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11일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한국 사법부 70년 역사에서 대법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시‧군 법원의 ‘시골판사’를 자임한 박보영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소액사건 전담판사가 첫 출근길에 어이없게도 봉변했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여 박 판사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언급했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파기 환송한 판결에 박 판사가 사과하라고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전했다.

반전이 있었다. 노동자가 시위를 하긴 했지만 박 판사가 시위대에 밀리거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진 사실이 없었다. 특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박 판사를 만나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문화일보 사설 제목대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는 시골판사를 향해 폭력을 행사한 ‘反법치 행패’를 부린 극악무도한 사람이 돼버렸다. 문화일보는 그해 10월26일 2면에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했지만 이런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시골판사와 폭력시위대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 이미지만 남아있다.

2009년 12월4일 중앙일보는 당시 철도 파업으로 인한 지하철 지연으로 이아무개군이 서울대 면접을 보지 못했다고 1면에 보도했다. 이아무개군의 어려운 집안 사정과 함께 철도노조가 이군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교장의 말까지 인용해 보도했다.

또 반전이 있었다. 이군은 7시에 소사역에 도착해 전철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고 했다. CCTV를 보니 이군이 역에 도착한 시각은 7시20분이었고 이후 지연된 열차는 없었다. 본인의 잘못이 철도노조의 파업 탓으로 둔갑돼 신문 1면에서 고교생의 꿈을 앗아갔다고 보도된 것이다. 진실을 바로잡기까지 2년이 걸렸다. 2011년 11월26일 중앙은 반론보도를 했다. 30면에 실렸다.

2008년 12월7일 중앙선데이는 골프대회에서 한국계 선수로 소개한 크리스티나 김 선수 아버지가 주최 측에 항의하고 “한국에서의 우승은 나한텐 일종의 ‘복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영문 단어를 잘못 해석한 보도였다. 크리스티나 김 선수가 한 말은 “반감을 해소하는 계기”였다. 중앙선데이는 15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정정보도를 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 김 선수가 얼마나 명예를 회복했을지 의문이다.

세 사례는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다 바로잡긴 했지만 첫 보도의 파급력에 비해 정정 및 반론 보도의 형식이나 내용이 부실해 보도 피해 당사자의 실질적인 구제가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정보도를 정정의 대상인 언론보도 등과 같은 시간 분량 및 크기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초 보도의 2분의 1 수준으로 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우리 언론은 지난해 11월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국회 소위에서 관련 법안에 대해 “언론사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유리한 내용을 취사 발췌한 내용이다. 국회 소위 전문에 따르면 오영우 1차관은 “일반 국민의 이익과 언론에 대한 제약 이런 것들, 피해구제의 실효성 등등을 감안해서 좀 더 이것은 입법부나 이런 데에서 종합적으로 입법 정책적으로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좀 과도하게 침해하고 편집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언론계의 의견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제가 전달하는 측면이었는데 제 전달이 좀 잘못된 점이 있으면 그건 그런 취지”라고 말했다.

‘사실 확인의 보도’라는 힘을 가진 언론이 잘못을 했으면 잘못한 만큼 인정하라는 게 관련 개정안의 취지이다. ‘표현의 자유’라느니 ‘편집권 침해’라는 주장이 힘이 얻을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 언론의 정정보도 원칙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오보의 경중에 맞는 비율로 눈에 잘 띄게 정정보도를 하고 당사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원칙을 따르면 이를 강제하는 법도 필요치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