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조직한다는 보도들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특성을 부각하며 칭찬하는 듯 하지만 결론적으로 기존 노동운동을 폄하하는데 이용하는 보도들이 지적되고 있다. 각 사업장 마다 다른 MZ노조의 특징을 살펴보거나, 기존 노동운동에 MZ세대들이 유입되는 흐름은 짚지 않고 미리 정해 놓은 ‘노조 공격’ 프레임에 이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MZ노동조합에 대한 보도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신문지면 스크랩 서비스 아이서퍼에 등록된 123개 매체 기준, 1월에는 ‘MZ노조’ 키워드로 검색되는 보도가 없지만 2월은 17건의 보도가 검색된다. 같은 기준 3월 15건, 4월 64건, 5월1일부터 5월12일까지 19건이 검색된다.

보도가 시작된 경위는 1월29일 SK하이닉스에서 4년 차 기술사무직 직원 A씨가 임직원에게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정확히 밝혀라’는 메일을 보낸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노조는 SK텔레콤 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줄어든 성과급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상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지만 절차의 ‘투명성’ 부분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함께 언급됐다.

▲3월31일 중앙일보 2면.
▲3월31일 중앙일보 2면.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도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에 비해 LG화학 내 석유화학, 생명과학 부문보다 부족한 성과급을 받았다는 지적을 했다. 그 외에도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성과급과 관련해 MZ세대가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MZ세대들은 다르다’는 식의 보도, “불공정하면 돌직구 날려라”(중앙일보 2월18일), “‘일한 만큼 달라’ MZ세대의 아우성 연공서열이 무너진다”(서울경제 3월27일) “공정에 민감하고 솔직한 세대 MZ, 그들이 드러눕기 시작했다”(중앙일보 3월31일) 같은 보도들이 나왔다.

“투쟁이란 말만 봐도 토 나와” MZ노조 칭찬하며 기존 노동조합 공격으로 이용

현상을 짚은 기사들과 달리, MZ세대 노조를 부각하면서 기존 노동조합을 공격하는데 집중한 보도들도 있다. 4월23일 조선일보 “‘생산직만 격려금? 이런 불공정 더는 못참아’ MZ세대 노조가 온다” 기사는 “MZ세대들은 기존 노조를 ‘기성세대가 장악한 꼰대 노조로 정의한다. 빨간 머리띠에 투쟁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기성세대 노조와 달리 공정과 투명성을 지향하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게 MZ세대 노조의 공통점이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4월2일 “회장 위에 노조 보호받는 갓술(god+기술직) 투쟁 말만 들어도 토나와” 기사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 기사는 ’MZ세대의 말말말’ 이라며 “‘투쟁’이란 말만 봐도 토가 나온다. 다른 말을 쓰자”라는 말을 전했다. 같은 날 “생산직 노조 갑질 못참겠다 MZ세대 반란” 기사도 “이들은 기존 노조의 구시대적 투쟁 방식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새노조 추진 멤버 중 한명은 ‘현재의 노조는 개인의 사익만을 챙기는 조직으로 얼룩졌다’는 글을 카카오톡 채팅창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4월2일 조선일보 3면.
▲4월2일 조선일보 3면.

MZ세대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민주노총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보낸 보도도 있다. 매일경제의 2월8일 “MZ세대가 직장인 60% 문화 혁신 나선 기업들” 기사에서는 이정 한국외대 교수를 인용한 문구에서 “(사측이 MZ세대와의) 소통을 회피한다면 기업들로선 MZ세대 직장인들의 노조 가입을 촉진해 결국 노조 세 불리기에 나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마련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들은 MZ노조를 칭찬하면서 기존 노조를 공격하고, 기존의 노동조합과 새로운 조직과의 갈등을 부추기기도 한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일부 보수 신문이나 경제 신문 등은 MZ세대 노조의 탄생을 보도하면서 기존의 노동조합, 사실상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의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 프레임에 맞는 MZ노조 사례만 부각

더 큰 문제는 언론이 MZ노조에 대한 보도를 ‘기존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으로 이용하면서 그 프레임이 맞는 사례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장석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MZ세대나 사무직 조합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 있다. 그러나 언론은 이런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짚지 않고 기존 노동조합과 생각이 다른 MZ노조 건만 부각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지난 4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상반기에 조직된 사무직 노동자 조직화가 눈에 띈다. 그간 노동조합이 없던 창원의 두산중공업사무직,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사무직, 부산의 한진중공업사무직 100여 명이 금속노조의 조합원이 됐다. 대전의 한온시스템은 생산직 조합원이 앞장서 노조 바깥에 있던 사무직과 연구직을 금속노조로 조직했다”고 알렸다.

▲4월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보도자료.
▲4월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보도자료.

4월7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2~30대 MZ세대가 주축인 LG베스트샵(하이프라자)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금속노조로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들 역시 다른 MZ노조들과 마찬가지로 최초 블라인드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이야기, 오픈 채팅창을 통해 급속도로 모여들고 이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일부 언론은 MZ노조가 기존의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연대하는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기존 노동조합에 반감을 보이거나 비판을 하는 부분만 부각한다는 지적이다.

LG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MZ노조 설립을 도왔던 김경락 대상노무법인 노무사는 이런 보도들에 “언론이 뭉뚱그려서 ‘MZ노조’라고 보도하는데, 각 노조마다 기존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어떤지는 모두 다르다”며 “MZ노조이고 기존 노동조합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노동조합이 만들어놓은 복지제도나 혜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직종이 달라 요구사항이 같지 않아 다른 길을 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들까지 뭉뚱그려서 마치 기존 노동조합을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MZ노조?’ 다양한 세대 조합원들…필요하면 상급단체 연대할 것”

‘MZ세대 노조위원장’으로 불리는 당사자도 “MZ노조라고 하지만 MZ세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을 통해 성과급만 위해 만들어진 노조처럼 부각되는 것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준환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을 때 제가 어리기도 하고, 상급 단체도 없고, 기존 생산직 노조가 있는데 사무직 노조를 만든다는 것에 언론이 특이하게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LG전자 입사 4년차로, LG전자사무직노조는 2월25일 설립신고증을 제출했다. LG전자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회사 커뮤니티 ‘블라인드’ 어플을 통해 노조를 만들었다. ‘MZ노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pixabay.
@pixabay.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유 위원장은 “내 스스로 ‘MZ세대 노조’, ‘어린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라며 “실제로 노조 조합원들이 MZ세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30대 조합원이 많긴 하지만 총직원 연령대 분포와 비슷하다. 4050 조합원, 내년에 정년인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된 보도들에서 ‘MZ세대들은 즉각적인 성과나 보상에 관심이 많다’거나 성과급 위주로 보도가 나올 때 이런 것들만 부각이 될까봐 우려됐다”며 “노동조합을 설립한 근본적 이유는 LG전자의 사무직의 권리를 대변한 창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예를 들어 생산직종은 초과 노동 시간에 대해 초과임금을 받지만 사무직은 포괄임금제이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성과급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며 “언론에서 MZ세대가 당장의 보상이나 성과를 중요시 여긴다고 하는데 꼭 급여문제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유 위원장은 “회사가 노동조합과 제대로 교섭하려고 하지 않는 등 노동조합이 연대해서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뭉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대나 상급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함께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MZ노조, 노동운동 변화 가져올지 지켜봐야

김경락 노무사는 “2월부터 MZ세대들의 노조 활동이 본격화됐고 매우 빠른 시간 내 조직됐다. 아직은 초창기”라며 “이런 현상이 기존 노동운동의 변화를 이끌 바람으로 작용할지, 기존 노동운동의 흐름에서 떼어진 회사와의 개별적 소통 창구로 머무르게 될지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MZ세대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 “민주노총에서도 기존에 담지 못했던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로 여기고 있고, 내부적으로 청년 조합원들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대변인은 “일부 MZ노조들이 지지하는 ‘공정성 담론’이 마치 ‘(특정 직종에 대해) 어려운 시험을 붙었으니 다른 직종 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직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이들이 지향하는 방향이 ‘절차적 공정함’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사회적 정의를 지향하며 다양한 직종의 노동을 존중한다는 전제가 없다면 ‘공정 프레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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