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고졸 취업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대학에 안 간 이들에게 세계 여행비 천만원씩 지원해주면 훨씬 낫지 않겠나’라고 한 발언을 두고 보수언론과 야당이 “포풀리즘 공약” “허경영 능가”라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이 지사는 아이디어를 공약으로 호도하고 지엽을 왜곡해 본질을 조작했다며 정치적 공격에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본말 전도 왜곡 가짜뉴스의 전형적 사례라며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고도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개최한 ‘경기도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자신이 갖는 문제의식으로 “대학을 가면 장학금도 주고 온갖 지원 해주는데 대학 안 간 사람은 왜 지원 안 해주냐”라면서 “똑같은 국민이고 똑같은 세금 내는 이 나라 국민인데 대학 가라고 고사 지내는 것도 잘 모르겠고, 대학은 학문 연구를 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전문적 지식을 갖기 위해서 가는 건데 지금은 대학을 안 가면 일종의 제대로 대우를 안 해주니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가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그래서 저는 대학을 안 가는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서도 대학 지원에 상응하는 뭔가 지원을 해주면 본인 역량도 발굴하고 좋은 인생의 경험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것하고 4년 동안 세계일주를 다닌 것 하고 어떤 게 더 그 사람 인생에 도움이 될까”라고 말했다. 그는 “저 같으면 각자 원하는 바를 해보는 경험이 더 큰 교육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면서 돌연 “세계 여행비를 천만 원 씩 대학 안 간 대신에 지원 해주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이 지사는 “4년간 대학 다녔다가 졸업하고 다시 현실에 합류했을 때 4년 동안 현실에서 기술을 쌓고 노력한 결과 보상이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믿음만 준다면 누가 우회로를 택하겠나”라고도 했다.

이 지사는 “정부의 지원 정책들을 원점에서 다시 재출발 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여행이나 아니면 이런 거 한 달씩만 보내주면 좋겠다. 보고 배운 게 훨씬 더 많을 것 같은데. 괜찮죠? 어쨌든 우리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될 일”이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언론은 지난 4일 오후 한국경제의 ‘이재명 “대학 안간 청년에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 어떠냐”’를 시작으로 앞다퉈 고졸자 여행비 1000만원 지원을 주제로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경제는 국민의힘 박기녕 부대변인이 이날 “청년 일자리 문제, 고졸 차별 대우에 대한 대책이라는 게 고작 세계여행비 내주자는 거냐” “대학진학을 우회로라고 했는데, 대학 진학이 편법이라도 된다는 말이냐”라고 논평을 낸 부분도 인용했다.

뉴스1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중앙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등은 처음엔 이 발언을 제목으로 기사를 썼으나 조선일보가 이튿날인 5일자 오전 10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는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윤희숙 ‘대학 안 가면 천만원’ 이재명에 “비전도 책임도 없는 포퓰리즘”’) 다른 매체들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뉴스1은 같은날짜 오전 10시6분 ‘이재명 “대학 안간 분 세계여행경비 1천만원” →이준석 “허경영 추월 태세”’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사탕발림 공약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를 뺨 치고도 남는다며 비꼬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날 오전 10시56분에 출고한 ‘野 “대학 안가면 1000만원? 이재명, 언제 허경영 초월할지 궁금”’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학 안 간 청년에 1000만원 지원’발언과 관련해 5일 야당에선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 ‘허경영씨를 초월할지 궁금하다’는 등의 비난이 제기됐다”며 박기녕 부대변인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윤희숙 의원의 말을 소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서 “대학에 안 간 분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고 개탄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도 조선일보는 전했다. 서울경제 쿠키뉴스 뉴스핌 국민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이데일리 MBN 동아일보 등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잇달아 실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며 장문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 지사는 6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발언 왜곡 유감..전문을 첨부합니다’라는 글에서 “세계일주 체험은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대학 미진학 청년 지원정책을 난상토론하는 자리에서 지원방법의 다양성을 논의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드린 말씀”이라며 “핵심은 형식과 외관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대학진학 유무와 관계 없이 공평하게 지원받아야 하고, 지원방식은 획일적이지 않고 개인적 특성을 고려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경기도에서 열린 고졸취업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청년 지원방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경기도에서 열린 고졸취업지원 업무협약식에서 청년 지원방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난 4일 청년지원 업무협약식 고졸 천만원 해외여행비 지원 발언 관련 기사들. 사진=네이버 검색결과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난 4일 청년지원 업무협약식 고졸 천만원 해외여행비 지원 발언 관련 기사들. 사진=네이버 검색결과 갈무리

 

이 지사는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세계여행 천만원 지원 공약’이라 호도하거나 ‘포퓰리즘’, ‘허경영 벤치마킹’이라며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다”며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면 어찌 토론이 가능하겠느냐. 창의력과 말을 묶는 방식으로는 어떠한 개선도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오늘날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더 기회와 미래가 없는 최초의 세대”라며 “어디까지 공부했냐, 출신이 무엇이냐를 따져가며 편가르기 할만큼 한가하지 않다. 절박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삶을 받쳐줄 모두를 위한 유리바닥”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래서 대학생에 대한 지원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미진학 청년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지원으로 책을 사든 학원을 다니든 여행으로 체험을 하든 방법은 다양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사이래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며 “지엽을 왜곡해 본질을 조작한 정치적 공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직접 판단해보라면서 페이스북에 해당 발언 전문도 첨부했다.

앞서 김어준 TBS 라디오 뉴스공장 진행자는 6일 아침 방송에서 “주장하는 바가 정확하게 전달되고나서야 옳으냐 아니냐 시시비비를 가려야하지만, 이 보도는 주장 자체를 맥락없이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김 진행자는 이 지사 발언의 핵심이 대학생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국가나 지자체로 부터 대학의 지원, 장학금 등을 받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아무 지원을 받지 못하니 지원을 받아야 하고, 그래야 고졸임에도 취업의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고 설명했다. 김 진행자는 “단순히 대학 안가면 천만원 주고 해외여행 보내자 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메시지를 왜곡하는 보수언론의 잘못된 보도”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어준 진행자 발언을 전한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본말전도 왜곡 가짜뉴스의 전형적 사례, 언론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다음은 이재명 지사가 공개한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 해당 발언 전문이다.

이재정 교육감님 이헌수 고용노동청 중부지방청장님 반갑습니다.

제가 청년 문제와 관련해서 언제나 가진 고민이 왜 실질에 따라 평가받지 않고 형식과 외관에 따라서 차별하는가였습니다.

사실 우리 현장에서 생산성이나 역량이나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데 형식적인 학력이나 이런 것들 가지고 임금차별을 하니 사람들이 안 가도 될 대학을 다 가느라고 국가 역량도 손실이 있고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어찌보면 개인으로서 인생을 낭비한다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독일이 강소기업 중심으로 정말 튼튼한 경제를 자랑하는데 거기의 핵심이 숙련노동에 대한 존중 또는 충분한 보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학력에 따른,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격차가 워낙 큰 것이 어쩌면 대학서열화 문제나 입시 문제나 아니면 초중고의 왜곡된 교육 환경의 주원인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제가 하나 더 문제 의식을 갖는 것은 대학을 가면 장학금도 주고 온갖 지원 해주는데 대학 안 간 사람은 왜 지원 안 해주냐. 똑같은 국민이고 똑같은 세금 내는 이 나라 국민인데 대학 가라고 고사 지내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대학은 학문 연구를 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전문적 지식을 갖기 위해 가는 건데 지금은 대학을 안 가면 제대로 대우를 안 해주니까 울며겨자먹기로 가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을 안 가는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도 대학 지원에 상응하는 뭔가 지원을 해주면, (지원이) 상당히 많을 텐데, 그들의 역량도 발굴하고 좋은 인생경험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학 4년을, 저도 대학을 가긴 했습니다만 사실 학교 다닐 때 대학에 거의 안 갔던 기억이 있는데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것하고 4년 동안 세계일주를 다닌 것 하고 어떤 게 더 그 사람 인생에 도움이 될까. 그 사람 역량을 개발하는데 어떤 게 더 나을까 잘 모르겠어요.

저 같으면 각자 원하는 바를 해보는 경험이 더 큰 교육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세계 여행비를 천만 원 씩 대학 안 간 대신에 지원 해주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쨌든 지금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고 그러네요. 과거에는 실업계가 인문계보다 훨씬 평판이 좋아서 상고를 나오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시대도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성남에 있을 때는 실업계고를 전통적인 방식의 직업고등학교가 아니고 성남에 있는 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래머 양성 과정을 만들어 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실 잘 안 됐어요. 교육 체제가 좀 쉽게 바꾸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오늘 이런 협약을 통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동료 친구들이 4년간 대학 다녔다가 졸업하고 다시 현장에 합류했을 때 4년 동안 현장에서 기술을 쌓고 노력한 결과의 보상이 4년 동안 대학 다녀온 사람이나 별반 다를 바 없거나 하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믿음만 준다면 누가 우회로를 택하겠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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