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가정의 사연은 다양하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의 이유는 모두 비슷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마찬가지로 언론의 문제를 다루는 글들을 보면 참 다양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해결 방안은 의외로 비슷하다. 바로 탐사기획 기사를 늘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 시리즈는 기획기사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지난 5일부터 시작한 “소득 상위 5%가 세금 65% 내는 나라”부터 최근 지난 16일 현재 “어렵게 투잡 뛰었는데… 종합소득세 날벼락 맞은 이유”까지 무려 17개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논점의 언론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낸다는 기획기사도 나름 존재 이유는 있다. 다만,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마찬가지 이유로 정말 고소득자 세금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지 밀도있게 분석하는 기사도 필요하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고소득자 쥐어짜는 세금? ‘한국경제’가 감춘 진실” 외에는 고소득자 세금 증가의 실태를 균형있게 다루고 있는 기사가 찾기 힘들다. 

▲ 한국경제 기획기사에 대한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갈무리
▲ 한국경제 기획기사에 대한 오마이뉴스 기사 화면 갈무리

이에 ‘한국경제’가 분석한 원자료인 ‘국세청 통합소득’ 자료를 바탕으로 고소득자 세금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국세청 통합소득이란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을 통합해 중복분을 제거한 소득자료다. 개인별 소득과 납세정보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정보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연간 6억2320만원을 벌면 소득 상위 0.1%에 입성할 수 있다. 4년전인 2015년에는 5억448억원만 벌어도 상위 0.1%에 진입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연간 1억8200만원을 벌어야 한다. 4년전인 2015년에는 1억6300만원만 벌면 상위 10%에 입성할 수 있었다. 내 소득이 2480만원이면 딱 중위소득이 된다.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하는 사람 기준으로 나보다 더 잘 버는 사람이 절반, 나보다 더 못 버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상위 0.1% 소득은 2015년 27조원에서 37조원으로 35.8% 증가했다. 소득은 35.8% 증가했는데 세금은 48.4%가 증가했으니 한국경제의 주장대로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라고 표현하면 되는 것일까?

▲ 2015년 2019년 통합소득 비교. 국세청 통합소득 천분위자료. 자료=이상민
▲ 2015년 2019년 통합소득 비교. 국세청 통합소득 천분위자료. 자료=이상민

그러나 중위소득자를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소득은 35.4% 증가했는데 세금은 55.4% 증가했다. 고소득자보다 세금이 더 증대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세금증가율이 높은 것은 누진구조에서는 당연한 얘기다. 조금 버는 사람에는 낮은 세율, 많이 버는 사람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은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다. 중위소득자의 면세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최상위 계층보다 세금증가율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자 세금만 폭증한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2019년 상위 0.1%의 총소득은 36.6조원이다. 전체 소득자의 4.2%를 차지한다. 4년전 상위 0.1%는 전체 소득자의 4%만 차지한 것과 비교해보면 소득 재분배가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더 높아졌다. 초고소득자의 소득편중이 심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과세비중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2015년도에는 상위 0.1%가 전체 세금의 18%를 부담했었는데 2019년도는 18.6%를 부담한다. 다소 세 부담 비중이 늘었다. 반면, 상위 1%는 같은 기간 동안 42% 부담하던 세금 비중이 41.4%로 낮아졌다.

▲ 2015년 2019년 과세비중 관련 자료. 자료=이상민
▲ 2015년 2019년 과세비중 관련 자료. 자료=이상민

결국, 연봉 1억8200만원 받는 고소득자가 입성할 수 있는 상위 1%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다만 연봉 6억원이 넘는 상위 0.1% 초고소득자의 과세비중은 다소 늘었다. 이는 소득이 늘어난 덕분이기도 하고 과표 3억원 초과 세율이 인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은 문재인정부에서 고소득자 세금이 증가했다고 한다. 사실이다. 다만 정확히 말한다면 문재인정부 이후 과표가 3억원이 넘는 초고소득층 세율을 2%p(38%→40%) 인상했다. 그리고 과표 10억원이 넘는 초초고소득층 세율은 40%에서 45%로 제법 큰폭으로 인상했다. 만약 내 연봉이 3억원을 훌쩍 넘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 정책에 따라 늘어난 세금은 거의 없다. 결국 가치판단 문제다. 초고소득층 소득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누진과세를 강화할지, 아니면 초고소득층의 과세편중을 완화해야 할지는 다양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언론 기획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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