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광고 대신 시민이 직접 ‘좋은’ 보도를 한 언론을 택해 미디어 바우처(쿠폰 지원)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ABC협회 유가부수 조작 사태와 맞물려 광고에 의존하면서 훼손된 언론 공익성을 주권자인 시민의 힘으로 되살리자는 취지다.

한발 나아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네이버 다음 양대 포털 종속을 막기 위해 공영포털을 만들고 가입자에 한해 정부 광고 예산 5000억원을 미디어 바우처 형태로 주자고 제안했다. 포털 기사 노출에 사활을 걸고 어뷰징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 실태를 공영포털과 미디어 바우처로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효율적이지 않고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 정부 광고를 미디어 바우처로 전환해 언론 생존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언론 신뢰도를 높여보자는 게 두 의원 제안으로 보인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가 안착하면 질 좋은 보도를 한 언론은 살아남아 언론 생태계를 정화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의도가 엿보인다.

미디어 바우처는 로버트 맥체스티와 니콜스가 2010년 ‘시민 뉴스 바우처’를 분배하자고 주장하면서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광고에 종속돼 미국 뉴스 산업 30%가 보도와 편집 능력이 상실됐다고 판단해 모든 미국 시민에게 비영리뉴스 기구에 기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200달러의 바우처를 지급하자는 안이었다. 한국 역시 전체 매출액 대비 광고 수입 비중은 높지만, 광고 수입 자체가 해마다 줄고 있어 미디어 생존권 차원에서도 미디어 바우처 논의는 필요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경기도의회가 발주해 한신대 산학협력단(참여 연구진 강남훈, 김진오, 이준형)이 작성한 ‘경기도 언론 공공성 확대를 위한 언론기본소득 실현 방안’ 최종 보고서는 미디어 바우처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1인당 1년에 10만 원을 쓸 수 있는 배당금을 지원해 기사별, 언론사별 후원 한도 내에서 후원토록 하고 이 같은 제도를 ‘언론주권자 배당’이라 명명했다.

보고서는 “일부 재정 압박에 몰린 언론 중에서 선정적인 스캔들을 집중 보도한다든지 어뷰징 기사를 싣는 등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짜 뉴스가 전파돼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수의 언론 주권자들은 이런 보도나 언론사에 대해 오랫동안 후원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별하고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전문적 저널리즘이 살아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경기 지역 언론인도 인터뷰했는데 기자들의 광고 영업 실태가 적나라하게 실렸다. 한 일간지 기자는 “기자들이 출입처 다니면서 행정 광고 따내고 광고비 일부를 받는다. 개인 실적이 된다. 회사에서도 광고 잘하는 친구들이 중요해진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당장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우선 좋은 보도에 대한 선정 기준을 누가 정하고 이를 유통할 플랫폼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기존 포털을 활용할 경우 오히려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꼴이라는 점에서 미디어 바우처 취지에 어긋난다. 보고서에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아웃링크 방식으로 배당자들이 언론사별 홈페이지로 유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이유다.

지원 주체가 (지방) 정부이기 때문에 관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서 재단을 만들어 보도 심사위원회를 두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부정적 여론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다. 경기도지역 3828개 기자 이메일로 설문을 보내 97명 기자들이 응답한 조사에서 언론주권자배당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80.4%가 응답하고 62.1%가 언론 보도 질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경기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언론주권자배당 사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8%에 그쳤다. 참여하겠다는 의사도 기자 응답의 절반 수준인 44%였다.

특히 경기도 차원의 언론배당 페이지를 제작해 후원대상 기사를 모아놓은 방안에 대해 “경기도 차원의 정치적 개입이 비교적 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의겸 의원이 공영포털을 만들어 가입자에 대해 바우처를 지급하자는 것에 ‘관영포털’ 비판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우려다.

미디어 바우처는 장기적 관점에서 ‘나쁜’ 언론을 만드는 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현실 가능성을 꼼꼼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마냥 언론개혁 일환이라며 밀어붙이는 것은 괜한 오해를 빚을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언론계의 생산적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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