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나 웨이브처럼 지식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독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

언론계의 이목이 네이버가 최근 출시한 언론사 중심의 유료구독 서비스에 쏠려 있지만 비슷한 시기 주목할 만한 다른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12일 지식 창작자(크리에이터)에게 유료구독 시스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미디어스피어가 출범했다. 

미디어스피어 서비스의 핵심은 ‘유료 구독’에 있다.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는 많지만 유료 구독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된 서비스는 찾기 힘들다. 미디어스피어는 창작자에게 사이트 구축, 결제, 이용자 분석, 데이터 분석 및 관리 전반을 지원하며 ‘유료 구독’이 가능하게 돕는다.

이성규 전 구글코리아 티칭펠로우가 미디어스피어 대표를 맡았다. 그는 오마이뉴스, 매일경제, 블로터 등 언론사와 포털 다음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창업을 한 적도 있다. 강정수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박상현 칼럼니스트, 김경달 네오캡 대표, 유승철 개발자 등이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미디어스피어 사무실에서 이성규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미디어스피어 제공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사진=미디어스피어 제공

- 창업을 하려면 여러 분야가 있을 텐데 왜 이 사업을 택했나.
“미디어 종사자의 고민이 다 비슷할 거다. 어떻게 하면 보다 신뢰할 수 있고, 건강하고, 유익한 정보를 만들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해외사례를 백날 얘기해도 국내 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있다. 아무런 실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해 직접 나서게 됐다. 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쳤다. 구글코리아에서 일하면서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공부를 하며 확신을 갖게 됐다.”

- 어떤 서비스인가.
“창작자가 가입하면 구독이 가능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빌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역점을 둔 건 유료 구독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다. 플랫폼이 많지만 유료구독을 위한 마케팅 메시지에서부터, 수용자 인게이지먼트, UX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었다. 여러 기능들을 제공하고 지식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창작자들이 하나하나 컨트롤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

- 창작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페이월(지불) 시스템을 예로 들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몇 개로 하는지, 구독 안내창이 어디에 뜨느냐에 따라 구독이 좌우될 수 있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 우리는 이를 가능하게 하려 한다. 또한 전환율, PV(페이지뷰, 조회수 개념), 재방문 비율, 구독 전환을 일으킨 기사 목록 등이 한 눈에 펼쳐지게 하겠다. 그래야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미디어스피어 사이트 갈무리
▲ 미디어스피어 사이트 갈무리

- 창작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의 최대 매력은 무엇일까.
“독립성과 자율성이다. 우리 서비스를 진지 삼아 오래가길 원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온전히 ‘자기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고 디자인에서부터 개발 요소까지 돕지만 같은 툴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다. 도메인도 자신의 주소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또 다른 수익모델이 나타날 수 있다. 창작자가 강연이든 교육이든 또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도우려 한다.”

- 어떤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까.
”초반에는 공동창업 멤버들이 한 명씩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들이 가진 팬층이 있어 초기 효과를 보려는 취지다. 박상현님은 여러 언론을 통해 칼럼을 쓰면서 위상을 확보한 데다 인플루언서다. 두 번째는 제가 ‘미디어고토사’(미디어 혁신 이슈를 다루는 사이트)를 유료로 전환해 오픈했고 강정수 전 센터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글을 예전부터 썼는데, 유료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다 깊게 파고들 계획이다.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씨로켓 살롱’을 운영하면서 고정 팬을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전환할 계획이다. 초반에 공동창업자들이 제일 먼저 나서서 판을 키우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보려 한다.“

▲ Otter Letter 구독 안내 화면
▲ Otter Letter 구독 안내 화면

- 어떤 사람들이 유료구독을 하게 될까.
“구독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성장에 대한 욕망이 강한 20~30대가 주된 독자다. 이들이 유입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찾는 중이다. 사전에 시장조사를 할 때 40대 이하에서 확실히 지불 의사가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2030세대를 만나 물었는데, 크게 두 그룹이 있었다. 한 그룹은 월급의 10% 정도를 자기계발과 관련한 구독 서비스에 투자한다. 이보다 소득이 높은 다른 그룹은 엔터테인먼트 구독과 자기계발 구독을 합쳐서 월급의 20%까지 쓴다. 

- 이들은 어떤 콘텐츠에 주목을 하게 될까.
“네이버에 검색해도 찾을 수 없는 정보, 통찰을 주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에 기꺼이 구독한다고 본다. 사전에 조사해보니 지식정보에 대한 욕구가 있더라. 업무와 관련한 정보인데, 상사는 알려주지 않고 후배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도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불안이 오는 상황에서 힐링할 수 있는 콘텐츠에 주목하는 경향도 있다.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분들이 서비스를 운영하실 수 있도록 확장하려고 한다.“

- 불안을 해결하는 정보는 어떤 게 있을까.
“생활심리 상담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데다 실제 실행 가능한 내용을 제안해주는 분을 찾으려 한다. 월세 사는 대학생부터 직장인들을 위한 부동산 정보, 집 꾸미기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분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처음에는 네이버가 경쟁자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유튜브가 경쟁 상대인 거 같다.
“맞다. 물론 두 업체 다 비교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지만 성격을 놓고 보면 네이버 구독 서비스는 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유튜브와 우리는 창작자 영입을 위한 경쟁을 하는 관계다. 다만 우리의 비전은 신뢰할 수 있는 유익하고 건강한 지식정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라는 키워드에서 유튜브와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가지 않고 검증할 수 있는 건강한 정보를 생산하는 창작자들로 구성하려 한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 신뢰 받는 콘텐츠를 위해 편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크리에이터 섭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수용자 기반의 콘텐츠 생산을 습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협업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이 네 가지 요소를 살펴보면서 섭외하고 있다.”

- 글 중심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상 시대에 글이 갖는 매력은 뭘까.
“행간의 밀도는 글이 높다. PPT로 발표하면 논리적 허점이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흐름이 맞으면 빈틈을 양해하고 넘어간다. 영상도 여기에 가깝다. 반면 글은 논리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더 촘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글이 영상보다는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 포맷을 글에 가두겠다는 건 아니다. 오디오와 연계할 계획도 있다. 다만 영상은 유튜브가 너무 잘하는 영역이라 당장은 시도할 생각이 없다.”

- 유료구독인 페이월 방식 가운데 일정 글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미터드(metered) 페이월’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터드 페이월의 장점은 구독을 메인으로 하면서도 (무료 이용자에 대한) 광고를 넣을 수 있다. 무료로 보면 광고 효과가 발생하게 할 것이다. 광고는 제한적으로만 넣게 할 계획이라 효과가 크지는 않겠지만 작게나마 수익을 낼 수 있다.”

- 언론사와 포털 근무 경험이 있다. 언론이 구독 전환을 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나.
“딱 하나인 거 같다. 독자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구독시스템이 작동하려면 데이터로 나타나는 정량적인 독자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해 그들의 반응을 살피고 어떻게 콘텐츠에 반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도 기자 생활을 했지만 이 태도를 전환하기가 어렵더라. ‘독자’는 네이버에서 자극적인 기사만 보는 부류라는 인식이 각인된 언론인들에게 ‘독자’ 얘기를 꺼내면 대화가 안 된다. ‘제목을 이렇게 던지면 트래픽이 많이 나와’라는 태도로는 곤란하다. 독자라는 게 쉬운 말이지만 어렵다.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새로운 DNA를 가진 새로운 미디어 플레이어가 이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거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미디어만큼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태계가 변화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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