 후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독자의 반응에 따라 노출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기사를 많이 보는 것 못지 않게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서 읽거나, 기사를 오래 읽는 등 열독률 지표도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조선일보의 조국 전 장관 관련 비판 기사나,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다른 기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오랫동안 소비하고, 심지어 댓글을 쓰는 등 반응까지 보인다면 이를 더 부각해서 추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디자인= 권범철 만평작가
▲ 디자인= 권범철 만평작가

이는 포털 열독률이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카카오가 최근 특정 언론사 노출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든 것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뉴스 생산 구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조선일보·중앙일보의 높은 네이버 점유율을 설명하며 “두 언론사가 상당한 디지털 인프라와 24시간 뉴스 작성 및 추적 시스템,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온라인 기사를 담당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기사를 쓰고 있다. 온라인 기사 유통 체계를 강화해 디지털에 최적화를 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기사 수에도 차이가 있다. 2020년 10월14일 기준 중앙일보의 송고 기사는 355개, 조선일보는 310개인 반면 한겨레의 송고 기사 수는 142개에 그쳤다. 이들 언론이 기사 수도 많은 데다 조국 전 장관 이슈 등에 집중적으로 기사를 쏟아내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속 화제를 적극 다루면서 주목도를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극적 기사 노출·불투명한 설명 개선해야

그렇다고 카카오의 알고리즘 배열이 문제 없다는 건 아니다. 보수 언론이 주목 받는다기 보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례로 지난 7일 포털 다음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차에서 성관계 하려고 길에서 여자 속옷 벗긴 30대男 ‘무죄’”(머니투데이), “무릎 꿇은 채 맞고만 있는 남성..앉은자리서 60번 뺨 때린 여성”(머니투데이), “다 벗고서 얼굴만 가린다..누드 자전거 대회 수천명 진풍경”(조선일보) 순이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가 더욱 부각 받는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관련기사: 포털 ‘뉴스추천’ 원리,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카카오가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는지, 쉽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는지도 짚을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알고리즘의 원리를 논문 형태로 공개했고, 자문 기구를 통해 알고리즘 등 전반에 대한 검토도 받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뉴스 배열 원리와 기준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그나마 있는 설명에 대한 접근성도 낮다. 다음 뉴스 페이지 하단에 ‘서비스 원칙’을 누르면 2015년 10월5일에 게시된 카카오 뉴스 알고리즘(루빅스) 설명 페이지로 이동되는데, 이 페이지 조회수는 1364회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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