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을까요?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를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를 합쳐 일컫는 말입니다. M과 Z사이에 속한 미디어오늘의 두 기자가, MZ세대를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 편집자 주

한때 ‘뉴스레터’는 나도 모르게 수신 동의를 눌러 쏟아지게 된 광고 메시지를 뜻했다. ‘휴지통’으로 보내지거나 ‘스팸메일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랬던 뉴스레터의 위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열독률 높은 콘텐츠의 상징이 됐다. 대형 언론사들은 이미 뉴스레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고 중소 규모 언론사에서도 “우리도 뉴스레터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뉴스레터 붐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스티비다. 스티비는 뉴스레터의 ‘툴’이라고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누구나 쉽게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하며 주목 받았다. 뉴닉, 어피티와 같은 미디어 스타트업과 중앙일보, SBS, 국제신문 등 언론사는 물론이고 배달의민족 등 기업,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도 스티비 툴을 쓴다. 스티비 툴을 통해 뉴스레터를 접하는 독자만 2000만 명에 달한다.

14일 만난 임호열·임의균 대표는 뉴스레터의 최대 장점으로 ‘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을 꼽았다. 페이스북이 정책을 바꾸면서 많은 언론사들이 공들여 키운 계정의 영향력이 급락했고, 포털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언론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반면 뉴스레터는 매체와 이용자의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돼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스티비 임호열(왼쪽), 임의균 대표. 사진=스티비 제공
▲ 스티비 임호열(왼쪽), 임의균 대표. 사진=스티비 제공

- 뉴스레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임의균= 슬로워크라는 회사를 창업해 홈페이지를 만드는 제작 대행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뉴스레터가 주목을 받았는데, 우리 고객 중에도 뉴스레터를 의뢰한 분들이 있었다. 슬로워크는 비영리단체쪽 제작 대행을 많이 했는데, 비영리단체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을 지불하면서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게 효율이 떨어졌다. 뉴스레터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툴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직접 만들게 됐고, 슬로워크에서 함께 일하던 호열님과 다른 동료들과 함께 뉴스레터 솔루션 업체를 분사했다.

- 뉴스레터의 인기가 높아질 걸 예상했나.
임호열= 예상 못했다. 뉴스레터 사업을 할 당시만 해도 마케팅 목적이나 단순 소식지 스타일의 뉴스레터가 대부분이었다. 뉴스레터를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잘 없었다. 다만 미국에 스킴(Skimm, 시사 이슈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뉴스레터)이 만들어졌다는 데 주목은 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흐름이 몇 년 후 한국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고, 어피티와 뉴닉을 처음 봤을 때 ‘한국도 시작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의균=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업계에서 회자되면서 조금씩 가능성이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독자층을 나이별로, 성향별로 잘게 쪼개 뉴스레터를 보내는 방식을 권했다. 우리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현재는 일회성, 휘발성으로 소비하는 뉴스레터가 아니라 가치 있는 콘텐츠로 변해야 독자들이 오픈하고 클릭한다는 걸 학습하기 시작한 거 같다. 예전에는 환경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우리 물건 사주세요’라는 메일을 보냈는데, 이제는 관련한 콘텐츠를 제작해 뉴스레터로 보내는 식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단체 소식지’를 보내는 게 아니라 ‘위클리어스’라는 브랜드로 ‘환경’과 관련한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낸다.

▲ 서울환경연합의 뉴스레터 '위클리 어스' 갈무리
▲ 서울환경연합의 뉴스레터 '위클리 어스' 갈무리

- 왜 뉴스레터가 주목을 받게 됐을까.
임호열= 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마케팅을 하면 특정 플랫폼에 돈을 내고, 콘텐츠를 그곳에 노출시킨다. 어떻게 노출할지 우선순위나 방식을 결정하는 건 플랫폼이다. 플랫폼이 정책을 바꾸면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할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플랫폼의 생명 주기도 고려해야 한다. 그 플랫폼의 생명이 다할 수 있다. 그러면 마케팅하는 입장에선 다시 돈을 써서 다른 플랫폼의 고객을 새롭게 확보해야 한다.

- 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최대 장점인가.
임호열= 맞다. 이메일이 사라질 일은 없으니 플랫폼의 생명이 다할 때마다 갈아탈 일 없이 꾸준히 기반을 갖고 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으로서 의미가 있다. 언론에선 포털의 영향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의존하다 보면 자신들의 구독자를 구축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포털의 이용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지 우리의 고객은 아니다. 반면 뉴스레터는 내 구독자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임의균= 물론, 포털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트래픽 때문에 포털에 들어가고, 그 결과 의존하게 된다. 만약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언론이 꾸준하게 직접적으로 독자를 관리해왔다면 그 데이터를 토대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포털에 종속되면서 언론이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해 능동적으로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다른 측면에선 SNS가 뜨면서 반대급부로 뉴스레터가 주목 받은 면도 있다. SNS에선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불필요한 정보까지 다 봐야 해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는데 뉴스레터는 능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정보만 볼 수 있다.

- 개인들도 뉴스레터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임의균= 정말 다양하다. 기업이나 언론, 단체 뿐 아니라 개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에세이를 연재하는 분도 있고 전시회에 나온 그림에 대한 맥락을 설명해주는 분도 있다. 한국에서는 에세이를 보내는 뉴스레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 뉴스레터를 만들어도 사람들이 오픈하는 비율이 높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오픈율을 높일 수 있을까?
임호열= 사실 정해진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제목에 메일 수신자 이름을 넣으면 오픈율이 높게 나타난 적 있다. 제목이 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오픈율에 차이도 있었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과거 마케팅용으로 뉴스레터를 보낼 때는 짧은 시간에 후킹(주목하게 하는 것)을 유도하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은 뉴스레터 자체가 읽을 거리인 경우가 많아서 제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 같다. 제목 길이가 어떻든, 구독자의 이름을 부르든 아니든 이미 좋아해서 구독했다면 열어보게 되는 것 같다.

▲ 스티비 임의균(왼쪽), 임호열 대표. 사진=스티비 제공
▲ 스티비 임의균(왼쪽), 임호열 대표. 사진=스티비 제공

- 매력적인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임호열= 세세하게 보면 보낸 사람 이름을 고민하면 좋다. 그냥 ‘스티비’가 아니라 ‘스티비 호열’이라고 하는 식으로 화자를 설정하고, 본문에도 화자가 말을 걸 듯 소통하는 방식이 좋다. 미리보기 테스트도 할 수 있다. 메일함에서 뉴스레터를 봤을 때 보이는 본문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 내용에 따라 오픈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뉴스레터는 꾸준히 정기적으로 정해진 요일이나 시간에 올리는 게 좋다. 뉴스레터가 언제 온다는 점을 학습하게 되면 오픈율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임의균= 대량으로 구독자를 수집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가닉하게, 충성도 높은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애정이 있는 독자는 제목의 영향을 크게 안 받게 된다. 뻔한 얘기 같지만 독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기성 언론사의 경우 인상적으로 본 뉴스레터가 있나.
임호열= SBS 마부작침팀에서 제작하는 마부뉴스가 기억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티가 난다. 탐정사무소를 콘셉트로 한 캐릭터와 나름의 세계관이 있다.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낱말퀴즈를 통해 쉽게 풀어내기도 한다. 지역 뉴스를 요약해 전달하는 부산 국제신문 ‘뭐라노’도 인상적이다. 지역에서 뉴스레터에 에너지를 쏟는다는 점에서 놀랐고, 지속적으로 하고 계신 점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데이터도 쌓일 거고 노하우가 쌓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임의균= 미라클레터도 많이 회자된다. 실리콘밸리 IT소식에 관심 있어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팅이 분명하다.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문체도 달라진 거 같고 디자인도 좋아졌다. 꾸준히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 SBS '마부작침'팀의 뉴스레터 마부뉴스 갈무리
▲ SBS '마부작침'팀의 뉴스레터 마부뉴스 갈무리

- 언론계에선 ‘지역성’이 화두인데 지역언론은 뉴스레터를 기회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임의균=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유튜브에 로컬 크리에이터가 많다. 이 분들이 다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제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고성에 사는 어부들이 하는 채널이 있다. 구독자가 40만 명이 넘는다. 영상을 보면 생생한 지역 얘기를 다룬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 조개가 전보다 잘 안 나온다는 얘기를 하면서 산불로 잿물이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언론사라는 틀을 벗어나서 상상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요는 분명히 있다.

임호열= 뉴스레터 중에 지역의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서울 특정 지역에 대한 뉴스레터가 있고, 부산에 대한 뉴스레터도 있다. 맛집이나 지역 이슈에 대한 내용을 담는데 다른 지역 사람이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얘기를 해도 그 지역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다. 뉴스레터를 잘 하시는 분들은 구독자분들과 커뮤니티를 만든다. 언론도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할 수 있다고 본다.

- 시민단체 뉴스레터 가운데 인상깊었던 사례는 무엇인가.
임호열= 세이브더칠드런은 시나리오 이메일을 체계적으로 설계했다. 대체로 비영리 단체들은 후원자가 구독하면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보내고 끝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입 후 특정 시점마다 미리 설계된 메일을 보내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자동 이메일 기능을 잘 쓰는 게 좋다. 처음 가입하면 환영한다는 ‘웰컴 메일’ 정도를 보내는데, 구독자 반응에 따라 어떤 콘텐츠를 보낼지 미리 설계해 자동으로 보내면 메일을 잘 안 열어보는 구간에 있을 때, 이를 보완해가며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뉴스레터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나.
임호열= 잘된 사례를 따라 하는 거다. 부산 국제신문 ‘뭐라노’가 잘 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똑같이 따라한다고 잘 될까? 특정 세대가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뉴스레터는 톤이 최적화돼있다. 그 세대를 소비자층으로 갖고 있지 않은 곳에서 똑같이 따라한다고 해서 통하지 않는다.

- 개인의 뉴스레터 평균 오픈율이 회사, 단체보다 높다고 들었다. 
임호열= 개인들이 구독자 규모가 작다. 구독자 수가 더 적으면 평균적인 오픈율이 높다. 개인들이 하는 뉴스레터는 취향의 세분화가 돼 있어서 규모는 작지만 충성도는 더 높을 수 있다. 

임의균= 스티비 툴을 쓰는 창작자 중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뉴스레터’처럼 취향이 분명한 경우가 있다. 단체나 회사들은 대체로 콘텐츠를 이렇게 세분화하지는 않는다. 이메일 주소 수집 경로에도 차이가 있다. 단체나 기업은 회원가입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뉴스레터 수신 동의를 누르게 된다. 이렇게 확보된 독자는 충성도가 높지 않다.

- 뉴스레터가 주목을 받으면서 경쟁 서비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스티비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임의균= 우리는 플랫폼을 지양한다. 개인 창작자들이 독자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구축을 하는 도구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도구로서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들을 보완해나가면서 서비스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우리 도구를 잘 써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얻었으면 좋겠고, 생태계를 지원하면서 같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임호열= 포털의 서비스를 포함해서 여러 구독 서비스가 나오는데,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좋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체급 차이가 있어서 포털과 직접 경쟁할 수 없다. 디테일하게 보면 시장이 나눠질 거다. 포털이 품을 수 있는 종류의 콘텐츠와 우리가 품을 수 있는 콘텐츠에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들이 하지 않는 걸 찾아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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