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9일 방송에서 ‘동남아 K-신문 열풍의 비밀’이란 주제로 신문 부수 조작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선 폐지(파지)로 수출되는 새 신문지의 규모와 신문사의 부수 밀어내기 행태를 비롯해 ABC협회 부수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협회 내부 직원과 신문지국장들 증언을 통해 드러냈다. 

취재진이 찾아간 경기도 고양시 재활용 업체에는 마당 한가득 새 신문 뭉치들이 쌓여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던 신문 폐지가 수출로 줄어들자, 신문지로 만들던 계란판 단가가 올라갔다. 제지업체도 재활용 원료로 쓰이는 신문 폐지가 줄자 종이신문 원가를 올렸고, 그 결과 신문의 원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MBC는 “신문사가 신문 1부를 만드는 원가(잉크·종이·인건비)는 800원 정도인데 이렇게 만든 신문이 폐지업자에게 1부당 80원에 넘어간다. 매일매일 돈을 갖다버리는 셈이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신문사들은 여전히 지국에 (부수) 할당량을 주고 대금을 걷어가고 있다. 이제는 신문 배달이 아니라, 폐지 장사가 본업처럼 되어버렸다”고 했다.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신문지국장들은 본사가 ‘밀어내기’식으로 부수를 할당하면 그만큼의 대금을 본사에 내야 하고, 폐지를 팔아야 지국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조선일보 신문지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매일 뜯지도 않은 신문이 수십 덩어리 나온다. 파지 값으로 월 1000만 원을 버는 지국장도 있다”면서 “파지가 줄어들게 되면, 지대도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지국장 한상진씨는 ‘스트레이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국에 들어오는 신문의) 60% 정도는 배달이 되고, 40% 정도는 폐기 처분 된다”며 폐지 비율이 절반 수준에 가깝다고 밝혔으며 지국이 점점 어려워지자 “(본사가) 폐지를 더 지급해서 그걸로 수익을 맞춰주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말 그대로 ‘자원 낭비’다. 

신문사들의 ‘부수 부풀리기’를 감시하고 적발해야 할 ABC협회는 부수 실사 과정에서 ‘무력’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신문지국장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재 살아있는 독자가 1000명이라면 그 안에는 만 단위의 독자 DB가 있다. 그걸 (신문 본사에서) 독자로 만들어 온다”며 ‘독자 되살리기’가 공사과정에서 횡횡한다고 밝혔다. 

MBC는 “동아일보는 2015년 은행 거래내역 양식을 그대로 본떠서 통장에 신문 대금이 입금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구독자를 늘리려다 (ABC협회) 실사에서 꼬리를 밟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ABC협회 공사원은 “그쪽에서 인위적으로 통장 내역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2015년 부수 인증과 관련해 금융자료 조작 내용을 ABC협회로부터 통보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지난해 조선일보가 현장실사 단계부터 특혜받았다는 의혹도 방송에 담겼다. 현장 실사를 나갈 표본 지국 24곳을 ABC협회가 무작위로 공정하게 고르는 게 아니라, 신문사가 원하는 대로 골라줬다는 의혹이다. 이를 두고 ABC협회 직원은 “표집부터 조작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ABC협회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조선일보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신문부수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가 신문사의 영향력을 상징하고, 곧바로 광고 단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광고 단가표(1면 하단 광고 기준)에 따르면 조선일보(A등급)는 4천1000만원. 경향신문(B등급)은 2700만원이다. 이 단가표에 따라 연간 2400억 원을 쓰는 인쇄 매체 정부 광고가 집행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지출한 광고비는 조중동 3사만 1300억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의 전직 판매국장은 ‘스트레이트’ 취재진에 “ABC(부수 결과)로 광고비를 더 받지는 못해도 이게 떨어졌을 때 덜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된다. 상대측에서 그걸 빌미로 한 번이라도 액션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에 신문협회가 이사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ABC협회 구조가 더해지며 신문 부수는 현실에서의 열독률 감소와 달리 수년째 ‘극적으로’ 하락하지 않았고, 그 결과 비현실적인 유가율을 드러내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문체부가 내놓은 ABC협회 사무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96%라고 했던 조선일보 유가율은 문체부 조사 결과 67%였고, 94%라고 했던 한겨레는 58%였다. MBC는 “유료부수 조작 의혹은 무성한데, 문체부의 2차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문사와 신문지국이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ABC협회 한 직원은 “이성준 회장이 (2014년 말) 오면서 신문사는 ABC협회 주인이고, 여기 공사원은 주인을 섬기는 머슴이다. 머슴이 어떻게 주인한테 대드냐. 이게 취임사 일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신문사 판매국장이 ABC협회 임원들에게 협회 직원이 자료를 과하게 요구했다며 항의하자 “이성준 회장이 그 직원한테 내가 그 신문사를 얼마나 신경 쓰고 하는데 네가 가서 그걸 다 망치고 왔냐는 식으로 혼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이날 ‘스트레이트’는 “전체 (뉴스) 이용자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의 지적을 전하며 종이신문 중심의 광고 영향력 평가 지표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문사 유료부수 조작사태는 MBC를 비롯해 KBS, YTN, TBS 등 방송사를 중심으로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체부는 오는 6월까지 ABC협회가 권고 사항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ABC협회 지표를 정책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MBC 스트레이트 관련 보도에 대해 10일 오후 3시 40분까지 인용 보도를 한 중앙일간지는 단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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