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직원들을 위한 ‘백신 유급휴가’에 입장을 내놓지 않자 기자들이 “우리 회사도 체계적이고 명확한 백신휴가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제공한 코로나19 얀센 백신 101만명 분에 대한 접종이 오는 10일부터 시작된다. 언론계에서는 타 언론사들이 백신 유급휴가를 어떻게 도입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언론사 대부분이 백신 접종 당일과 다음날 유급휴가를 확정하거나 검토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 사측은 직원들을 위한 백신 휴가 규정을 공지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3일자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조선일보에는 회사 차원에서 공지된 백신 휴가 규정이 없다. 현재 조선일보 내부에 백신 신청 대상자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합해 109명이다. 노조는 “얀센 백신 대상자 상당수가 이번엔 백신 접종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백신 휴가 관련 사항이 공지된 부서는 극히 일부이며 이마저도 대부분 ‘백신 맞고 아프면 다음날 쉬어도 된다’는 정도”라고 했다.

노보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A기자는 “백신 맞고 아팠다는 사람이 주변에 여럿 있는데, 명확한 휴가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출근이 어려울 만큼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B기자도 “‘아프면 쉬어도 된다’는 말은 ‘가급적 아프지 마라’는 말과 같다. 몸이 불편해도 억지로 출근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C기자 역시 “얀센이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더 아프다는 말이 있던데 아파서 쉬면서 연차까지 써야 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D기자는 “연일 신문을 통해 백신 맞자고 독려하는 상황에서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있긴 하지만 백신을 신청했다. 회사가 명확한 공지를 통해 백신에 대한 부담과 걱정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타 언론사들은 백신 유급휴가 도입을 확정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 매일경제, 뉴시스, 뉴스1, TV조선, MBN, 채널A, 경인일보 등은 접종 당일과 다음날 유급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경향신문은 이상 증상이 발현되는 사원에 대해 접종 다음날부터 최대 2일까지 유급휴가를 부여한다. 중앙일보는 백신 접종 당일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다음날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다만 중앙일보는 백신 접종으로 이상 증상이 발생해 치료를 받게 될 경우 최대 14일까지 유급휴가를 준다.

주간지인 시사IN은 접종 당일에는 ‘접종에 필요한 시간’을 제공한다. 시사IN은 “백신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이상 반응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이상 반응이 생긴 노동자는 접종 다음날 유급휴가 1일을 신청할 수 있고, 이상 반응이 지속할 경우 추가로 유급휴가 1일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의사소견서 등 별도 서류를 요구하지 않고 접종 익일 이후 다음날까지 유급휴가를 부여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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