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서평생활] 여러분 회사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슬기로운 서평생활] 여러분 회사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면
[슬기로운 서평생활] 정신역동 마음챙김 리더십/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지음/ 김상복·이혜진·최병현 역/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펴냄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호감을 주는 외형에 말재주도 있다. 사교적이라서 만나는 사람마다 혹하게 한다. 유창하게 말하기 때문에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그런 그에 대해 사람들은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단력도 있고,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 상사들에겐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자신의 이미지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능력 있고 빠르게 출세할 사람이라고 다들 인식했다. 

이러한 겉모습과 달리 그를 유심히 바라보면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짓말이 들통나도 당황하지 않지만 재빨리 화제를 바꿔 말을 돌리곤 한다. 이마저도 ‘사회적 능력’이라고 보는 이들도 더러 있다. 이미 누군가를 만났을 때부터 쉽게 공통점을 찾아내고 소울메이트처럼 다가갔기 때문이다. 

주변을 잘 돌아보면 이런 류의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번지르르한 외양에 비해 실제 오랫동안 일해 본 사람은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실제로는 남을 조종하는데 익숙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는 유형이다. 인간은 누구나 양심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만 그 예외인 사람, 자세히 보면 사기꾼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자본주의에 최적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느끼는 미안함보다는 자신이 1등이 되는 데만 관심을 둘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양심,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이 결핍돼있어 출세라는 목표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엔 좀 과격하지만 내용상으론 그렇게 보이는 사람, 사이코패스의 아류로 볼 수 있는 이들을 SOB(Seductive Operational Bully, 기업정신병)라고 부른다.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경제학,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리더십 분야에서 유명한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드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새 저작 ‘정신역동 마음챙김 리더십’이 국내에 번역됐다. 그는 ‘리더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삶의 진정성’, ‘리더의 마음’ 등의 저서로 이미 국내에 알려져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SOB를 설명했다. 

▲ 정신역동 마음챙김 리더십/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지음/ 김상복·이혜진·최병현 역/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펴냄
▲ 정신역동 마음챙김 리더십/ 맨프레드 F. R. 케츠 드 브리스 지음/ 김상복·이혜진·최병현 역/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펴냄

 

정신병 전문가 로버트 헤어에 따르면 인구의 1%가 사이코패스 범주에 속하는데 이중 상당수가 기업 임원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SOB는 ‘중증’ 사이코패스와 달리 정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 정서적 협박, 부정직하지만 설득력 있는 언어, 주변 사람들의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능력, 당면한 문제를 피하는 능력, 사실 왜곡과 거짓말 등이 그들의 무기다. 

결국 SOB에게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이를 알아차리기 매우 어렵다. 특히 고위직들은 조직 내에 SOB가 있다는 사실을 더 알기 어렵다. 저자는 일단 SOB라는 걸 알아차리는 게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말주변이 너무 좋거나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는가? 
그는 떠벌리는 편인가?
그는 지속적으로 자극을 필요로 하는가?
그는 사소한 일에도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가?
그는 교활하며 남을 조종하는가? 
그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그는 생활방식이 기생충과 같은가?
그는 행동 조절이 잘 되지 않는가?
그는 다른 사람들을 표적과 기회로 여기는가? 
그는 극도로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그는 충동적인가?
그는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데 능숙한가?
그는 특권의식이 강한가?
그는 권력을 이용, 남용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긍정하는 답이 높을수록 그는 SOB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라고 알려진 요소들이 흉악범죄가 아닌 회사생활로 변형된 것으로 봐도 된다. SOB임원이 내 상사라면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런 타격을 입는데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변명들을 늘어놓는 걸 볼 수 있다”(180쪽)고 한다. 특히 이런 SOB임원은 그의 경영스타일, 업무스타일이라며 사내에서 존중받을 가능성이 크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이는 최근 일각에서 논란이 되는 능력주의와 맞닿는 지점이 있다. 홍세화 등이 쓴 ‘능력주의와 불평등’을 보면 능력주의엔 두 가지 모순이 있다. 첫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는 체제 정당화 논리로 작동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 능력주의는 제대로 실행된 적이 없다. 능력에 비례해 보상을 한다고 알려졌을 뿐 실제 비능력적인 요인이 보상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정말 연봉이 높은 사람은 능력이 많은가. 그 능력이 많다는 기준은 누가 정했나.

둘째, 능력에 따른 차등적 보상 원리는 현존하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마치 ‘정당한 불평등’처럼 보이게 한다. 분명 자본주의 사회에도 계급이 있고 그 계급은 순수하게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기 어렵다. 여전히 계급이 세습되고 있고, 능력주의의 핵심 중 하나인 학벌은 경제수준과 큰 연관이 있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성적으로 평가하는 게 마치 공정한 잣대로 평가받지만 수많은 연구에서 집안의 경제력이 높을수록 수능성적이 높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연구결과를 아무리 들이대도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진 않는다. 능력주의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아서다. 문제는 이 능력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해 능력이 부족한 사람(어쩌면 자본이 적은 이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면서 이를 정당화한다는데 있다. 

이제 능력주의는 모두가 당연하게 믿는 자본주의와 매우 밀착해있다. 경쟁에서 밀리면 피해를 당해도 된다는 논리를 사회가 묵인하고 있다. 특히 기업 내에서는 더욱 더 이를 쉽게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다.

SOB들은 상사들에게 원하는 대답을 잘 해준다는 이유 등으로 그들의 위선적이고 부당한 모습조차 인정받는다. 그럴수록 오히려 SOB의 희생양들은 이에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심신이 피폐해지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며 퇴사를 하게 된다. 

저자는 SOB임원들 대처 방법도 소개했다. 책에는 서류상으론 멀쩡하지만 실제 특정 부하직원에게만 짜증을 내는 임원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그는 마감 시한이나 우선순위를 수시로 변경했다. 부하직원으로선 예측가능하지 않은 불쾌한 상사였다. 성과는 상사가 가로챘다. 부하직원은 대화를 하려 노력했고 문제를 말했지만 오히려 사내에서 더욱 힘들어졌다. 그 임원은 사내 고위인사들과 잘 지냈다. 

저자는 이 상황에서 부하직원이 어떻게 느꼈는지 일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사건마다 장소, 시간, 관련자, 정확한 발언 등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중에 공식 절차를 밟을 때 유용한 증거자료다. 동료들이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고 하면 그들에게도 이를 기록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문제제기를 하기로 한 순간이 오면, 이는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기업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점을 확실히하고 피해자가 많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SOB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예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면접에서 이를 걸러내야 한다. SOB는 면접관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는데 능숙하기 때문에 대답들 사이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없을 때 거짓말을 하거나 에둘러 답을 하기도 한다. 고위급 면접관에는 아첨하지만 하위 직급자들에게는 거들먹거리는 지원자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역시 사이코패스 성향의 특징이다. 

온라인상에는 조직 내에서 힘들게 하는 구성원에 대한 고민 상담글이 넘쳐난다. 글쓴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만으로도 힘을 얻고,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을 공유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혹시 우릴 힘들게 했던 그가 SOB는 아니었을까.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