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제18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후보자 시절 “10만 후원-구독 회원 멤버십은 우리가 갈 길”이라며 △3박자 결합(고품질뉴스·기술개발·독자관리) △디지털 독자와 콘텐츠 분석 툴 개발 △후원과 구독 수입 재투자 등의 계획을 내놨다.

그리고 김 사장의 공약대로 한겨레는 후원모델 실험을 위해 ‘한겨레 후원 멤버십 추진단’을 발족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7월31일자로 백기철 편집인 포함 총 11명의 인원을 추진단 상근직으로 발령냈다. 6명은 비상근직으로 임명했다. 추진단에는 총 17명이 투입됐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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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국민주 신문 한겨레가 지속 가능한 후원 멤버십 모델 도입과 콘텐츠 혁신을 통해 ‘국민 후원 미디어’로 거듭난다. 창간 당시 국민주 모금으로 제대로 된 언론에 대한 열망을 모아냈듯 이제는 광고와 신문판매에 거의 의존하는 매출 구조에서 탈피해 더 독립적이고 심층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후원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오랜 준비 끝에 한겨레는 오는 17일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라는 후원제를 도입한다. 국내 종합일간지 중 이 같은 시도는 한겨레가 처음이다. 이를 두고 경쟁사인 종합일간지 A 편집국장은 “후원모델의 대표 격인 ‘가디언’의 사례는 성공적이다. 한겨레 후원제 실험은 한국에서 선례가 될 텐데 관심 있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한겨레의 ‘후원제’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겨레 후원제는 ‘일시후원’과 ‘정기후원’으로 나뉜다. 일시후원은 ‘최소 5000원 이상 1000원 단위’, 정기후원은 ‘월 최소 1만원 이상 1만원 단위’다. 한겨레는 후원제 운영 경험이 쌓여있다. 2017년부터 이미 기사 페이지 맨 밑에 후원할 수 있도록 해뒀다. 최소 1000원부터 최대 2만원 이상까지 할 수 있다. 2019년엔 주간지 한겨레21에 후원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주식후원’ 방식이 있다. 주식후원은 ‘최소 50주(액면가 25만원) 이상 10주 단위’로 후원하는 것을 말한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되면 로그인 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한겨레는 후원자들에게 별도로 뉴스를 큐레이션 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획·탐사보도물이 단행본 형태로 나올 때마다 E-Book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지난달 후원제 도입 소식을 알리며 사내 메일을 통해 “33년 내내 불안정한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고질적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광고 수입을 넘어 주주·독자들과의 강력한 연대와 신뢰를 쌓아가는 일을 가볍게 여겼다. 그것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지속 가능한 한겨레 경영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참된 국민언론의 길을 닦는 결정적인 토대라는 사실을 (지금껏) 망각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수년 안에 ‘서포터즈 벗’들의 후원회원 수입이 우리 독자서비스국의 신문판매 수입보다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장기적으로는, 광고 수입을 넘어 한겨레의 제1매출원이 되는 날을 상상한다. 한겨레의 저력을 다 모은다면, 소망이 소망에 그치지 않고 상상이 상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한겨레 기자들은 “회사가 광고가 아닌 다른 수익원을 찾는 것은 높이산다”면서도 “신뢰 회복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겨레의 B기자는 “현재 제일 중요한 건 한겨레의 ‘신뢰 회복’이다. 한겨레에 대한 독자들의 요구가 복잡하다. 하지만 복잡한 내부가 잘 정리되지 않았고, 한겨레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미디어인지 흐려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뭘 하겠다고 결단을 내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한 뒤 “독자와의 대화, 시장과 폭넓은 대화를 해 진짜 독자들의 원하는 게 뭔지 알아가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이후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SNS ‘블라인드’ 앱에는 ‘후원모델 추진 중단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겨레의 구성원 C씨는 블라인드에서 “한겨레를 바라보는 대내외적 시각은 역대 최악이다. 이 상황에서 후원해달라는 건 가뜩이나 부정적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은 후원보다 기존 독자들에게 외면받은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후원모델은 그 뒤에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D기자도 “후원제 고민보다 수준 높은, 질 좋은 기본기를 갖춘 콘텐츠 제작 여건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먼저 똑바로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E기자는 “한겨레 정도 규모의 언론사에서 후원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뉴스타파라든지 뉴욕타임스의 특정 프로젝트는 타깃 독자가 명확하다. 하지만 한겨레는 종합지고 이미 매체 정체성을 가지고 87년도에 후원을 받은 적이 있다. 차라리 텀블벅처럼 개별 취재 사안에 대해 후원을 받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짚은 뒤 “후원보다 신문을 팔려고 노력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신문도 상품이다. 계속 지국을 통한 영업만 하고 있다. 후원제 도입보다 인터넷에서 신문을 파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현웅 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회사의 후원제 실험의 큰 방향성은 동의한다. 미디어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디지털네트워크 활로를 구축하는 점은 마땅한 변화”라면서도 “하지만 후원제 준비 진행 정도나 세부적으로 어떤 저널리즘 하게 되는지 공유받은 바가 없어서 그 점을 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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