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대하사극 부활’이 KBS 수신료 가치 구현 위한 핵심 과제일까?
‘대하사극 부활’이 KBS 수신료 가치 구현 위한 핵심 과제일까?
[기자수첩] 대하사극이 곧 공영성? 해석에 따라 역사적 사실 뒤흔들 수 있어… ‘잘 만든 콘텐츠’ 그 자체로 의미

KBS 대하사극이 부활한다. KBS는 ‘태종 이방원’을 하반기에 방영할 계획이다. 지난 3일 KBS와 문경시가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사실을 보도자료로 내면서 제작을 공식화했다.

KBS는 대하사극 부활 이유로 ‘공영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신료 가치를 구현하는 대하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 7년 만에 태종 이방원으로 KBS 대하드라마가 부활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승동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KBS 공영성 강화 방안으로 대하사극 부활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 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 민족 정체성을 깨닫고, 국민적 사기를 고취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며 대하사극 부활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하사극은 수익성이 떨어지다보니 다른 방송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대하사극을 염원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점에서 KBS 대하사극 부활은 의미 있는 행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의미부여를 할 정도인지, KBS 공영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아 추진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든다.

▲ KBS '대조영' 포스터
▲ KBS '대조영' 포스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대하사극은 역사 공부 측면에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대하사극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깨달을 수 있다는 양승동 사장 발언 역시 사극을 역사 교재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외로 KBS 대하사극조차도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뒤흔들 때가 많다.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일본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이순신 장군 간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위해 유년 시절 악연이 있던 것으로 묘사했다. 그나마 조선시대 배경 사극은 나은 편이다.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를 다룬 ‘대조영’은 인물 관계는 물론, 등장인물과 주요 사건을 허구로 채우면서 ‘팩션사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태조왕건’은 유비 3형제와 유사한 주인공 설정, 적벽대전과 유사한 전투 묘사 등 중국 삼국지연의 요소를 지나치게 차용했다.  

▲KBS '태조왕건'의 왕건, 박술희, 신숭겸. 삼국지연의의 유비, 관우, 장비를 연상케한다.
▲KBS '태조왕건'의 왕건, 박술희, 신숭겸. 삼국지연의의 유비, 관우, 장비를 연상케한다.

역사 콘텐츠는 ‘어떤 시대에 주목하는가’, 혹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도구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참여정부 말 대선을 앞두고 MBC는 경제개발 시기를 다룬 드라마 ‘영웅시대’를 방영했다. 이 드라마에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유능한 면모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큰 비중으로 등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여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전태일 열사 분신에 박정희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지나친 왜곡이었다. 

군사 독재 시절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화, 연극을 적극적으로 제작한 것 역시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순신 장군이 뛰어난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정권은 ‘무능한 당파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능한 군인이 국난을 헤쳐가는 모습에 집중하며 군사독재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

▲ KBS 사극 '정도전' 포스터
▲ KBS 사극 '정도전' 포스터

오늘날 KBS 대하사극은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의도에 따라 적극적인 해석이 이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왕세종’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저지하기 위해 명나라 정보 기관이 개입하고, 세종대왕이 이에 맞서는 허구적 내용이 비중 있게 그려진다. 세종대왕의 사대주의적 면모를 삭제하고 ‘자주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살을 더한 것이다. 당대 기준에서 보면 ‘사대’가 굴욕적인 외교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작가가 해석하기에는 ‘자주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하사극 자체가 공영방송 공영성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반감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하사극 역시 본질적으로 ‘극’이다. ‘용의 눈물’, ‘정도전’처럼 완성도 측면에서 호평을 받은 대하사극들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고 생생한 정치 드라마’라는 점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다.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하거나 단절된 역사 기록 사이를 촘촘하게 채워나가는 점이 콘텐츠로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

KBS가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대하사극 부활 프로젝트를 동일시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대하사극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기 보다 공영성 확보를 위한 본질적 노력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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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2021-06-07 10:30:29
KBS밖에 못하는 일이라면 KBS가 해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

바람 2021-06-07 02:18:34
흥선 대원군의 척화비 느낌이 나네. 세계화 시대에 맞게 노력하는 게 아니라 배척하고 지원금 타내려고 하는 건가. 지금 10~20대에 수신료 높은 유럽이나 일본문화를 물어보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영국(같은 영어권인 미국이 영국문화 소비)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