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인도의 상황을 조명하며 들개가 강가에 방치된 시신을 훼손하는 모습을 전한 언론 보도가 논란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반윤리적 기사를 당장 내리라고 촉구하며 관련 보도에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통신사 뉴스1은 지난 2일 “널린 시신, 들개들 먹이가 됐다… 코로나 지옥 인도 처참 [영상]” 기사를 냈다.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면서 들개가 강가에 유기된 시신을 훼손하는 내용의 영상 기사다. 뉴스1 보도가 주목을 받자 중앙일보, 한국경제, MBN, 천지일보, 서울경제, 매일신문, 조선일보, 연합뉴스, 뉴시스, KBS 등이 인터넷으로 후속 기사를 내보내며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 뉴스1 보도 갈무리.(사진에 추가로 모자이크를 했습니다.)
▲ 뉴스1 보도 갈무리.(사진에 추가로 모자이크를 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긴급 논평을 통해 “영상에서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사용했지만, 오히려 부분 가림으로 더 부각될 뿐 참담한 광경은 그대로 중계되고 있다. 주검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는 현실도 안타까운데, 동물에 의해 훼손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까지 중계하다시피 하며 인간으로서 최소한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언론보도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의 출처는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메일이다. 민언련은 “영국에서도 대표적인 황색언론으로 꼽히는 데일리메일”이라며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시신이 코로나19 희생자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단지 강에 떠내려 온 시신을 들개들이 먹고 있다는 내용과 인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단순 나열했을 뿐이다. 또한 인도에서 강에 시신을 유기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됐고, 국내에 처음 보도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데일리메일 기사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조합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선정적인 보도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며 “한국 언론은 누구 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선정적 장면을 여과 없이 퍼나르는데 급급하다. 이러니 ‘하이에나 언론’이라고 비판받는 것”이라고 했다.

▲ 포털에 송고된 관련 기사 리스트.(추가로 모자이크를 했습니다.)
▲ 포털에 송고된 관련 기사 리스트.(추가로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민언련은 이 같은 보도 행태가 ‘감염병 보도준칙’을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연구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스1 기사에는 “현지 주민은 또 ‘코로나19에 오염됐을지도 모르는 물이나 시체를 먹어치운 개들에 의해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까 두렵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박세윤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의 팩트체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주된 전파경로는 침방울, 에어로졸, 신체접촉 등”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감염병 보도준칙은 흥미 위주 보도를 자제하고 희생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 기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에 기사를 내리라고 촉구하며 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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