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취임 4주년 기자 질의응답에서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 “SNS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단서로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일수록 문자에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보다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정치 영역이든 비정치 영역이든 문자를 그렇게 해주시길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 질의응답에서 “정치 영역에서 당의 열성 지지자나 강성 지지자들이 보다 많은 문자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문자 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대세이거나 대표성을 지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저는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문자를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 역시 과거에 많은 문자를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받았다”며 “지금은 휴대 전화를 공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로 기사 댓글을 통해 많은 의사 표시를 하시는데, 정말 험악한 댓글이 많다. 아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여겨지도 한다. 그러나 그런 의견이 있다는 것으로 참고하고, 한 국민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사진=SBS 화면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사진=SBS 화면 갈무리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의사 표시하는 분들은 서로 대면하지 않고 문자로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문자 받는 상대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보다 설득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특히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문자를 보낸다면, 그 문자가 예의 있고 설득력을 갖출 때 지지를 넓힐 수 있는 것이다. 문자가 거칠고 무례하면 지지를 갉아먹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내 열띤 토론이라도 품격 있게 이뤄질 때 외부 중도파나 무당층이 그 논쟁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토론이 정 떨어질 정도로 험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면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가 정치적 의견을 정치인에게 문자로 전달하는 행위는 긍정하지만 열성 지지자 그룹인 ‘문파’의 민주주의 위협 행위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후보 시절 극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며 평가한 바 있으며 이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아마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많은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을 받은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수 의원 목소리를 막는 문자 폭탄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7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하의상달식으로 자발적인 당원의 자유로운 의사가 결집돼야 하는데 지금은 시스템이 왜곡돼 있다. 좌표를 찍고, 특정 이슈에 대해 동시에 한 목소리를 내버리면 다른 목소리는 다 묻혀 버린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5일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받은 문자 일부를 공개한 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문자는 하루 평균 1인당 5000~7000개. 열성 지지자들은 관심과 충정의 표현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포장하지만 의원들의 입을 막는 ‘폭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강성 친문 지지층 목소리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이들의 의견이 당 전체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이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