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1년 여 간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과 본인의 판단을 정리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내놓았다. 검찰과 언론, 야당의 합작한 공세로 온몸에 깊숙이 박힌 ‘화살’을 하나씩 뽑아 꿰매면서 지내고 있다면서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갖고 있던 의문과 미공개 사실관계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전 장관을 향해 갖고 있는 의문점 몇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윤 전 총장이 조국 불가론을 언제 왜 어떤 경로로 주장했느냐다. 조 전 장관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며 “8월27일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기도 전에 윤석열 총장은 당정청에 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주장했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나 역시 장관 후보 기간에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윤 총장(측)은 압수수색 전후 청와대 핵심관계자에게 연락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했다”고 전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이 관계자는 이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며 “나의 대학 1년 후배인 조남관 검사장 등이 그즈음 나에게 연락해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총장과의 교감 속에서 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의견을 전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왜 윤 총장은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하기도 전에 사모펀드가 나의 권력형 비리 증거라고 확신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후 조국펀드설이 근거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일수불퇴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윤 총장은 조국 수사 착수 시점에는 ‘권력형 비리’라고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압수수색 후에는 ‘조국펀드설’이 근거없음을 알았지만, ‘일수불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의 자존심은 물론 윤 총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과 검찰총장은 ‘무오류’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확전에 확전을 거듭했고 조국 수사를 넘어 문재인 정부를 총공격하는 수사를 벌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2019년 하반기 이후 검찰이 여당의 4·15 총선 패배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예상하거나 희망하면서 수사와 기소를 실행해왔다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며 “이미 통과된 검찰개혁법안이지만 4·15 총선 이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은 2019년 하반기 어느 순간 문재인 정부를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라 ‘곧 죽을 권력’으로 판단했고, 방향전환을 결정했다”며 “윤석열에게는 촛불혁명보다 검찰 조직 보호가 더 중요했다. ‘민주’ 보다 ‘검치’가 우위였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조국은 윤석열을 총장으로 추천했나 안했나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조 전 장관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을 추천했을까. 조 전 장관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기록했다. 그는 여러 언론이 ‘조국이 윤석열 총장으로 밀어넣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니 이제와서 비판한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민정수석은 비서관 중의 수석일 뿐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인사권자의 권한 행사를 위한 자료를 준비해 보고할 뿐”이라며 “따라서 ‘조국이 민다’ 등의 표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과정을 두고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안팎에서 의견이 확연하게 나뉘었다”며 “의견을 표명한 사람의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대다수와 문재인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 법률가들 다수는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그들은 윤석열에 대해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수사의 대가다”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특수부 지상주의자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 등의 표현을 했다고 조 전 장관은 전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찬성 여론은 윤석열 개인을 신뢰했고,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 등 검찰개혁이 이뤄질 것이므로 윤석열의 문제점이 상쇄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와 별도로 민정수석실은 각 후보의 동의를 받아 인사검증 작업을 해 경력과 재산 등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보고했다”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표지.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표지.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조 전 장관은 또 윤석열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동훈 검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15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우상호 의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아개정’에 출연해 이 같은 주장을 폈다고 소개한 뒤 “이는 사실”이라고 썼다. 그는 “나는 이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며 “한 검사의 경력이나 나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그는 “더욱 중요하게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당시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검언정의 공세로 멸문지화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조 전 장관은 책에서 검찰 언론 야당의 공세로 자신과 가족의 삶이 어떻게 됐는지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는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라며 “2019년 8월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후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졌다”고 썼다. 그는 “검찰 언론 야당은 합작해 멸문지화를 위한 조리돌림과 멍석말이를 시작했다”며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언론은 이를 기초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이 조성되면 다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무한반복되었다”고 성토했다.

끝내 조 전 장관은 “저와 제 가족은 광장에서 목에 칼을 차고 무릎이 꿇린 채 처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며 “검찰 언론 야당 카르텔에 비판적인 시민들은 ‘조빠’ 취급을 받았고, 이 카르텔의 강변과 주장이 세상에 가득 찼다”고 분노했다. 그는 현재의 삶을 두고 “사방에서 날아와 온몸에 깊숙이 박힌 무수한 화살을 하나씩 뽑고 상처를 꿰매며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견뎌야 했다. 버텨야 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로 민주공화국을 복구시켰고, 서초동 촛불집회로 검찰개혁을 이뤄낸 촛불시민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표현했다.

검언정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언론에 관한 견해는 곳곳에 나타난다. 조 전 장관은 가짜뉴스와 허위사실 보도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를 두고 “법무부장관 후보는 ‘권력자’이고 ‘권력자’에 대한 의혹을 취재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라며 “그러나 한국 언론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사실확인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저주와 매도에 몰입하면서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벌여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사 사주 비리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썼다. 이 같은 비판의 근거로 그는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장면이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기자들이 2019년 9월23일 집 압수수색 후 기자들이 식당 배달원에게 질문을 던지며 희희낙락하던 장면이라고 그는 꼽았다. 조 전 장관은 “기자들의 속마음과 진면목을 본 듯했다”며 “검찰에게 나와 내 가족이 사냥감이었다면, 기자들에게는 동물원의 원숭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언론이 취재 대상에 따라 ‘광견’ 또는 ‘애완견’처럼 취재한다는 점도 간파한다. 그는 “자사 사주의 범죄나 비리에 대해서는 ‘무취재’는 물론이고, ‘회장님, 힘내세요’를 외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장모와 배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에 언론은 유례없이 차분했다”며 “‘뻗치기’ 취재도 없었고 공격적 질문도 없었다. 언론의 온순함·양순함·조신함·공손함이 돋보였다”고 비유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재차 사과, 후회한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는 언급도 회고록 곳곳에 써놓았다. 그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했던 말과 주장이 삶에서는 온전히 실현되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다”며 “더욱 철저히 자신과 주변을 관리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저를 신뢰하고 기대했던 분들에게 미안했다”고 썼다. 그는 “배우자에 유죄판결이 내려졌기에 무척 마음이 무겁고 국민들게 죄송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의 국정책임자분들게 송구했다. 다시한번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썼다.

그는 “당시 고교생 인턴·체험 활동은 학교의 주선이나 부모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지만, 그런 기회 자체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특혜’로 인식될 수 있었다”며 “따라서 ‘부모 찬스’라는 비판을 겸허히 감수한다”고 인정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5쪽.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5쪽.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4·7 재보선 패배원인의 하나로 민주당 내에서도 조국의 문제가 지목된 것을 두고 조 전 장관은 “이러한 비판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담담히 수용하고 있다. 자연인이 된지도 한참이 흘렀지만 나에 대해 실망·거부·증오의 감정을 가지게 된 시민들이 많고 이 점이 여러 연결고리를 거쳐 더불어민주당의 참패에 영향을 주었기에 ‘조국 탓’이라고 분석한다면 이 역시 받아들이겠다”고 썼다. 그는 이어 “나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나에 대한 비판이 검찰에 대한 맹목적 옹호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숭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경고한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언급한 것에도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께 이런 말을 들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음은 사실이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셨다”면서도 “그렇지만 전직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이 공격받을 수 있는 이런 발언은 하지 못하게 담당 비서관들이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썼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의 수사와 재판으로 대통령께 어떠한 부담도 드리고 싶지 않다”며 “이는 오로지 나와 변호인단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국장 비리 감찰 무마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사건처리에 대해 후회한다고도 내비쳤다. 유 국장의 강제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표를 받고 끝내자’는 백원우 비서관 의견과 ‘수사의뢰를 하자’는 박형철 비서관의 의견 가운데 조 전 수석은 금융위원회에 알려 인사조치토록 결정했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은 “나의 정무적 재량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것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결과적으로 보면 유 국장 감찰 중단 상황에서 박 비서관의 의견에 따라 이 사건을 아예 수사기관에 넘겼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한다”며 “형사처벌은 ‘최후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소신과 판단이 이후 검찰이 내게 칼을 들이대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후회했다.

조국 수호 촛불시민에, 평생 잊지 않을 것

조 전 장관은 조국수호 촛불시위에 나선 촛불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사진과 영상으로 본 거대한 ‘서초동 촛불십자가’는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목이 메었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저의 한계와 흠을 아시면서도 이렇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분들 덕택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날벼락처럼 들이닥친 비운이지만,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며 “장작불에 불을 붙이는 데 쓰다가 꺼져버린 ‘불쏘시개’이지만, ‘불씨’ 하나만 남아 있으면 족하다. 이 불씨 하나를 꺼뜨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주어진 삶을 살겠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348~349쪽.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 348~349쪽.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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