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성 언론에는 유명한 사람과 권력자 소식만 나오는 걸까요? ‘평범한 미디어’는 평범한 시민 눈높이에서 시작합니다. 평범한 시민의 살림살이와 일상 속 이야기에 관심을 두겠습니다. 중앙 정치권 뉴스와 국가적 의제를 다루더라도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겠습니다.”

광주광역시에 거점을 둔 ‘평범한 미디어’(https://www.normalmedia.co.kr/) 소개글이다. 광주 독립언론 소속 기자들과 서울에서 국회 출입을 하며 소수정당 취재를 전문으로 하던 기자가 주도해 지난 3월 창간한 매체다. 이들이 말하는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미디어오늘은 13일 ‘평범한 미디어’ 박효영 편집국장과 윤동욱 기자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범한 미디어 소개글.
▲평범한 미디어 소개글.

“학생 척추 위협하는 ‘일체형 책상’, 왜 쓰는 걸까?”

‘평범한 미디어’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기사로 꼽힌 기사다. 대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일체형 책상과 관련한 고충을 전했다. 책상과 의자가 완전히 붙어있는 책걸상인데 기사는 “사람마다 체형이 다른데 왜 이렇게 배려 없는 시설을 사용하는 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일체형 책상을 처음으로 만든 가구업체를 알아보고 척추 건강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기사를 쓴 윤동욱 기자는 “결국 예산을 아끼는 문제 때문에 건강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말했다.

“광주 상무지구 공원에 고라니가 산다. 어디서 왔을까?”

광주에 거점을 둔 만큼 광주 지역 소식을 다루기도 한다. 광주 상무 지구에 고라니가 목격되고 있는데 행정당국은 이 고라니를 포획 후 방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고라니를 두고 “사람들과 유대가 쌓였는데 그냥 놔두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라니에 먹이를 주던 주민들이 고라니와 정이 들어 포획 반대를 외치는 상황을 전했다.

[평범한궁금증] 광주에서 가장 키 작은 신호등, 대체 뭘까?”라는 기사도 있다. 광주 북구 월출교차로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신호등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취재했다. 광주광역시 교통정책과에 문의하니 송전탑 선로가 있어서 신호등을 작게 설치했다는 답을 들었다.

▲평범한 미디어 갈무리.
▲평범한 미디어 갈무리.

이들 취재는 소소하고 평범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박효영 편집국장은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람들은 보통 유명한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나 약자가 언론에 등장하는 경우는 굉장히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라며 “평범한 사람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스토리가 없다면 주목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평범한 미디어’에서도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탈학교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동권이나 취업 이야기 등 실생활 속 문제를 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평범한 미디어가 또 주목하는 사람은 자영업자다. 박 국장은 “한국에 자영업자가 600만명이다. 그러나 언론이 자영업자를 주목할 때는 그들(자영자)이 기사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해줄 때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 멘트를 따더라도 ‘요새 너무 힘들어요. 장사가 안 돼요’ 같은 말을 해주는 곳을 찾아가고 이를 정치권 이슈와 엮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미디어의 주요 기사 목록.
▲평범한 미디어의 주요 기사 목록.

평범한 미디어에는 ‘카페 탐방’이라는 지역 카페를 소개하고 자영업자를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다. 이들을 실제로 취재하면서 자영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 철학을 발견했다고 한다.

“식상한 질문이지만 ‘창업이 쉽지 않죠?’라고 물었는데 ‘자신감이 없으면 창업하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 ‘누군가 창업에 대해 물어오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라고 질문했는데 ‘그런 걸 남한테 물어보는 사람은 창업하면 안 된다. 자신이 있으면 그냥 하는 거다’라는 답을 들었는데 신선했다. 기성 언론에선 ‘야마’가 안 되는 사례였을 것이다.”

박 국장은 카페 탐방 이야기를 들려주며 “야마 없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취재해보면 그들만의 ‘야마’가 나오더라. 물론 일간지에서 뽑는 야마와는 다르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철학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미디어의 박효영 편집국장, 윤동욱 기자.
▲평범한 미디어의 박효영 편집국장, 윤동욱 기자.

평범한 미디어가 정치 기사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박 국장은 서울에서 4년간 정치 기자로 활동하며 소수정당 기사를 썼다. 평범한 미디어에도 “소수정당 후보들이 허경영에 패배한 이유”, “부산 밑바닥 청년 정치에 도전했던 성보빈씨 ‘정치뽕 안맞았지만 언젠가는’”과 같은 기사가 인기다.

[관련 기사: 거대 양당 벗어나 ‘소수정당의 요정’이 된 기자]

평범한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인 “소수정당 후보들이 허경영에 패배한 이유”를 보면 허경영이 다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허 후보가 12년 동안 대중강연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들과 만남을 이어왔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면서 박 국장 자신이 당한 취업 사기 사례를 밝힌다. 정치에서 효용성은 결국 약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목적이다.

“현직 언론인으로 사회 문제를 비판해온 나였지만 언제든지 위기에 몰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한낱 힘없는 약자에 불과하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때 우연히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를 만났다. 비상구 소속 노무사를 소개 받았다. 그는 아무 대가 없이 내용증명서를 작성해줬고 각종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며 구체적 대응 노하우를 알려줬다.”

박 국장은 “국회에서 정치 기사를 쓰면서 정치와 민생 영역이 사실 굉장히 밀접한데도 기사들은 그 ‘연결고리’를 빼놓고 단편적 사실만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예를 들면 어떤 정책에 의해 당장 집세, 의료 보험료, 대학 등록금이 달라지는데 ‘누가 누구와 단일화했다’는 맥락 모를 기사만 우르르 생산된다. 정치와 생활의 연결고리를 해설해주는 기사는 적었다”고 짚었다.

이어 “정치 기사를 써왔지만 사람들이 정치 기사의 단편·전략적 부분에만 관심을 갖거나 혹은 아예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에 ‘투표하자’, ‘왜 모르나’라는 식으로 계몽적으로 굴기도 싫다. 정치와 생활이 따로 노는 기사는 쓰고 싶지 않다.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게 내 나름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 창간한 평범한 미디어는 아직 수익이 없다. 박 국장은 “광고를 받아야겠지만 진짜 ‘광고 효과’가 있는 광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사실 기존 언론에 하는 광고는 효과가 없음에도 ‘언론이 기업을 때릴까봐 주는 광고’이지 않나. 소액 광고래도 실제 어떻게 하면 광고 효과를 낼지 함께 고민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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