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다. 이를 앞두고 여권 내에선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을 향해 “역시 조국 수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쇄신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오는 6월11일 당대표 선거를 하는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가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견제하며 ‘이준석 돌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후보는 사흘 만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채우면서 이 역시 주목을 받았다. 

▲ 3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 3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조국 회고록에 불공정 이슈 부각하나

언론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발간 소식이 민주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회고록이 달갑잖은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문제가 또다시 회자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신문에 “미래지향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과 관련해 논란이 많이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국민들은 불공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당이 검찰개혁 얘기를 하면 ‘딴소리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송영길 당대표의 ‘민심, 민생 우선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도 “조국 회고록에…민주당, 진영갈등 재발 우려”에서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회고록 출간이 또 한차례의 진영 갈등으로 비화할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자서전 출간 소식을 알렸다. 한길사가 펴내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내달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동시 발매된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자서전 출간 소식을 알렸다. 한길사가 펴내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내달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동시 발매된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0일 “본인(조 전 장관)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같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논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들의 밑바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공정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결국 송영길 대표가 정리할 문제”라며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이 예정된 다음달 1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송 대표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與 주자들 파렴치 조국에 “가슴 아프다”, 역시 조국 수호 정당’에서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낙연 전 총리가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국회 답변에서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한 사실을 언급하며 “2년도 안 됐는데 정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전 장관을 감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그 가족에 대해 가슴이 아리다”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부의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당했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조국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극렬 지지층의 환심을 사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수판알 계산이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 이런 분위기는 야권과 대비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조국사태 자체가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며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 선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 31일 경향신문 만평
▲ 31일 경향신문 만평

 

이준석 돌풍에 나경원·주호영 견제

한국일보는 정치면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첫 합동연설회 소식을 전했다. 화두는 청년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청년지방의원을 1명씩 꼭 공천되도록 하겠다”며 “25세인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과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이준석은 제외하되 다른 청년들은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다. 

주호영 후보 역시 “청년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했지만 이 후보에게는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는 원외 당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홍문표, 조경태 의원도 청년청 신설과 청년 창업기회 확대 등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열린 연설회인 만큼 5·18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1980년 광주 이후 역사상 첫 30대 정당 대표가 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중진들이 5·18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 메시지다.  

중앙일보는 이준석 돌풍의 한 현상으로 후원금 모금 사흘째인 지난 30일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운 소식을 전하며 “팬덤 현상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제목을 “이준석 사흘 만에 후원금 1.5억 돌풍…‘유승민계 논란’은 더 세져”로 뽑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김웅 의원도 출마했다는 점에서 계파 사전 정지작업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지도부와 5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광주, 전북, 전남,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지도부와 5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광주, 전북, 전남,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준석 돌풍 관련 다양한 해석

이준석 돌풍과 민주당을 키워드로 한 칼럼이 나왔다.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엔 ‘죽비’다”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비전을 보여줄 인물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가진 젊은과 변화의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보수·꼰대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뜬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여타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그 나물에 그밥’ 이미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며 “이준석 돌풍은 정권교체에 대한 보수층의 갈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준석 쇼’를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박함”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개혁을 주문하는 주장이다. 

▲ 31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 31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세계일보엔 이준석 돌풍이 기존 정치권 문법을 바꿨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은 “‘이준석 돌풍’ 숨은 진실은”에서 “그의 승리는 한국선거의 오랜 승리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조직, 계파, 지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낡은 공식으로 전락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센터장은 “정치와 시민의 소통 방식의 본격적인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여성·청년 할당제 논쟁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계파·조직으로 뭉친 낡고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여의도정치 네트워크에 편입된 자만이 입성하는 ‘끼리끼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하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윤 센터장은 “이준석 승리가 내년 대선에 던진 숨은 진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바뀐 유권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공유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야권 쇄신 흐름에 올라탄 후보인 가운데 윤 센터장이 다소 과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한계도 제기된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판에 입문해 지역구 선거에선 판판이 깨졌지만 언론 출연을 마다하지 않아 인지도를 쌓은 셀럽에 불과하다는 개인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소위 정권교체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여전히 탄핵을 옹호하거나 ‘영남당’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내외 인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히려 이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당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일보 칼럼 “코인뿐인 희망, 이준석 신드롬을 낳다”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MZ세대가 자신들의 대변자를 찾아 힘을 불어넣는 역사적 풍경이 이준석 신드롬의 실체”라며 “이제 솔직히 인정하자. 꼰대의 시대는 갔다”라고 주장했다.

당안팎에서 ‘이준석 신드롬’을 지나가는 바람(홍준표)이나 장유유서의 문화가 있다(정세균)는 식의 평가에 대해 ‘꼰대’라는 비판이다. 연일 쏟아지는 칼럼이나 기사논조를 보면 이준석 띄우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31일자 국민일보 오피니언면
▲ 31일자 국민일보 오피니언면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