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가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미스코리아대회 사업에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국일보사는 미스코리아대회를 연례사업으로 진행하며 올해 대회의 지역별 예선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와 젠더위원회는 12일 성명을 내 “콘텐츠의 지향점과 정반대 사업을 여전히 운영 중인 것은 큰 모순이 아닌가”라며 “답은 미스코리아 대회의 폐지 혹은 완전한 결별뿐”이라고 밝혔다.

두 위원회는 “한국일보 구성원은 오래 전부터 성 상품화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스코리아 사업 폐지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닌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성 상품화 논란을 줄여나가겠다고 했다”며 “한겨레가 보도한 ‘2021 미스코리아 예선 행사’ 기사를 보면 회사가 과연 미스코리아 사업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가 있었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난 10일 ‘수십 명 모여 ‘비키니 영상’ 봤다…‘미스코리아’ 예선 실화입니까’란 제목의 보도를 내고 서울지역 예선 대회 현장을 전했다. 한국일보·글로벌이앤비(E&B)는 2019년 성 상품화 비판에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보도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비키니 수영복이 다시 등장했다. 대회에선 비키니 수영복 위에 제복 상의를 입히고, 장난감 총을 들게 하고, 신체 일부 또는 사탕을 물고 입을 클로즈업한 영상이 공개됐다.  

▲한겨레 10일 보도 “수십명 모여 ‘비키니 영상’ 봤다…‘미스 코리아’ 예선 실화입니까” 보도.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10일 보도 “수십명 모여 ‘비키니 영상’ 봤다…‘미스 코리아’ 예선 실화입니까” 보도.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는 뷰티한국이 주최하는 ‘키즈코리아’ 출신 어린이 합창단원 9명도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키즈코리아는 뷰티한국이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작한 사업으로 일종의 ‘어린이판 미스코리아’ 대회다. 총 100명 안팎의 인원이 실내에 모여 대회를 진행했다.

두 위원회는 “비키니 수영복 영상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은 심각한 기만”이라고 비판한 뒤 “더 놀라운 건 심사 현장에서 ‘키즈코리아’ 출신 어린이 합창단원 9명이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외모로 줄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퇴행인데 그것도 모자라 어린이들을 그런 행사에 버젓이 노출시켰다니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일보 퇴사자가 뷰티한국을 만들었고 서울지역 예선을 진행해왔다는 점, 미스코리아가 키즈코리아 자문위원으로 있는 점을 들어 한국일보와 연관이 짙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뉴스룸은 매일같이 성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와 기획물, 외고를 쏟아낸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콘텐츠 지향점과 정반대 사업을 여전히 운영 중인 것은 큰 모순”이라고 지적한 뒤 “기사로 성차별·혐오·성 상품화 퇴출을 외치는 한국일보, 동시에 미스코리아 수영복 영상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행사현장에 참여시키는 논란을 자초하고도 책임을 방기하는 한국일보, 어느 것이 본심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답은 미스코리아대회의 폐지 혹은 완전한 결별뿐”이라며 “시대적 가치에 배반하는 전통은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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