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참패 책임론의 하나로 지목돼온 이른바 ‘조국 사태’의 당사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공식적으로 하는 다섯 번째 사과다. 정무적 도의적 사과이며 ‘합법이어도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한다’는 과거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도대체 몇 번이나 사과를 하는 거냐는 지지층 반응과 이걸 사과라고 하느냐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백기철 한겨레 편집인이 쓴 6일자 칼럼 ‘그 반성문이 어색했던 이유’의 한 대목을 들어 이같이 사과했다. 백기철 편집인은 “결자해지라고 했다. 당사자인 조국 전 장관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법정에서 무죄 입증을 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형사 법정에서의 분투와 별개로 자신으로 인해 실망하고 분노했을 많은 촛불 세력, 젊은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건넬 수는 없을까”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이와 함께 세차례의 과거 사과 언급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19년 8월25일 장관후보자 대국민사과문에서 “지금은 제 인생을 통째로 반성하며 준엄하게 되돌아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며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그해 9월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아무리 당시에 적법이었고 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에 비하면 저나 저희 아이는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한다”며 “그 제도를 누릴 기회가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라고 반성했다. 그는 “기회의 평등 문제 역시 아주 따끔한 비판”이라며 “과거 정치적 민주화와 진보 개혁을 외쳐 놓고 부의 불평등 문제에 앞장서서 나서지 못한 점, 결과적으로 제 아이가 합법이라고 해도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10월14일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두 번째 검찰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19년 10월14일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두 번째 검찰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조 전 장관은 나흘 뒤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무엇보다 새로운 기회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제 잘못”이라며 “박탈감과 함께 깊은 상처를 받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며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도 저와 제 가족이 과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고 자성했다. 그는 “제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반성했다.

조 전 장관은 이밖에 한 차례 더 사과한 적이 있다. 그는 그해 10월14일 퇴임상서도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게 너무 죄송스러웠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취지로 다시 한번 사과한다”며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 회초리 더 맞겠다”고 간략히 사과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사과까지 5번째 사과인 셈이다. 다른 흙수저들이 접할 수 없는 합법적 혜택을 자신의 자녀가 누렸으며,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 가족은 과분한 혜택을 누리는 등 언행불일치와 내로남불을 자인한 사과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와 정신에 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사과하고 당시 왜 장관을 고집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개혁의 소임을 다하고 불쏘시게가 되기 위해서라도 했지만, 그 역시 다른 장관과 국회가 충분히 할 수 없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이 이날 돌연 사과를 한 이유는 한겨레 편집인의 칼럼 탓도 있겠지만,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 이후 터져나온 초선 의원들의 조국사태 반성문과 함께 △당내 경선에서 후보들 사이에서 조국 사태 관련 잇단 공정의 문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 점도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뿐 아니라 김부겸 총리 후보자 역시 “조 전 장관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며 “젊은 층에 상처를 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조국 사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결과적으로 제 아이가 합법이라 해도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한다’는 조 전 장관의 과거 사과 내용을 들어 “어디서 약을 팔아? 다 불법이었거늘”이라며 “이걸 사과라고 하니? 민주당 사람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썼다.

권경애 변호사도 “구체적인 거짓말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없는 사람한테는 회초리 때릴 애정도 없으니, 그만 입이나 다무시는 게 정무적, 도의적 책임을 그나마 지고, 민주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