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온라인 이슈 대응에 주력하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지난해 3월 출범해 조선닷컴 페이지뷰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724팀 기능을 확대‧개편하는 것이다.

20일자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주용중 편집국장은 노조 인터뷰에서 새 회사 출범 시기에 “빠르면 6월 중순쯤”이라며 “(자회사 설립은) 우리 회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주 국장은 “724팀이 그동안 우리 전체 PV(페이지뷰)에서 담당한 역할이 상당했다. 그 역할을 좀더 강화하자는 취지”라며 “인터넷 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독자 관심을 받지만 기존 편집국 부서들이 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다. 새로 만드는 회사에는 그런 분야 뉴스를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포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주 국장은 “워싱턴포스트에도 이런 뉴스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다”며 “단독 기사와 각 출입처 관련 심층 기사를 쓰는 편집국이 새 회사와 융합해 더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조선일보 내 724팀은 9명으로 꾸려졌다. 새 회사도 비슷한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3층 편집국장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3층 편집국장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주 국장은 새 회사 인력 충원에 “디지털 뉴스에 대한 경험과 감각이 있는 젊은 사람들을 뽑을 것”이라며 “(현재 724팀 구성원의 경우) 기존 편집국 부서로 인사가 날 것이다. 724팀 인원이 편집국 각 부서로 돌아가면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부서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편집국에서 새 회사로 가는 인원은 대표 1명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새 자회사 대표는 장상진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이 맡을 것으로 내부서 관측되나 인사 발령 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 국장은 새 회사에서 작성한 기사는 온라인에 ‘조선일보’ 이름으로 발행된다면서 “이를 두고 자회사 콘텐츠 질을 우리가 얼마나 신뢰하고 담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과도기이고 현재로서는 (새 회사를 만드는)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노보를 보면, 이번 자회사 설립에 여러 평가가 확인된다. 기자들은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평가하면서도 “클릭 수만 좇는 기사가 조선닷컴을 도배하고, 기존 부서 업무는 또 그 업무대로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724팀에서 나눠 가졌던 속보 기능이 사라지면 각 부서 속보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루 종일 속보 쓰고 지면 기사 쓰다 퇴근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디지털뉴스부, 디지털뉴스본부, 프리미엄뉴스부, 조선비즈와 협업, 724팀까지 숱한 디지털 관련 조직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며 “새 조직은 새 목표를 갖고 나아가야겠지만 과거 비슷한 목표를 가졌던 조직이 왜 결국 없어졌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이번 기회에 디지털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을 스카우트해 편집국 분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것 아니냐”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주 국장은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새 회사가 속보를 아예 안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속보 뉴스는 편집국 각 부서에서 책임지는 구조로 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자들이 앞으로는 디지털 기사를 ‘부담’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본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고 디지털 기사를 본업으로 여길 수 있도록, 그러면서 온라인과 지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국장부터 일선 기자까지 근무 시스템에 변화를 주려고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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