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영국 BBC, ‘런던 중심 방송’에서 벗어난다 
영국 BBC, ‘런던 중심 방송’에서 벗어난다 
뉴스 조직의 절반 이상, 런던 외 지역으로 이전 계획 

국내 공영방송 화두로 ‘광역화’가 떠오른 가운데 영국 BBC가 런던이 아닌 영국 전역에 자원과 조직을 분산시키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이고 있다.

BBC는 지난 3월 조직 혁신 계획을 담은 ‘영국 전역의 BBC(THE BBC ACROSS THE UK)’ 보고서를 공개했다. ‘칙허장’(The Royal Charter)이 만료되는 2028년까지 TV 프로그램 60%, 오디오 프로그램 50%를 런던 외 지역에서 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BBC는 수신료를 비롯한 자금, 운영 등을 위해 약 10년 주기로 영국 국왕의 칙허장을 갱신해야 한다. 최근 칙허장은 2017년 1월 발효됐다.

BBC의 이번 계획은 내년에 있을 칙허장 중간평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BBC는 ‘영국의 다양한 지역 사회를 반영, 대변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에서 적극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받아왔다. 공영방송 모범으로 꼽히는 BBC이지만, 런던에 사는 중산층, 중년, 백인 남성 시청자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오랜 시간 제기돼왔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4개 지역국가로 이뤄진 영국에서 런던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TV 부문에서 BBC는 향후 3년간 100여편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을 런던 외 지역에서 제작한다. 특히 최소 30편 이상은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역에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BBC의 새로운 보직도 늘어나게 된다.

▲영국 BBC가 공개한 'The BBC across The UK' 보고서 발췌
▲영국 BBC가 공개한 'THE BBC ACROSS THE UK' 보고서 발췌

오디오 조직도 런던 외 지역으로 이전한다. 라디오3, 라디오6 채널은 맨체스터 샐퍼드 사옥으로 옮기고, 런던과 버밍엄에 흩어져있는 BBC 아시안 네트워크 채널은 버밍엄으로 통합한다. BBC 오케스트라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세계 최대 클래식 축제인 ‘BBC 프롬(Proms)’을 비롯해 BBC 라디오가 주관하는 각종 음악 행사의 지역 공연도 확대된다.

BBC는 뉴스 조직의 절반 이상을 런던 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후·과학 뉴스팀은 카디프, 기술 관련 뉴스팀은 글래스고, 교육 관련은 리즈로 옮기며 라디오1채널 뉴스 프로그램 ‘뉴스비트’는 버밍엄으로 영구 이전된다. BBC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 진행은 벨파스트, 카디프, 글래스고, 맨체스터 등 여러 지역 방송국에서 돌아가며 진행한다.

나아가 지역의 인재 육성을 위해 버밍엄 지역에 수습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해 1000여명의 수습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부서를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런던 BBC 사옥의 임대 시설은 축소된다. 버밍엄은 런던과 맨체스터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간행물인 해외방송정보(주대우 영국 통신원)는 이 같은 BBC의 조직 혁신 계획을 소개하며 “영국 4개 지역의 서로 다른 지역 사회를 BBC 방송에 온전히 잘 담아내기 위해서는 BBC의 방송 조직과 기능이 영국의 여러 지역으로 물리적 분산이 되어야만 한다는 믿음이 이번 계획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BBC 핵심 기능 및 부서의 지방 이전 방향성은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세세한 실행안에 있어서는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BBC가 아시안 네트워크 채널을 아시아인 비율이 많은 버밍엄으로 옮긴다고 했는데, 영국에서 가장 많은 아시안이 거주하는 지역은 런던(버밍엄의 5배)이다. 

BBC 뉴스본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면서 ‘중앙집중화’를 추진한 지 10여년 만에 ‘전국적 분리’를 계획한 데 대한 논란도 전했다. 주대우 영국 통신원은 “런던은 현재 영국의 모든 기술, 과학, 교육의 중심지”라면서 “이러한 점에서 이번 결정이 BBC 기자들을 현안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지게 하고 결과적으로 잦은 출장만 늘어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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