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⑦ “연예인의 장애 자녀는 왜 충격이고 고백인가”
[어린이날 특집] ⑦ “연예인의 장애 자녀는 왜 충격이고 고백인가”
[어린이날 특집, 인터뷰 2]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 “어린이들이 미디어에서 혐오표현 배운다” 
“사회 모든 곳에서 어린이가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어린이는 다 같은 어린이지만, 똑같은 어린이로 대접받지 못한다. 장애어린이는 스스로 장애 정체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사회에 한발씩 디뎌가며 배워간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그게 차별의 이유라는 것도 알아간다. 사회의 첫발인 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정체를 몰랐던 어린이가 장애와 벽을 배우는 곳이다. 의학적으로 장애의 유형이 다양해 특정 장애인 혹은 장애계의 특정 인사가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걸 전제한다. 중요한 건 ‘어린이’와 ‘장애’라는 이중의 소수자로서 이들은 사회에서 배제돼있다. -편집자주

(1부에서 이어서)

한국우진학교에서 장애어린이를 가르치는 공진하 특수교사는 ‘벽이’, ‘내 이름은 이순덕’, ‘도토리 사용 설명서’와 같은 다양하게 서로 다른 사람이 나오는 여러권의 동화책을 썼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7일 공 교사와 인터뷰에서 동화책을 비롯해 콘텐츠와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선생님 동화책 ‘청아, 청아 눈을 떠라’는 심청전을 시각장애인 아버지 심학규의 입장에서 썼다. 기존 유명한 동화에서 성별을 바꾼 책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도 심청전을 장애가 있는 사람의 관점으로 바꿨더니 다른 맥락으로 다가왔다. 소수자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 어른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어린이책은 어른들이 읽으면 좋다.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떤 어린이들은 원전 심청전을 몰라 헷갈려 하기도 했다. ‘청아, 청아’를 쓸때 우리 반에 시각장애가 있는 보호자 어머니가 있었다. 그분의 사랑이 극진하다는 걸 직접 봤고, 다른 일 때문에 심청전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빨리 쓸 수 있었다.”

▲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가 쓴 동화책들. 사진=장슬기 기자
▲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가 쓴 동화책들. 사진=장슬기 기자

 

-동화책을 조금 더 추천해달라.  
“내 책은 다 좋고요. (하하) 최근에 재밌게 읽은 건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이 쓰고 시드시 스미스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역자, 김지은)이다. 리사멘체프가 글을 쓰고 유태은 작가가 그림을 그린 ‘코끼리는 절대 안돼!’도 좋았다. 저학년들은 ‘깊은 밤 필통안에서’와 이반디 작가의 ‘꼬마너구리 삼총사 시리즈’를 추천한다. 

요즘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학교 교육과정에 아마 배추잎나비 기르는 게 있나 보다. 특수교육 과정에는 없는데, 공문이 왔다. 배추잎나비 애벌레 나눠준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라는 동화책을 읽었는데 흥미진진했다. 우리반 친구들과 같이 읽고 있다. 애벌레 얘기하면서 반 학생들에게 ‘있자나 지금 전국 3학년 학생들이 다 애벌레가 알에서 깨는 걸 기다리고 있을거야. 어떤 반은 못봤을 거고 어떤 반은 깨어나는걸 봤을 건데 우리 지금 다 같은걸 보고 있는 거야’라고 했는데 그때 기분이 되게 좋았다. 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물론 애벌레가 진짜 작아서 시력이 약한 어린이들은 ‘이게 뭐냐’ 하기도 했고, 어떤 어린이는 잡아 챌까봐 멀리서 보도록 했지만 그런 경험이 뭔가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푸른사자 와니니’(저자 이현), 은소홀 작가의 ‘5번레인’, 전수경 작가의 ‘우주로 가는 계단’ 이런 책을 재밌게 봤다. 어린이책이 좋은 책들이 정말 많다.”

-어린이동화를 쓸 때 염두에 뒀던 점이 있을 거 같다.
“동화를 한창 쓸 때는 그런 생각 못 했는데 쓰고 나서 보니 ‘독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먹을 것도 그렇지 않나. 어린이용이라고 할 때 맵지 않게 하려고 그냥 물에 씻어서 줄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어린이를 위해 잘 만든 것도 있다. 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니까 색소를 넣어서 영양가는 나쁘더라도 맛있어 보이게 치중하는 음식도 있다. 그런데 맛도 있고 영양도 있고 보기도 좋고 정성껏 어린이용으로 잘 만든 음식이 있다. 어린이책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위해 만든 책, 독자를 무시하지 않고 함부로 생각하지 않고 존중하는 책이어야 한다.” 

▲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어린이를 존중하는 게 뭔지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장애인차별반대 운동이 활발한데 한편으론 ‘지금 운동이 어른 중심 아니냐, 거기 어린이가 있느냐’는 평가도 있다. 선생님 생각은?
“일단 사회 모든 곳에서 어린이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다. 어린이 목소리는 부모가 낸다. 장애어린이의 문제도 부모님 통해 드러난다. 물론 그 목소리가 너무 중요하지만 교사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우진학교엔 유아교육부터까지 전공과까지 있다고 했는데 특수교육법에서는 유아교육이 의무교육이다. 현실에선 의무적으로 안 된다. 일단 교사들이 부족하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가는 식이다. 다 데리고 와서 교육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이런 문제는 겉으로 심각한 문제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장애 아이를 키우게 된 어머니가 아이 서너살인데 나가서 싸울 정신이 어딨겠냐. 육아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른 사안도 있나.
“활동지원서비스도 그렇다. 누구나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어린이와 어른의 구별이 없다. 당사자의 요구가 다르지 않겠나. 아마 활동지원사 교육에서는 ‘당사자 요구에 귀를 기울이라’고 가르칠텐데 그 당사자가 어린이면 뭔가 교육내용도 다르고 양육과 놀이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게 별로 없다. 어린이와 어른의 욕구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정말 장애어린이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 
“공공기관 중에서 아쉬운 건 놀이터와 학교다. 여전히 초등학교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가 없어서 휠체어 탄 어린이가 못 가는 학교가 많다. 하다못해 구청이나 시청사 이런 곳들도 접근권이 확보돼야 하는데 왜 초등학교는 제외가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초등학교부터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학생이 오면 예산을 지원해주겠다’ 이건 아니다. 환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계단을 걸을 수 있는 학생들만 올 수 있습니다’라고 정해놓았다.”

- 유아교육과정이 의무교육이면 몇 살부터인가?
“만3세부터다.” 

- 비장애인과 다르다. 
“다르다. 다르니까 참 그런데, 특수교육만 뭘 해주려고 하면 이렇게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 평범한 어린이들을 다 잘해줘야 우리 아이들(장애어린이)도 충분한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으니까 특별히 잘해주세요’도 맞는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은 모든 아이에게 적정한 학급당 인원수, 적절한 교육서비스, 적절한 의료적 지원, 그중에서 장애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게, 이렇게 가야한다.”

▲ 지난 3월 KBS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 오윤아씨 방송 부분
▲ 지난 3월 KBS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 오윤아씨 방송 부분

 

미디어와 장애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오윤아씨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나오고 있다. 공 교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지나가면서 봤는데 재밌었다. 꾸며지지 않은 어린이의 일상이 나오는 것도 좋았다. (오윤아씨가 자녀의) 같은 반 친구 어머니들이랑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하는 걸 봤는데 (학부모들) 생각도 알 수 있고 좋았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관련해서 (장애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고백’ ‘충격’ 이런 기사들이 떴다. 왜 고백을 해야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오윤아씨도 ‘충격’ ‘고백’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 자녀를 소개할 때 설사 그런 표현을 썼더라도 그걸 제목으로 뽑아야 하나.” 

-마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유명인의 자녀가 장애가 있는걸 알았을 때 엄청난 비밀을 밝힌 것처럼 얘기하더라. 내가 내 아이의 특징에 대해서 일일이 다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나. 자연스럽게 하는 것인데 이런 반응들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

-우진학교 어린이들도 미디어를 보고 세상소식을 접할텐데, 뉴스도 보나? 
“사실 보호자 통해서 안다. 부모님이나 활동지원사”

-직접 미디어를 접하기도 하나? 
“유튜브 많이 본다.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 숟가락은 못 드는데 아이패드는 터치 기능은 정확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나보다 더 잘하는거 같은데(하하)” 

공 교사는 어린이들과 함께 재밌게 본 콘텐츠로 윤가은 감독의 영화 ‘콩나물’을 말했다. ‘콩나물’은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은 약 20분이다. 그는 “(장애어린이들이) 20분을 다 못보겠지 싶었는데 다 봤다”고 놀라며 “장애어린이들은 장애가 없는 어른보다 장애가 없더라도 어린이 쪽에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어린이에게 ‘이런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게 있나? 
“무서운 애기, 슬픈 얘기, 유익한 얘기,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필요하다. 장애는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다. 사람마다 너무 다양하니까 다양한 걸 고려했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엔 시각적 단서에 반응을 못하는 학생도 있고 소리가 잘 안 들려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다. 감각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걸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여러 다양한 어린이들이 다 볼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이야기.” 

-미디어에서 이런 식으로는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건 뭐가 있나?
“최근에 주거환경과 관련해 ‘요즘 어디에 사는 애들을 이렇게 부른다’라고 기사화를 하면 원래 그 말을 모르던 어린이가 ‘이런 말도 있었어’하며 미디어를 통해 혐오를 배우고 있다. 아동문학에서도 지적을 많이 하는데 ‘얘를 이렇게 놀리지마’라면서 놀리는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면 ‘아 이렇게도 놀리는구나’라며 욕을 배운다. 혐오의 언어를 뉴스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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