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거론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을 두고 촛불정신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잘못을 사과한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도 국민의 뜻을 살피는데 소홀하지 않겠다고 했다.

5·18 민주항쟁 41주년을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을 사과함으로써 사법정의와 법적 형평성을 외면하는 민주당 정치인이라는 강렬한 낙인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권력구조가 중심이 아닌 내삶을 지켜줄 수 있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개헌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16일 오전 광주시당에서 열린 ‘광주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아직도 광주는 그날의 상처를 아파하고 있다”며 “저는 전남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랐다. 그러나 제가 광주 전남을 비롯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도 있었음을 고백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저는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다”며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것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했다…그러나 저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그 후로 저는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반성했다.

최근 전직 대통령 사면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론몰이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지지층 뿐 아니라 여론조사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5·18을 두고 이 전 대표는 홍콩 시민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항거하고, 미얀마 국민은 광주를 생각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를 넘어 세계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승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5·18 진상규명 등 미완의 과제의 완성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5·18 이후 직선제 개헌 등의 정치적 민주주의 제도화를 이뤘으나 사회 각 분야가 승자 독식의 구조로 굳어지며 불공정과 불평등이 광범하게 심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전 대표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겹치면서 이런 변화가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국민은 삶을 불안해 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며 “내 삶을 나라가 지켜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 전 대표는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개헌이 크게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라고 주장했다. 기본권 강화는 내 삶이 국가의 더 강력하고 세밀한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고, 불평등 완화는 승자 독식의 구조를 상생과 협력의 구조로 바꾸어 가는 것이라는 게 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 전 대표는 헌법에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주거권을 두고 이 전 대표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고가주택이 아닌 1주택자 장기 거주주택의 세 부담 완화, 전월세 거주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근거”라고 했고, 아동, 노인, 장애인, 소비자의 권리도 새로 규정해야 하며 환경권, 노동권, 교육권은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을 두고도 이 전 대표는 토지로 인한 불공정,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 소멸을 막고, 지방재정분권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국가균형발전의 내용을 명료하게 규정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제까지 아홉 차례의 개헌은 국민의 권리보다 권력구조에 집중됐다”며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각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광주를 위해 이 전 대표는 △광주~대구 KTX,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광주군공항 이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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