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아일보에 김재호 사장의 딸이 기자로 입사하면서 불거진 공정성 시비가 딸 김새미(가명)씨의 하나고등학교 부정 편입 의혹, 이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상세한 해명에 나서기보다 김새미씨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형사고소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사안이다.

특히 명문사학이라는 하나고등학교의 ‘언론사 사장 딸 부정 편입’ 의혹은 공소시효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고발된 사건을 증거불충분이라며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검찰은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MBC ‘PD수첩’은 25일 “7년의 침묵: 검찰, 언론, 그리고 하나고” 편에서 이 의심을 추적했다.

‘PD수첩’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사장 딸 A씨’ 지원을 인지한 채 채용했나 △A씨 면접점수 올린 하나고, 채점표 필적은 왜 다른가 △검찰은 왜 ‘하나고 비리’ 고발을 묵혀뒀다 재배당했나 등이다.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먼저 김새미씨의 동아일보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김씨는 지난해 ‘동아미디어그룹 채용 연계형 인턴(DNA) 모집’을 통해 기자로 입사했다. 김씨와 인턴 활동을 했던 이들은 김씨 및 김재호 사장 SNS를 통해 그들이 부녀 관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방 및 다음 카페(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에서 김씨 딸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2인은, 동아일보에 의해 형법상 명예훼손·모욕죄로 고소당했다.

동아일보는 김씨가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채용되었으며, 김씨의 최종면접에는 아버지 김재호 사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당시 다수의 지원자들은 면접에 김재호 사장 등이 참석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김 사장이 어떤 기준으로 면접에 참석·불참했고, 그 외 면접관 등 평가에 참여한 이들이 김씨와 사장의 특수관계를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를 보도한 미디어오늘이 ‘사장 자녀 입사의 이해충돌 문제’를 물었을 때도 동아일보는 답하지 않았다. 박서연 미디어오늘 기자는 PD수첩에 출연해 “(딸의 최종) 면접에 안 들어갔다면 임원들은 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반문하며 “무슨 이유를 대면서 김재호 사장이 면접에 임하지 않았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이 밖에 PD수첩 취재에 응한 현직 기자들도 ‘면접관 구성이 달랐다면 그 자체로 같은 전형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그가 2014년 하나고등학교에 편입했을 당시 ‘하나고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대목으로 옮겨갔다. PD수첩은 그의 하나고 편입 과정에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면접점수 상향 조정, 내신 점수와 종합평가표의 괴리, 동일인물이 작성한 채점표에서 확인된 서로 다른 필적.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면접점수의 경우 평가위원들이 면접을 보며 매긴 점수를 ‘채점표’에 따라 변환한 결과, 같은 점수를 받았던 면접자들보다 김씨의 변환 점수가 높았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동일하게 12점을 받았던 3명 중 2명은 13점, 김씨는 이들보다 1점 높은 14점을 받았다.

개별면접 평가표상 ‘학문역량’ 항목에서 ‘B등급’, 특이사항으로 “내신활동 무난함”이 기록된 김씨의 최종 점수가 만점(50점)에 가까운 49점으로 기재된 데도 의문이 제기됐다. 같은 항목에서 ‘A등급’을 받고 “내신 위주이지만 매우 우수함” 평가를 받은 학생이 46점을 받고 결국 탈락한 사례와 대비됐다. PD수첩은 김씨 스스로도 “고등학교 내신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좋지 않았”다고 남긴 수기를 전했다.

세 번째 의혹은 ‘채점표에서 나타난 의문의 필적’.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당시 평가위원 서명이 들어간 서류를 받아봤더니, 동일한 평가위원의 서류가 서로 다른 필체로 작성돼있었다는 것이다. PD수첩 의뢰로 필적을 감정한 전문가는 “(필체) 일관성이 서로 이 정도 차이가 난다면 동일인이 작성한 걸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당사자인 이아무개 교사 역시 ‘내가 봐도 내 서명이 아닌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는 전언 또한 나왔다. ‘채점표 조작 의혹’이다.

앞서 수사당국은 하나고 관련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2014년 8월 하나고 편입학 현황을 검토한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당시 하나고의 김승유 이사장, 이태준 교장 및 정철화 교감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듬해 11월 서부지방검찰청(김도균 검사)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불기소 처분).

그러다 뒤늦게 하나고 편입학 평가표가 공개된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019년 10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당시 하나고의 김승유 이사장, 이태준 교장, 정철화 교감을 업무방해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전교조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1년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PD수첩은 검찰과 하나고 사이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을 지적했다. 첫 번째 고발건이 진행되던 2016년 11월1일 하나고 이사장이 김각영 전 검찰총장으로 교체됐고, 같은달 30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이뤄진 점. 두 번째 고발건을 재배당 받은 서울서부검찰청에 당시 사건을 불기소했던 검사가 차장검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이다.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5월26일 MBC 'PD수첩' 갈무리

나아가 PD수첩은 하나고 김승유 전 이사장과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의 연결고리를 거론했다. 김재호 사장이 고려중앙학원재단 이사장에 오른 시기 김 전 이사장 또한 재단 이사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김각영 신임 하나고 이사장이 고려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현직 하나고 이사장과 김 사장이 고려대로 묶여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나고 교사들은 ‘동아일보 딸이 연관된 사안’에 함부로 증언하기 어려운 현실을 PD수첩에 토로했다. 동아일보는 실제 김씨 채용 과정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하나고 교사의 내부고발에 소송으로 답했다. 김보경 진실탐사그룹셜록 기자는 언론사인 동아일보가 사주 딸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을 고소·고발로 대응한 것을 두고 “동아일보의 목적은 사람들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끔 입막음시키는 용도로 고소 카드를 계속 꺼내는 것”이라 지적했다.

“동아일보 사주와 그 딸이 얽힌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흔한 사건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거대언론, 사학재단, 그리고 검찰이라는 우리나라 권력들이 카르텔처럼 얽혀 있다. 이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도와주면서 공생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PD수첩’ 제작진이자 진행자인 서정문 PD는 이렇게 해당 방송을 마무리했다.

지금으로서는 개별적 사건과 각 사건이 얽힌 타래까지 의혹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특혜의 대상, 소송전을 감내해온 선의의 고발자.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여러차례 알려졌다. 언론과 사학은 원칙과 신뢰를 중시해야 할 주체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공정’이 신뢰를 되찾으려면 침묵을 강요하기보다 깨는 것이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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