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간된 ‘K를 생각한다’는 ‘K’를 분석한 인문학 서적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에 ‘한국’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5가지 키워드로 파헤쳤다. △90년대생 △K-방역 △민족주의와 다문화 △대한민국 386 △입시와 교육 등이다. 저자는 90년대생 임명묵 작가(28). 그가 속한 ‘90년대생’은 정치권과 언론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준석 현상’으로 상징되는 반동과 역동성, 기성세대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대중적 압력을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행동주의. 몇몇 단어로 한 세대 특질을 규정하는 건 분명 위험하지만, 이 세대 만의 특성은 무엇인지 임 작가에게 물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신도림역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 ‘K-를 생각한다’ 첫 장에서 다룬 것이 ‘90년대생’이다. 책 부제도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다. 1994년생인 임 작가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 시선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사회 이슈에 관심 많은 4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90년대생을 직장 등에서 직접 만나 생활하면서 느끼는 이질감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눈으로 확인한 의아한 표심이다. 정치권 표심이 민주당과 보수당, 양당 구도로 흘러가지 않는 것에 대한 의아함이랄까. 90년대생으로서 내 또래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어떤 것을 즐기는지 그 부분에 천착했다.”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작가가 5월31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작가가 5월31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90년대생을 분석하는 틀로 먼저 ‘세계화’와 ‘정보화’를 꼽었다. 어떤 의미인가? 쉽게 설명해달라.

“한국산업 가운데 세계 경제와 연결된 영역(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다. 그렇지 못한 부문(저임금 체계가 유지되는 저부가가치 산업)은 과거시대 수준 그대로다. 이와 같은 이중경제 체제 하에서 계급이 결정된다.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식과 경제적 수준,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된다. 1980년대 고도성장과 2000년대 경제 부흥이라는 수혜를 입은 60년대생(86세대)이 어느 계급에 속하느냐에 따라 자녀세대인 90년대생의 ‘수저 색깔’이 결정된다. 수저론이 유행하게 된 것인데, 계급을 뒤집을 수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하게 된 것이다.”

- 과거부터 존재한 계급 세습이 지금 더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나?

“더 심해졌다고 진단한다. 경제가 이미 고도 성장했고 절대 빈곤에서는 어느 정도 해방된 세대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으로 상징되는 주류 식자층은 본인들이 성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위해 지지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90년대생은 성장 과정에서의 낙오에 문제의식이 있다기보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올라가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더 크다. ‘정보화’라는 특질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생은 유년기에 PC를 접했고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다. 이전 세대와 미디어 인식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내 삶을 SNS에 전시하고 계속 타인의 매력 자본과 비교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여기에 계층 격차가 더해지니 주관적 불행감과 절망이 과거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를 드러내는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다. 커뮤니티는 불만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90년대생이 분노 대상을 찾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여론이라는 게 사라졌고, 그 대신 각각 분절된 커뮤니티 여론이 부상했다. 이 커뮤니티들끼리 격렬하게 싸우는 게 현재 한국 여론 상황이다.”

-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 같은 문화가 ‘K-콘텐츠’ 퀄리티를 제고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었다.

“90년대생의 좌절, 분노와 같은 감각적 요소가 콘텐츠로 표출됐다. 201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한국 콘텐츠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웹툰, 웹소설 등은 그들의 감정을 대리만족시켜줬고, 이 콘텐츠를 매개로 ‘투쟁’에 나설 수 있었다. 일례로 아이돌 팬덤 활동을 하면서 다른 팬덤과 온라인 전투를 벌인다든지, 웹툰을 둘러싸고 남녀가 싸운다든지. 이 같은 투쟁적인 콘텐츠 소비 양태가 K-콘텐츠를 고속 성장시켰고, 그게 지금 한류로 나타나고 있다.”

- ‘K-콘텐츠’만의 특질은 무엇일까?

“요즘은 한국 자체가 힙한 브랜드가 됐다. 무엇을 만들어도 호응을 얻지만, 가장 큰 특징은 자극과 말초성인 것 같다. 이를 테면, 한국 드라마의 경우 십수 명 인간들이 감정을 격렬하게 분출하면서 드러나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핵심인데, 텔레노벨라(Telenovela·중남미 일일연속극)와 비교해보면, 한국 드라마는 자본과 세련미를 통해 굉장히 고도화했다. 그런 콘텐츠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봐도, 한 사건을 통해 주인공 지위가 갑작스럽게 상승해 끝내 복수를 이뤄내는 서사 등은 말초적이다. 콘텐츠 생산에 있어 게이트 키핑을 할 수 있었던 공급자 우위가 무너졌다. 대신 소비자 욕망에 최대한 부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진화했다. 대한민국 군중들은 콘텐츠에 재미가 있으면 떼로 몰려가 엄청난 보상을 해준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보상 원인을 바로 분석하고 살짝 변형을 가해 콘텐츠를 진화시킨다. 이 사이클이 무지 빠르다. 2010년 K팝과 2020년 K팝은 전혀 다르다. 2NE1과 블랙핑크 사이 연속성은 보이지만 영상 세련미 등에선 후자가 압도하는 차이가 있다.”

- 기성세대 시각에서 90년대생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주목한다고 분석한다. 임 작가는 도리어 ‘탈가치’를 강조했다.

“내 또래들은 과거처럼 ‘나는 ○○라는 가치를 추구해야지’라는 식의 마음은 별로 없다. ○○이 종교일수도, 가족일수도 있지만 여기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진중권씨는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 외치면서 ‘이런 게 진짜 공정’이라고 말하는데, 90년대생은 그러한 정치·철학적 공정을 말한 적 없다. 90년대생 심리는 ‘불안’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정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수사에 가깝다. 정치가 자원 배분을 할 때, 이를 테면 공공부문 인재 선발 기준에 개입할 때, 그때 내가 느끼는 불안. 내가 이 정도 노력하면, 이 정도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도리어 정치와 정부가 괜한 개입으로 ‘예측 가능성’을 교란한다고 생각한다. 또 이 세대에는 ‘지위’와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경쟁에 참여할 만한 여력과 능력이 있는 친구들은 지위를 더 높이기 위해 경쟁에 몰두한다.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감각적 콘텐츠 홍수 속에서 그걸 즐기고 몰입하기 바쁘다. 경쟁에 참여는 못하지만 지위를 얻고 싶은 또래들은 한탕주의적 속성을 보인다. 코인 열풍과 불법 토토 확산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인 것 같다.”

- 90년대생이 바라보는 정치도 궁금하다.

“정치적 관점에서 이념과 가치를 내재화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90년대생은 군중으로 모여 압력을 행사하고 즉각적 피드백을 얻고자 한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콘텐츠 소비 양식과 유사하다. 이 세대 정치 소비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에 후행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 활동에서 오는 성취·효능감이 우리세대를 장악한 것 같다.”

- 책 집필 시기는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전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확인된 2030세대, 특히 남자 표심은 보수 후보로 압도적으로 기울었다. 이 흐름에서 ‘이준석 현상’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최근 정치적 현상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흰소리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이준석 현상을 둘러싸고 20대 남성을 ‘안티 페미니즘’ 혹은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20대 남성이 혐오를 사회에 퍼뜨리려고 한다’는 식으로 분석하는데, 그것보다 자신을 대변하는 젊은 후보(이준석)를 통해 느끼는 효능과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준석이 젠더 이슈를 정치 최전선에 내세운 것은 사실이고, 진중권과 논쟁으로 주목도를 높인 것도 사실이지만, 이준석이 성별 갈등을 부추겼느냐, 아니면 이미 쌓인 20대 남성 불만을 인식하고 쟁점화한 것이냐는 따질 필요가 있다.”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사이드웨이.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사이드웨이.

- 젊은 세대 중심으로 한 ‘온라인 투쟁’과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먼저 한국사회에서 ‘대안’을 찾는 방식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식자층은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바쁘다. 그러나 ‘탈가치 세대’의 등장은 한국이 여느 나라보다 빠른 것 같다. 정보화가 고도로 이뤄진 사회고 사회·심리적 변화가 기존 선진국보다 앞선다. 한류가 인기를 끄는 맥락이기도 하다. 다만, 청년층이 콘텐츠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방식 등을 고려하면, 이 세대는 ‘우리가 이뤄냈다’는 데에 큰 기쁨을 표출한다. 이대남의 경우 오세훈 시장 당선 때 ‘72%’(4·7 보궐선거 지상파 방송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라는 숫자를 통해 한 방 먹였다는 강한 효능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녀가 싸우고 기업을 압박하고, 웹툰 댓글로 군중이 몰려가는 현상은 무언가 이루고 싶다는 감정에 기반한다. 한탕주의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와 같은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할 창구는 막혀 있는 듯하다.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활용할 만한 열린 기회를 주는 건 중요하다.”

- 기승전 ‘경제’인가?

“경제가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는다. 경제 문제라도 풀리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기자 질문: 정치권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층 분노가 해소될 것이라 진단하는데?) 글쎄, 정권 초기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부터 혜화역 시위, 지금 GS 남혐 포스터 논란까지 각종 갈등이 경제적 이유로 불거진 것은 아니었다. 문화적 태도나 성에 대한 관점과 정체성 등에서 마찰을 빚은 것이고, 남녀 성별 모두에 피해의식이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으레 ‘2030세대에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나 주거, 결혼 등이다’라는 사고인데, 20대에는 그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당장 나오는 자극적 뉴스와 사고가 20대에게 있어 여론을 결집하고 정치 감정을 만드는 데 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정체성 내지 문화적 갈등 국면에서 일정 부분 타협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체성과 문화 영역에서 타협을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86세대와 90년대생이 바라보는 ‘조국 사태’ 시각 차이도 크다.

“90년대생은 2017년에는 민주당을 지지했다. 박근혜로 상징되는 6070대 보수에 반감이 컸던 것이다. 민주당이 되면 뭔가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조국 사태를 포함해 기대와 어긋나는 일들이 쌓여 20대에 반감 내지는 배신감을 준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보수당과의 비교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선의를 강조하지만 90년대생은 ‘네 선의는 알겠는데, 강남에 있는 네 집은 왜 10억원이 더 올랐느냐’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책 ‘조국의 시간’은 출간 전부터 8쇄를 찍는 등 화제였다. 정치 팬덤 현상으로서 분석도 가능할 것 같은데?

“책을 사서 구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이돌 굿즈로서 소비하는 차원도 있을 것이다. SNS 시대가 되면서 작가 개인에 대한 애착 때문에 상품을 구매하는 현상이 더 확산됐다. 팬이 가수 음반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현상을 과거 정치 렌즈로 보면, 놓치는 게 많다. 반면 현대 시대 미디어, 특히 엔터테인멘트 쪽 시각에서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과 대선 과정은 그 자체로 지지자들과 함께 만들어낸 쌍방의 엔터테인먼트였다. 어쩌면 한국은 그때부터 선도적이었다. 정보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과 그에 대한 열망이 SNS 시대에 더 확장됐고, 지금의 이준석·조국 현상도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 책에서 선진국이 높은 평가를 내렸던 ‘K-방역’을 ‘동원’과 ‘통제’ 키워드로 분석했다. 우리 모습이 서구보다는 중국을 닮았다는 진단이었다. 행정력을 동원하고 개인 자유를 통제했지만, 그래도 방역에는 성공한 것 아닌가?

“통제와 동원했으니까 나쁜 코로나19 방역이다? 결과가 좋았으니 좋은 방역이다? 그런 논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통제와 동원을 했기 때문에 좋은 방역이 가능했다’는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다. 나는 서구가 K-방역을 높게 평가한 까닭을 이렇게 분석한다. 서구는 초토화됐는데 중국은 질서를 회복했다. 서구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불안 속에, 아시아 국가 중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대한민국이 의외로 방역 성과를 내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구에도 희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국 역시 ‘우리 핵심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뜯어보면, 한국과 중국, 대만이 코로나19에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던 배경에 과거 총력전을 대비해 만들어진 행정 체계와 동원력이 있었다. 우리가 전제해야 할 것은 통제와 동원이 없다면 방역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방역, 치안, 범죄예방 등 공공이익을 위해 자유를 희생할 때 우리가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 토론해야 한다.”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작가가 5월31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작가가 5월31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서구는 락다운 조치를 통해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는 것을 막기도 했는데? 이게 더 국가의 개인 자유 침해 아닌가?

“국가가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고 사람을 분류한 뒤 통제하는 방식과 투박한 서구의 락다운 조치를 비교해보자. 국가가 일상에 침투한 정도가 어느 것이 더 큰가? 개인정보를 제공하고도 길거리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나? 우리 생체 정보는 물론,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기록에 남는 시대다. 이 정보를 쥔 국가 권력이 공공이익을 명분으로 시민을 제약하고 이를 정당화한다면, 자유민주주의 합의 체계가 지속할 수 있을까? 중국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국가 권력이 일상에 침투해 어디까지 사람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그런 실험 효과가 좋다고 한다면, 중국과 경쟁하는 서구도 통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

임 작가는 한 사안에 흔쾌히 답을 내리는 것보다 ‘딜레마 상황’을 관찰·분석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일례로 90년대생들이 사회에 성취를 느끼지 못하고 오직 시스템을 파괴하고 증오를 쏟아내는 데서 성취감을 느낀다면, 그래서 ‘90년대생 조커’들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까? 임 작가는 “인터넷 공간 익명성과 자유는 ‘n번방’과 같은 무법지대 토양이 됐다”면서 “그렇다면 국가는 범죄와 악행을 막기 위해 개개인 자유를 어디까지 통제하고 감시할 것인가.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의 희생을 용인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디지털 기술 결합으로 인해 확대되는 국가 권력과 개인 자유의 위축, 반면 안전에 대해 점점 더 민감해지는 우리의 감수성. 충돌하는 딜레마에 우리는 어떤 논의를 할 수 있는가. 임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고민거리를 던졌다.

“디지털 촉수를 전부 뿌리 내린 국가가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위협에 대해서도 유사한 안정을 제공해준다면, 사회 구성원들은 자유와 안정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야만 할 것이다.(중략) 사이버 공간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둔 국가가 현실 세계의 활동과 범죄마저 온전히 통제해내는 데 성공한다면 어떨까? 그때 우리는 자신의 프라이버시와 기본권을 위해 국가 권력의 한계를 정하고 다시 과거의 사회계약으로 돌아가고자 할까? 아니면 사이버 공간 등지에서 제기되는 예측 불가능한 위협에 두려움을 느껴 자신의 자유를 헌납하고 국가의 따뜻한 품속에 몸을 의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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