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검증이나 취재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 보도 행태가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 속에 온라인 ‘여초·남초’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는 취재 행태를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3일 논평에서 “커뮤니티 게시물은 작성자의 신원을 전혀 알 수 없으며, 정확성도 검증되지 않은 이용자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기자는 (커뮤니티 게시물의) 정보 검증과 게시자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현 보도 행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초·남초로 나뉜 커뮤니티 인용 보도는 마치 성별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처럼 언급되어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6월1일자 “‘얀센 女 먼저 맞으면 나라 뒤집히나’ 여초서 남녀차별 논란”이란 중앙일보 기사와 “얀센 접종 ‘남녀차별’ 불만…‘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혔겠지’”란 세계일보 기사를 가리켜 “두 기사가 보도된 이후 여성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고 전한 뒤 “실제로 여초 커뮤니티 내부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일부 의견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여성시대’는 회원 수만 약 80만 명, ‘쭉빵카페’는 약 160만 명이다”라면서 발화자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동이나 날조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지난 4월 ‘소년병 징집’ 국민청원 보도를 일례로 꼽았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징병과 소년 징병 대결 구도를 만들자”는 글이 올라왔고, 실제로 이후 관련한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단체는 “언론이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하려는 커뮤니티 집단을 어떠한 의심이나 검증 없이 보도하며 논란의 판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 단체는 “언론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기사화할 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기하는 ‘남성 혐오(남혐) 논란’을 보도할 때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어 “대표적인 ‘남혐 논란’은 ‘집게손가락 논란’이다. 남초 커뮤니티의 문제 제기는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팩트 체크도, 취재도 없이 그저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받아쓰는 것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월25일자 “‘軍경례 누가 저렇게 하나’ 이번엔 국방부 ‘그 손가락’ 논란”이란 중앙일보 기사와 “‘고추맛’ 글자 위에 그 손가락…랭킹닭컴 ‘남성 혐오’ 논란”이란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예로 들며 “언론이 ‘남혐 논란’, ‘남혐 손가락’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남초 커뮤니티의 ‘의견’은 공론장으로 나왔다. 개인과 사회는 집게손가락 하나에도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집게손가락을 ‘남혐 손가락’으로 만든 것은 언론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언론인’ 조사에 의하면 기자들의 82.9%는 ‘SNS 등에 올라온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 기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회 수’ 압박 속에 기자들은 정치인부터 유명인의 SNS까지 그대로 받아 쓰는 데 익숙해졌고, 이제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받아쓰기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온라인 기사를 주로 생산하는 20~30대 기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 익숙해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오늘의 관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권센터는 “취재도 팩트체크도 없이 익명성을 기초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아 자극적인 소수 의견과 일방적인 문제 제기를 보도하는 것은 직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한 뒤 “언론은 온라인 여초·남초 커뮤니티 내의 현상만을 보도하는 행태를 멈추고 다각도로 사안을 취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언론이 상업적 키워드로서 ‘여성과 남성의 대결’이 ‘잘 팔린다’는 학습이 된 것 같다”며 “기업도 억울한 피해를 보도록 해선 안 되는데 이를 구경하고 방조하고 부추기는 보도는 결과적으로 논란에 가담하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언론, ‘남혐’ 논란 스포츠처럼 중계…‘젠더 갈등’ 함부로 쓰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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