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일방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한 인터넷신문들이 대거 ‘주의’ 조치를 받았다.

인터넷신문위원회 기사심의분과위원회(이하 기사심의분과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4월 자율규제 기사 심의내역에 따르면 불가리스에 코로나19 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한 인터넷신문 18곳이 ‘감염병 보도준칙’ 위반으로 ‘주의’를 받았다.

주의 조치를 받은 언론사는 이데일리, 데일리안, 위키트리, 메트로신문, 신아일보, 뉴스토마토, 국제뉴스, 굿모닝경제, 글로벌경제신문, 뉴스웍스, 뉴스투데이, 스마트경제, 디스커버리뉴스, 매일일보, 메디컬투데이, 서울와이어, 싱글리스트, 한스경제 등이다.

▲ 14일 데일리안 기사 갈무리
▲ 4월 13일 데일리안 기사 갈무리

이들 언론은 4월 13일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발표한 심포지엄 행사 내용을 전했다. 일례로 위키트리는 “남양 불가리스에서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견됐다” 기사를 통해 “남양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 내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실험은 원숭이 폐 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한 다음 불가리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에 인체에 대한 효과를 단정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이날 발표된 내용은 남양유업측이 주도한 ‘셀프 연구’였다. 

보도가 확산되자 질병관리청은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원리를 검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예방·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식품의약안전처는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실제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4월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 연합뉴스

기사심의분과위는 남양유업의 ‘셀프 연구 발표’였고, 동물 세포 실험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남양유업 측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전달해 마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가 오해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기사심의분과위는 “감염병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뒤 작성하도록 하고, 감염병의 새로운 연구결과 보도 시 학술적 발행기관이나 발표한 연구자의 관점이 연구기관, 의료계, 제약 회사의 특정 이익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 결과가 전체 연구 중의 단계인지, 최종 연구결과물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규정한 감염병보도준칙을 어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기사심의분과위는 “불가리스는 한때 품절되고 남양유업의 주가는 폭등하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주식투자자도 생겼다. 사회와 시장에 파장이 큰 만큼 질병관리청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기사에 반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신문위 기사심의분과위는 자율규제에 서약한 인터넷신문을 대상으로 심의하기에 서약사가 아닌 경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날 심의에는 양승찬 숙명여대 교수(위원장), 남영진 한국기자협회 고문, 이승선 충남대 교수, 최용문 변호사,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기사심의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