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⑧ 한때 서울시 학교 60% 구독했던 어린이신문 오늘은
[어린이날 특집] ⑧ 한때 서울시 학교 60% 구독했던 어린이신문 오늘은
[어린이날 기획] 강제구독 사태 이후 어린이일간지의 현재
독자 콘텐츠 개발 어려운 ‘악순환’, 어린이경제신문은 구독자 늘어

한 때 서울시 학교의 60%가 읽었지만, 현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종합일간지가 발행하던 어린이조선일보, 어린이동아일보, 소년한국일보 등 어린이신문 이야기다. 이들 신문은 강제구독 문제가 공론화되며 집단구독 관행이 사라진 뒤 독자 확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는 더 어려운 처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어린이신문의 ‘공식 유통경로’는 학교였다. 2005년 기준 서울시 초등학교 559개교 중 390개교가 어린이신문을 구독했다. 이 중 88.7%는 신문사로부터 ‘기부금’ 명목의 사례를 받았다. 일명 ‘강제구독’ 관행이다. 학교 차원에서 일괄로 학생들에게 특정 신문을 구독시키면 금전을 받았다. 매월 기부금은 3개 신문 합계 1억7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교사가 신문 배달과 수금에 나서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가 2002년 강제구독 거부를 선언했다. 어린이가 보는 지면도 도마에 올랐다.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한 기사보다는 학교 행사 동정, 교과과정 관련 문제풀이, 광고로 지면을 채운다는 지적이었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이라크 참전을 옹호하거나, 무기 수입을 일방 미화한 내용이 실리는 등 그릇된 가치관을 심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가청렴위원회는 2005년 최순영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의 의뢰에 “어린이신문 구독을 대가로 한 기부금은 법 취지상 기부금이 아니다”라는 법적 해석을 내놨다. 2006년까지 이어져 온 강제구독 관행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린이신문의 ‘강제적·획일적 구독’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각 교육청에 내리면서 막을 내렸다.

▲1998년 월간 말이 발행한 박노출 기고 “어린이 신문 망친 족벌신문사” 갈무리
▲1998년 월간 말이 발행한 박노출 기고 “어린이 신문 망친 족벌신문사” 갈무리

학교차원의 구독 관행이 사라진 뒤 어린이신문은 어떤 모습일까. 명맥은 이어가고 있지만, 어린이의 일상에선 거의 사라졌다. 서울석관초등학교 4학년 21명과 강원지역 한 초등학교 5학년 25명에게 일간 어린이신문을 아는지 물었으나, 소년한국과 어린이조선, 어린이동아를 안다고 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서울석관초 3명은 ‘내친구서울’을 답했다.

종이신문 자체가 사양산업인 상황에서 어린이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해도 읽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린이신문의 공급 순환부터 일그러졌단 얘기다.

▲어린이신문 로고 갈무리
▲어린이신문 로고 갈무리

어린이동아와 어린이조선의 경우 구독신청을 해도 ‘어른신문’을 읽지 않으면 배달이 되지 않기 일쑤다. 동아일보 고객센터 측은 “신문값이 2년 전 오른 뒤 어린이동아 구독료는 월 7000원인데, 배달비가 1만원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단독 배달은 어렵고, 월 2만원인 동아일보 구독을 신청하면 어린이동아는 무료로 끼워서 배달한다”고 했다. 어린이조선 고객센터도 “조선일보 구독자가 몰린 곳이 아니면 어린이조선만 배달하기 어렵다”고 했다. 

소년한국도 가정배달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일보와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뒤 ‘끼워 배달하기’도 불가능하다. 서원극 소년한국 편집장은 “독자 배달은 어렵고,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으로 정보 소외 아동들에게 지원하는 형식으로 배포하고 있다”며 “(수요가 있는) 개별 가정에는 주간으로 발행하는 소년한국 플러스의 형태로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서원극 편집장은 “편집국에서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꾀하기가 어려운 구조의 영향도 있다”며 “성인 대상 일간지도 구독자 수가 줄어드는 데다가, 시대 변화에 따라 변모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했다.

서원극 편집장은 “학교를 통한 구독이 끊기고, 정보가 넘쳐나다보니 어린이들이 어린이신문을 찾을 통로는 줄어들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며 “어린이신문 안팎으로 신문을 통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신문사들끼리도 프로그램을 공유해야 한다. 언론진흥재단 측의 지원 폭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차원에서 신문 발행으로 적극 수익을 올리기 어렵고, 콘텐츠 투자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린이신문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당시 2000년 전후로 강제구독 문제를 처음 취재해 공론화했던 윤근혁 오마이뉴스 기자는 두 가지를 꼽았다. “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어린이조선 읽던 독자가 조선일보의 독자가 된다.”

▲어린이경제신문 1078호 기사 갈무리
▲어린이경제신문 1078호 기사 갈무리

틈새 수요를 잡아낸 어린이신문도 있다. 주간지 어린이경제신문은 지난해 구독자가 5배 늘었다. 매출 중 20%에 그치던 구독료 비중이 현재 80%를 차지한다. 박원배 어린이경제신문 발행인은 “우리도 신기해 새 독자들을 조사해 봤다”며 “먼저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일수가 많아져 수요가 늘었고, 결정적인 건 ‘투자 붐’이다. 부모들부터 경제 문제를 막연하게 느끼다, 다양한 투자 붐이 일어나다 보니 당장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경제신문의 지면 60%는 소속 기자들이 쓰는 기사로, 40%는 130명의 어린이 기자가 쓰는 기사로 이뤄진다. 출판사 무료광고 외에는 광고를 받지 않는다. 구독료 외에는 경제 관련 교육 등 행사로 수익을 꾀하고 있다. 박원배 발행인은 “중요한 것은 그저 경제 관련 개념을 정리하고 용어를 정리해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이다. 어린이가 실제 생활에서 발견하는 사안을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직접 어린이들이 주체가 돼 정보를 생산하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문화운동을 해온 방대곤 천왕초 교장은 “어린이들이 포털과 유튜브로 소식을 접하면서 무차별적으로 정보에 노출되기도 한다”며 “떠도는 정보를 아이들이 취사 선택할 능력을 갖추도록 학교가 교육을 한다면, 어린이들이 사회 현안을 읽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건강한 매체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사회와 미디어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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