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악마를 보았다.’

2019년 7월 평택의 ㄱ업체 업무일지에 적힌 말이다. 업체 임원은 일요신문 지역 외주업체 경기평택지사 소속 김아무개(60) 기자를 만난 날마다 이런 글을 일지에 적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어느 날은 그를 만난 직후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임원은 ‘돈을 안 주면 보복 기사를 쓴다’는 김 기자 요구에 시달렸다.

김 기자는 2억 원을 요구했다. 당시 ㄱ업체는 40억 원대 용역계약을 안성시청과 맺었다. 김 기자는 “통상 영업비로 5%는 지출하지 않느냐”는 이유로 2억 원을 주면 업체를 공격하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나흘 터울로 ㄱ업체 임원을 4번이나 만났다. 업체가 결국 1억원 상당 광고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김 기자는 지금 수원구치소에 있다. 지난 1월15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 4단독 김봉준 판사는 그가 공갈 및 배임수재를 저질렀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김 기자가 “특정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간 유착관계가 있다는 다소 악의적이고 왜곡된 기사를 수차례 보도했고, 후속보도를 할 것처럼 기업을 겁주며 이를 중단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해 끝내 이에 굴복한 기업으로부터 돈을 갈취했다”며 “그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불량하다”고 밝혔다.

▲2019년 4~5월 김아무개 일요신문 기자가 작성한 ㄱ업체 관련 보도.
▲2019년 4~5월 김아무개 일요신문 기자가 작성한 ㄱ업체 관련 보도.

 

5개 매체 한 무리로 움직여 “돈 주면 보도 안해”

김 기자에게 기사는 사익 추구 수단이었다. 업체를 공격하는 기사를 쓴 후 후속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거나, 업체에 도움되는 기사를 쓴 후 돈을 받았다. 기사가 왜곡보도라 해도 업체들은 보통 저자세를 취한다. 기사가 나온 즉시 업체 평판이 나빠져 매출에 타격이 가기 때문이다.

ㄱ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악의적 보도로 지자체와의 관급 계약이 급감하자 결국 김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 기자는 2019년 4~5월 7회에 걸쳐 ‘평택시 수상한 행정’이란 이름의 기획보도를 7건 냈다. 평택시가 ㄱ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돈 요구는 이때부터 나왔다. 경인방송 소속 김아무개 기자가 ㄱ업체에 3000만원을 요구했다. 이 기자는 김 기자가 회장으로 있는 ‘평택시 중앙언론 기자협회’란 사조직에서 함께 활동한 기자다.

업체가 이에 응하지 않자 7월1일 ‘단체 보도’가 나왔다. 안성시가 ㄱ업체에 특혜를 줘 41억원 상당 수의계약을 체결했단 기사였다. ‘평택시 중앙언론 기자협회’ 소속 기자 4명이 동시에 같은 기사를 썼다. 경인방송을 포함해 쿠키뉴스 최아무개 기자, 매일일보 차아무개 기자, 브레이크뉴스 소속 이이무개 기자였다. 이 직후 ㄱ업체가 김 기자에게 연락했다. 현재 진행 중인 관급 사업에까지 피해가 갈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2019년 7월1일경 김 기자가 회장이었던 ‘평택시 중앙언론 기자협회’ 소속 매체 기자들이 동시에 보도한 ㄱ업체 관련 보도.
▲2019년 7월1일경 김 기자가 회장이었던 ‘평택시 중앙언론 기자협회’ 소속 매체 기자들이 동시에 보도한 ㄱ업체 관련 보도.

 

협회 소속 5개 매체 기자들은 한 무리처럼 움직였다. 2주 가량 대화 후 결국 ㄱ업체는 김 기자와 1억 원 상당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5개 매체는 이를 2000만원씩 나눠 갖기로 협의했다. 기자들은 대가로 ‘ㄱ업체와 관련한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업체에 작성해줬다.

이에 브레이크 뉴스 이아무개 기자는 광고비 형식으로 돈을 개인이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평택시 중앙언론 기자협회’ 탈퇴를 선언하고, ㄱ업체와 관련된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 역시 유효하지 않다며 폐기를 요청했다. 이 기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돈을 준다고 하는데 솔직히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도 고민을 했다. 그러나 저는 양심 고백을 선택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관련 계약은 돈 배분 문제로 협회에 내분이 일어나면서 무산됐다. 재판부는 “이에 김 기자는 대금을 2억으로 증액해 단독으로 돈을 받기로 마음먹고, 다시 관련 허위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내분으로 탈퇴한 기자를 겨냥해) ‘평택 ㄱ업체, 도 넘은 취재로 몸살 “취재입니까, 취조입니까?”’ 기사를 써 ㄱ업체가 과도한 취재로 고통받는다며 기존과 정반대 논조의 기사를 송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총 2500만원이 김 기자 측에 전달됐다. 법원이 공갈로 갈취했다고 본 돈이다.

“내가 아는 기자가 있는데…” 뇌물의 시작

이보다 3년 전에 저지른 배임수재(뇌물수수)는 경찰 수사 중 발각됐다. 이때는 한 업체 사장 ㄴ씨에 유리한 기사를 써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 ‘평택 동삭2지구 도시개발사업’에 수용되는 토지 보상금이 적으니 이 문제를 보도해달라는 청탁이었다.

ㄴ씨는 처음엔 2000만원을 김 기자 측에 줬다. 2016년 4월 나온 ‘평택시 동삭2지구 도시개발사업, 누구를 위한 도시개발인가’란 보도의 대가였다. 그런데 김 기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 기사를 내면서 세 차례 더 돈을 요구했다. 4월25일에 150만원, 4월29일에 200만원, 5월6일에 300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김아무개 기자에게 배임수재 유죄가 선고된 관련 보도.
▲김아무개 기자에게 배임수재 유죄가 선고된 관련 보도.

 

ㄴ씨는 김 기자 측에 총 2950만원을 줬다. 김 기자에게 1350만원, 청탁과 돈 전달을 중재한 윤아무개씨에게 1600만원이다. 윤씨는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한 평택시장 예비후보 캠프 사무장을 하다 김 기자와 알게 됐다. 당시 김 기자도 다른 예비후보 선거 캠프 사무장이었다. 윤씨는 ‘아는 기자가 있으니 보상금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ㄴ씨에게 먼저 제안했다. 이를 들은 김 기자 또한 ‘발행부수도 늘려야 하고, 운영비도 부족하니 ㄴ씨로부터 돈을 받아와라’며 응했다.

한편 윤씨는 ㄴ씨 부인에게 ‘증액된 토지 보상금 절반을 달라’고 요구해 공갈미수죄가 적용됐다. 그는 “기자, 조합 관계자, 국회의원 보좌관 등과 친분이 있으니 토지 보상금을 더 받을수 있도록 해준다”며 ㄴ씨 부인에게 접근하다 협박까지 동원했다. “내가 데리고 다니는 조폭과 조합장을 만나고 왔으니 수고비로 6억원을 달라. 이들은 회칼과 가스총을 가지고 다니니 반드시 돈을 줘야 한다”거나 “보상금 절반을 주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위협한 것. 피해자는 주거지 열쇠를 바꾸고 차단기까지 설치했다. 피해자가 끝까지 돈을 주지 않아 공갈은 미수에 그쳤다. 윤씨는 배임수재와 공갈미수 유죄로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김봉준 판사는 “언론은 그 전파력과 공신력으로 인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공적 책임이 상당하다”며 “김 기자는 기자로서 언론 자유를 누리면서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지만 오히려 지위를 남용해, 토지 보상금 증액이라는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목적의 기사를 보도해 달라는 부정청탁을 받고 대가 요구해 수령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범행 피해자 회사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심각한 영업상 피해를 야기했고, 악의적 기사로 관련 공무원들이 내부 감사와 수사를 받게 하는 등 고초를 겪게 했으며 지방 행정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지역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기자로서 본분을 망각한 심히 중대한 범죄 저지르고서도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일요신문 측은 “김 기자는 본사 소속이 아닌 경기도 지역 독립 외주 법인 소속이다. 신문 판매 때문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김 기자의 보도에 대해선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며 “관련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것을 인지한 시점에 곧바로 계약을 파기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일요신문 본사 문제와 상관없는 개인의 혐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쿠키뉴스 측은 “사건에 연루된 지역판 주재기자 최 기자는 2019년 10월 퇴사한 상황”이라며 “본사는 일체 사건을 보고 받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쿠키뉴스는 당시 최 기자는 ㄱ업체와 관련된 보도를 하고 이후 관련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 기자는 업체와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거나 일체의 연락을 한 적이 없고, 중기협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광고계약이나 금품분배 등 내용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혀왔다. 

[기사 수정 : 6일 16시 10분 반론 반영]

[기사 수정 : 7일 11시 40분 반론 추가 반영]

[기사 수정 : 24일 12시 30분 반론 추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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