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이 ‘한국 노동자를 강제동원’했다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1심 법원 판단인데 이는 2018년 일본 기업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 판결과 관련해 서울신문은 1면 기사 위쪽에 “대체 어느 나라 법원입니까”라고 썼다. 피해자들이 1심 판결에 반발한 말을 뽑아 포토 뉴스 위쪽에 배치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사설에서도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예견돼있었고, 매우 풀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의 경우 이번 판결이 “선거용 반일몰이의 필연적 결과”라며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문재인 정부와 초법적 판결을 한 김명수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썼다. 기사에서도 애당초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무리였다는 판사들을 인용했다.

주요 일간지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대부분 1면에 배치했다. 다음은 강제동원 법원 판결 관련 주요 일간지의 기사가 배치된 면과 그 제목이다.
경향신문 8면 “징용피해자 손배 소송 ‘각하’…대법 판례 뒤집은 하급심”
국민일보 1면 “日 강제징용 피해자에 사실상 패소 판결한 한국 법원”
동아일보 10면 “‘강제징용 피해, 日기업에 책임 못물어’… 3년前 대법과 정반대 판결”
서울신문 1면 “대법 판결 뒤집혔다… 법원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세계일보 1면 “‘日 징용 손배소’ 패소… 대법 판결 뒤집혔다”
조선일보 1면 “징용 피해자들 1심서 패소… 김명수 대법 판결, 1심이 조목조목 반박”
중앙일보 1면 “징용배상 대법 판결, 1심 판사가 깼다”
한겨레 1면 “법원, 일제 강제노역 소송 각하 ‘미·일과 관계훼손’ 황당 이유”
한국일보 1면 “위안부 이어 엇갈린 강제징용 판결… 대법과 정반대 결론”

▲8일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8일 주요 일간지 1면 모음.

 

▲8일 서울신문 1면.
▲8일 서울신문 1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양호)는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과 닛산화학,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1965년 12월 발효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한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갖는 개인 청구원은 청구권 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순 없으나,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구권 협정 문구를 정확히 해석해야 한다”며 “한일 협정 당시, 청구권 대상에 ‘징용된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등 청구권’도 분명히 포함돼 있었고, 양국도 이를 인식했다”고 했다. 이어 “헌법상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국내법적으론 법률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소송 제기 권한이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청구권협정 제2조는 “한일 양국과 국민의 재산, 권리, 이익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한겨레 “황당”…한국일보 “예견”…조선일보 “필연”

이 1심 법원의 결론을 두고 각 언론사들은 다소 다른 논조의 기사들을 내놨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제목을 “법원, 일제 강제노역 소송 각하 ‘미·일과 관계훼손’ 황당 이유”라고 뽑고 “재판부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는 한-미동맹도 훼손한다는 비법률적 판단까지 내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재판부는 원고들이 승소해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성명에서 ’비상식적, 비합리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고 썼다. 1심 법원의 결론이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취지의 기사다.

▲8일 한겨레 1면.
▲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사설 “대법원 판례 무시하며 ‘황당 논리’ 편 강제징용 판결”에서도 “2018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황당한 논리로 점철된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리적 측면에서 이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소수 의견의 재탕”이라며 “대법원이 불과 3년 전 확립한 법리를 하급심이 새로울 것도 없는 논리로 부정한 셈이다. 이는 법적 혼란을 일으키고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썼다. 이 사설은 “사법부가 이처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거듭 상처를 주고도 또다시 법정에서 좌절을 안기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라며 “이번 판결은 상급심에서 조속히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런 판결은 이미 예견이 돼있었다는 신문과, ‘필연적’이라고 사설을 쓴 신문도 있었다.

▲8일 한국일보 사설.
▲8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1면은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단을 내린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면서도 “법조계에선 ‘사실상 예고된 판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한국일보는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전임 재판부 판결(올해 1월)을 두고 지난 3월 말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일본 정부에서 소송 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며 “또, 올해 4월21일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부장 민성철)의 ‘위안부 피해자 2차 소송’ 각하 결정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썼다.

한국일보 사설을 보면, 이 1심 판결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수년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이 끝났다는 일본 정부와, 배상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갈등을 생각하더라도 당혹스럽고 유감스런 판결”이라며 “이번 결정은 원고의 항소로 2심 판단을 받겠지만 법적 시비 못지않게 외교적 해결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썼다.

이러한 판결이 예견되긴 했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쓴 것이다. 반면 해결책으로는 한겨레 사설이 “상급심에서 바로 잡아야한다”고 쓴 것과는 달리 한국일보 사설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 “애당초 대법원 판결이 무리였다는 평가”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이 판결이 ‘필연적’이라며 오히려 이전 대법 판결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징용 피해자들 1심서 패소”라고 썼지만 같은 기사 온라인용 제목은 “김명수 대법 판결, 1심이 조목조목 반박”이라고 썼다. 1면 기사에서 “이날 판결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애당초 대법원 판결이 무리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8일 조선일보 사설.
▲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전례 없는 사법 혼란, 선거용 反日몰이의 필연적 결과”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사법 혼란이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문재인 정부와 초법적 판결을 한 김명수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썼다. 이어 “당시의 소수 의견에 따랐다. 당시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문 정부는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문제를 방치해 왔다. 한일 외교를 위해 여당 측 국회의장까지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으나 철저히 외면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정부는) 선거용 반일 몰이에만 몰두하고 정치적 잇속만 차리다가 한일 외교를 파탄 내고 국론을 분열시킨 데 이어 결국 사법 혼란까지 야기했다”며 “정부가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처럼 노년의 피해자들이 줄소송에 나섰다가 좌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고 있다. 이번 판결은 국민 정서를 따른다고 국제법을 무시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법부 내에서조차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8일 중앙일보 사설.
▲8일 중앙일보 사설.

이러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중앙일보와도 달랐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엇갈린 강제징용 판결…외교적 타협으로 풀어야”에서 “원고단이 항소하고 또다시 대법원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냥 사법부의 판단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슬기로운 해법을 만들고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썼다. 한국일보 사설과 같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LH 기능 이관·직원 감축 등 혁신방안 내놨지만 반응 “신뢰 못받아”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LH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는 국토부로 모두 회수되고 전체 직원의 20% 이상을 감축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2급 이상 간부 임금을 동결하고, LH 경영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해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환수된다. 재산등록 대상이 ‘전 직원’으로 확대되고, 연 1회 부동산 거래조사가 이뤄진다. LH 직원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토지 소유가 금지된다.

▲8일 경향신문 사설.
▲8일 경향신문 사설.

다만 조직개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신문들은 신뢰받을 수 없는 혁신안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조직개편안 빠진 LH 혁신방안, 시민 신뢰 받겠나”에서 “혁신의 핵심인 조직개편안을 3개월이 넘도록 만들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정부는 LH를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혁신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런데 지금껏 논의만 무성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 “조직개편 미루고 투기 이익 환수 빠진 LH 혁신안”에서 “인원 감축과 인건비 동결, 성과급 환수 등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LH 혁신의 핵심 목표인 ‘투기 근절’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타인 명의 투기를 막기에는 여전히 허술하다. 토지 소유 기간에 따른 차등 보상 등 단기 투기를 막을 근본 장치와 강력한 투기 이익 환수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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